영화관람료450원·출국세4000원‘면제’…체감효과는‘글쎄’
‘그림자조세’폐지·감면한다지만실질적인물가안정효과‘미지수’ “공공사업차질·재정악화우려” “경기활성화도움될것”반론도
정부가 이른바 ‘그림자 조세’로 불리던부담금을전면재검토해 91개 중 32개부담금을 폐지 또는 감면하기로 했다. 감면액은 연간 2조원에 달한다. 영화입장권에 붙는 입장권, 항공요금에포함된부담금을없애거나 줄이겠다는의미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담금 감소액이상대적으로적어국민체감도가낮으면서도 재정에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지적이 나온다. 부담금 폐지가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나타낼지도 미지수다.
◆91개 부담금 중 32개 손본다… 2002년 이후첫전면정비
기획재정부는27일윤석열대통령주재로 개최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이같은내용을골자로한 ‘부담금정비및 관리체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부담금 관리체계를 도입한 2002년 이후 첫전면정비다.
앞서윤 대통령은 올 1월 국무회의에서‘부담금 전수조사를통한 전면 개편’을지시한 바 있다. 부담금은세금은아니지만 기금 조성 등 특정한 공익사업수행을위해부과하는비용이다.대표적으로는영화관람료에포함되는입장권부담금, 항공요금에포함되는출국납부금등이있다.
정부는 국민 실생활에서 경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8개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감면할 예정이다. 영화 관람료의 3%인 영화 입장권부담금은 폐지하고 전기요금에포함되는 전력기금 부담금요율은현행 3.7%에서 올해7월부터3.2%, 내년7월부터는 2.7%로 단계적으로인하한다.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하고면제대상연령은2세에서12세로 늘린다. 여권 발급 시부과되는 국제교류기여금은 복수여권발급 시 3000원 인하하고 단수여권·여행증명서는 면제한다. 자동차보험료에포함되는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분담금 요율도 3년간50%인하한다.
민간경제활동을활성화하기위해11개 부담금도 정비한다. 분양사업자에게 공동주택 기준으로 분양가격 대비0.8%를 부과하는학교용지부담금을폐지하고, 개발사업시행자에게 개발이익중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은 올해 사업인가분에 대해 수도권은50%로 감면하고,비수도권은면제한다.
경유차에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영세 자영업자에 한해 50% 인하한다. 농지전용 시부과하는 농지보전부담금도 비농업진흥지역에 한해 개별공시지가 대비 30%에서 20%로 부과요율을 낮춘다.
또 정책여건과 사회변화 등으로 실효성이낮아졌지만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13개 부담금은 전면 폐지한다. 대표적인것이1961년 신설된도로손괴원인자부담금이다.
정부는 국민이 부담금 경감 효과를빠르게체감할 수 있도록 법령 제·개정에착수해시행령개정사항을오는 7월시행한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은하반기정기국회에제출해이르면내년초시행을추진한다.
◆세수 감소 속 일반재정 투입에 한
계…민간기업가격인하미지수
문제는 재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조치로인해연간 2조원가량 재원이덜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올해예상되는 부담금(9조6000억원)의 20%를넘는수준이다.
다만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금으로 진행되던 각종 사업에일반재정을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영화진흥사업, 취약계층 지원등 필수 사업에는 기금여유 재원이나일반재원을 투입한다는방침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정책이이어지는상황에서재원을어떤방식으로 마련할지에대한 장기적인계획이없다는것이문제”라며“만일 재원을찾지못하면극단적으로공익사업이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고우려했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교수는 “각종 부담금이사실상 규제로묶여있던 만큼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접근이라고볼수도있다”며“정부가기업살리기나 민간 경제 육성을 통해 국가경제를활성화한다는 기조를 보여온 만큼 그일환으로 추진한다고 볼수있을 것”이라고말했다.
부담금 액수 자체가 적어 폐지·감면조치가피부에와닿을지도미지수다. 정부나 공공기관에 납부하던 부담금은줄어들가능성이크지만 민간기업의가격결정에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있을지불분명하다.
일례로영화관람료에포함된입장료부담금은 3%다. 극장을 많이찾는 금~일요일 오후 시간대 2D 영화표 가격이통상 1만5000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부담금은 450원에 그친다. 해당 금액이영화표가격인하로까지이어질지장담할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부담금 폐지가 가격인하 요인이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기업 몫”이라면서 “이번에 조정한 부담금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지속적인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