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풀어‘금사과’잡겠다?…요동치는농심도돌아보길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오르내리는이슈가 ‘금사과’ 이야기다. 작년이맘때만 해도개당 2000원도 하지않던후지 사과(상품) 소매가격이 3000원을 넘었으니 서민 가계에 부담이아닐 수 없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니정부가연일과일값안정대책을만들어내느라 정신없다.그나마이번주들어납품단가지원과 할인지원 확대등 정부의대대적인 물가안정대책으로사과소매가격이하락세로돌아섰다니다행이다.
필자가 보기엔앞으로사과 가격이더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조생종 사과인 쓰가루(아오리)가 나오는 7월까지는 사과 가격이예년보다 높은수준을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8월부터홍로가 출하되고, 9월에는 후지사과가본격출하되니시간이갈수록작년수확기에저장한 사과의가치는 하락할 수밖에없다. 저장 사과는 6월이 지나면맛도 떨어져자연스레소비자의손은복숭아나참외, 수박, 딸기등으로 옮겨지고 사과 수요도 자연감소한다. 사과저장업체나유통업체도이점을잘알고 있다. 결국 4월과 5월이 고비인데, 앞으로두 달 동안 저장 사과 시중 공급량이 생각만큼크게부족할것같지는않다.
우리나라의연간 사과 소비량은 50만톤 정도다. 식용 소비는 약 45만톤 수준이고, 주스나 잼 등 가공용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가 약 3~5만톤이 소비된다. 사과 소비성수기인 추석과 설이 있는 달에는 6만톤 내외의사과가 팔린다. 따라서 추석과 설이 있는 달을 빼면 월평균 신선 사과 소비량은 대략 3만3000톤 안팎이다.
작년사과생산량이약 39만톤이니평년소비량 50만톤 대비 11만톤이 부족하다. 그러나가공용 4만톤 정도를 빼면 식용 소비부족량은 7만톤 내외다. 정부가 가공용 사과 수요를수입산 냉동 사과와 기타 냉동 과일로 대체할것을 장려하고 있어신선 사과의가공용으로이용은 상품성이 극히 떨어지는 일부 사과에국한되고 그만큼 식용사과의 공급량이 늘어난다. 못난이사과가 시중에많이보이는 것도이때문이다.한편비싸진가격때문에사과소비도 일정 부분 감소한다. 향후 두세 달 신선사과 공급 부족량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있다는말이다.
결국 사과 가격급등에 따른 소비 수요 감소, 점차 출하가 늘어나는 참외와 딸기, 수박,거기다가 저렴하게 공급되는 수입 오렌지 등을종합적으로생각해보면앞으로사과가격이더이상오르기쉽지않을것이라는예상은가능하다. 실제지난 2011년의 사과 생산량은38만톤으로 2010년 46만톤 대비약 20% 감소했으나,이듬해사과가격은12% 오르는데그쳤다. 사과 소비 감소 및 대체 과일의 공급과무관치않다.
문제는올해사과 생산이다. 작년과같이개화기 저온 피해, 여름철 폭우 및 탄저병 발생등으로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다면 사과가격은 추석을 맞아 급등할 수 있다. 따라서올해사과생육관리가매우 중요하다.근본적으로는기후변화에대응한안정적생산체제를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필히재배기술과 품종개량은물론인력고령화에따른첨단기술의접목이포함되어야한다.
한편이번 ‘금사과’ 논란과 관련하여식물검역을풀어사과를수입해야한다는주장또한유감이아닐수 없다. 일반적으로 생과실이나열매채소는과실파리와 코드린나방이라는해충이있으며, 바나나에는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있다. 특히사과에는 과실파리류, 잎말이나방류등이있어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유해병해충이국내유입되면매년방제에수백억원이들어감은물론다른과일에도피해를 주고,우리의 과일 수출도 어려워진다. 개별 과일마다 그와 관련된 특정유해병해충이 있고, 과일별검역조건이다를수밖에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도포도는수입되는데왜사과는수입금지냐는 주장은 검역에대한 이해가 너무부족한결과일것이다.
검역에오랜시간이소요되는것도 8단계에이르는 위험평가과정에서수출입국 서로가검역자료를 교환해 과학적 검토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상대국이제공하지않으면검역절차를진행할수 없고, 검역은 무한정 늘어진다. 이런 이유로 위험평가는통상 7~8년 이상이 소요되며, 때로는 더길어질수도 있다. 제주감귤이뉴질랜드에수출되기까지 23년이 걸렸다는 점은 검역의 특성을이해하는좋은예다.
또한 검역을 위장된 수입제한 조치로 이용하거나 고의로 위험평가를 지연하면 그 자체로WTO협정위반이다.실제위험평가를불필요하게지연하여 WTO 패널에서패소한 예도적지 않다. 따라서검역과정을 수입제한으로활용하거나 인위적으로 지연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검역은동식물및인간의건강과병해충의유입방지를 위해과학적근거를 토대로운영되는 것으로, 검역이외다른요소가끼어들어검역본래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금물이다.
올해초부터지금까지거의매주 사과 가격이 언론에 빠지지 않고 있다. 과연 향후 사과가격이급락했을 때도 지금처럼온 언론이나서서급락을지적하고정부가대대적인가격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소비자가중요하듯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산자도똑같이 중요하다. 소비자와 생산자와 모두를균형있게바라보는시각이아쉽다.
저온피해·탄저병으로생산량감소…기후변화대응생산체제구축해야사과는왜수입금지?…유해병해충유입되면우리과일수출도어려워정부,연일과일값안정대책…먹거리책임지는생산자도똑같이중요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