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주총,‘한국기업르네상스’열길
“관계 개선의 첫 단추는 자기 반성입니다.실수를인정하지않는데발전할리없잖아요?주주들은빚독촉꾼이아닙니다. CEO가 앞장서서자기반성의시간을 갖고,저평가원인을분석한뒤개선책을발표하는건분명과거와달라진 분위기죠. ‘밸류업’을 통해 기업과 주주모두윈윈한다면부국강병(富國強兵)의길이열리는거아니겠어요?”
A기업 주총장에서 만난 70대 노신사는“막말과 고성, 대답 회피하기 등으로 얼룩졌던주총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요즘 같아선 주총장 올 맛이 난다”고 했다. 1997년IMF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인생에서세차례크게넘어졌다는그는 “앞으로는 새로운 세대인MZ주주들이더활발한 주주참여문화를 만들어갔으면한다”며웃었다.
이른 아침부터 쏟아진 장대비에도 A기업주총에는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약 200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A기업은 최근 2년간 주가가 50% 이상 빠져주주들의원성이자자했는데, 막상주총을끝낸이들의표정은 밝았다. 한 30대 주주는“나름대로분석한기업의저평가원인과 CEO의시각을 비교해보고 싶었는데오늘 해결했다”면서“궁금증도 풀고미래방향도들을수있어서불안이확신으로바뀌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에상장된기업은 코스피, 코스닥을 합쳐모두 2584개에 달한다. 한국 경제의주인공인이들기업은그동안인색한주주환원 탓에 “상장만 하면 ‘을’에서 ‘갑’으로 돌변한다.” “한국장은호구나한다”는비판에시달렸다. 실제 최근 10년간 한국 증시의주주환원율은 29%(KB증권)에 불과해, 같은 기간미국 92%, 유럽등 선진국(68%)은 물론중국(32%)에도 크게못 미친다. 이런현실에한기업 관계자는 “오래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과인생의동반자라는 공식이 성립해야 하는데한국기업들은주주와이익을 공유하지않다보니 꺼리는 것 같다”면서 “기업들이 상장을‘발전의 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개선이시급하다”고지적했다.
주가는 기업의 피를 돌게 하는 혈류다. 한국기업에대한투자가늘어나면기업은 비싼금융비용을 들이지 않고 투자를 지속할 수있고, 이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기술 탄생의원동력이된다. 그리고이런기업과 원천기술이늘어날때국가경쟁력의선순환이가능하다. 세계의자본이몰리는미국기업을상대로힘겨운싸움을벌이고있는한국기업에게주가부양은필수적과제다.이런어려움속에서‘한국증시=저평가의 늪’이라는 공식을 깨기위해정부, 기업이변화를시도했다는점은긍정적이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 세제상 인센티브강화 등 보완할 점이 많다. 기업들은 주주환원 증가액에 따라 법인세 완화, 대주주에 대한증여및상속세완화등을요구하고 있고,주주들은체감 혜택을위한 배당소득세완화등을 주장한다. 정부는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5월께 밸류업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밸류업 준비 기업을의무공시하고,밸류업기업지수를개발해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한다. 이자금들이기업에유입되면한국기업들은한층더밸류업될것이다.
이러한 변화의시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않으려면 지구력이 필요하다. 방향이틀리지않았기에속도가더뎌도괜찮다고 본다. 한국증시의 활력이 떨어지면 기업의 사기도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뒤처질수밖에없기때문이다. 기업, 주주들의참여로이뤄낸밸류업이‘주주가치강화=기업경쟁력 약화’ 프레임을 걷어내고 K기업의 르네상스를열길 기대한다. 인구절벽, 생산성감소, 지정학적 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2024년이 한국기업의질적성장을이뤄내는첫단추가되길희망한다.
밸류업통해기업·주주윈윈…변화시도세제혜택등보완할점많아지구력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