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보다싼값…이달발생고장사고80%가‘우진’납품열차
최저가입찰제의그늘
임기짧은코레일사장성과경쟁…업체들,저품질중국산부품늘려정부‘노후전동차교체사업’…검증안된중소업체들다수수주우려사고많은업체에페널티강화…기술·안전인증등입찰기준높여야
하루 1000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는수도권 철도에서안전사고가 빈번하게발생하는 이유는 ‘최저가 입찰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는 화재, 탈선, 고장, 연착 등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시민들의 발이 묶일 뿐 아니라대형인명피해로도이어질수있다는점에서각별한주의가 필요하다.시민들의목숨을 담보로 운영되는 철도차량 시장이 품질과 기술력이 아닌 가격 논리에매몰되면서국내철도산업경쟁력은물론 시민의안전까지후퇴하고있다는비판이제기되고있다.
◆열차사고 30건중 25건이 제조사…최저가 논리에갇힌한국철도시장
28일 정부·철도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정부가 유일한 발주처로, 수요가 제한돼 매우 폐쇄적구조를 지닌다. 철도시장은 국가계약법에따라 규격·가격 분리동시 입찰제, 일정기술기준을 통과한 후 통과자에 한해최저가 투찰자가 낙찰되는 2단계 낙찰구조로 운영된다. 기술 평가가 있긴 하지만 평가기준이모호한데다 최저점만넘기면 되기 때문에 무의미하고, 최종단계에서는어차피가장 저렴한 가격을써낸업체가선택된다는점에서‘최저가
낙찰제도’가 지배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전언이다.
최저가입찰제의단적인사례는 2021년 4월 부산 1호선 전동차 200량 교체사업입찰 평가 결과다. 당시입찰에참여한국내3개제조업체는1단계기술평가에서최소 기준인 85점을 모두 통과했지만 2단계에서 최저가를 적어낸 우진산전이최종낙찰자로선정됐다.
최근 빈번하게발생하는 열차사고는철도업계의 ‘최저가 입찰제’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구조가 품질이 아닌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발주처마저정부로 한정적이다보니철도제조사들이수익성악화에내몰리면서도 저가 수주관행을끊을수없기때문이다. 이는 결국 열차 품질의하향평준화와철도사고증가로귀결될수밖에없다는지적이다.
실제철도노조가 이달(9~14일) 발생한수도권전동차사고를조사했더니총30건의 사고 가운데 25건의 사고가 우진산전이납품한열차에서발생한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80%가 넘는 수치다. 우진산전이납품한열차에서는 SLV화재, 중고장, 과전류, 보조휴즈 고장, 통신장애등원인도다양했다.우진산전은서울시가 2015년 전동차 경쟁입찰제도를 본격도입한 뒤가격경쟁력을 앞세워수주를 싹쓸이하며짧은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철도시장은 1강, 1중, 1약 구도인데,우진산전이전체시장의50%이상을차지하고있다.
◆최저가맞추려중국산 부품에의존
최저가 낙찰을 위해 낮은 품질의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다보니필연적으로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있다. 실제 위례선에 투입될 우진산전트램의 경우 차량의 기계·전기 분야 부품 34개 중절반가까이를중국에서공급받는것으로알려졌다.세계시장점유율 1위업체 중국중차(CRRC)로부터 조달받는부품이대부분이다.
가장 저렴한 가격을 써낸 투찰자가시장을독식하다보니국내철도차량업체들의 저가 중국산 부품 의존도는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따르면 한국의 중국산 철도차량의 부품 수입액은 2018년 4206만2000달러(약 567억9631만원)에서 지난해 6887만7000달러(약 930억1838만원)로 5년만에 63.8% 증가했다. 지난해중국에서들여온수입액은전체의46%에달했다.
문제는기술과품질이충분히담보되지않은 업체들이 납품한 열차가 오는2025년부터 본격적으로시민을수송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노후전동차 교체사업의대부분을품질이검증되지않은중소업체들이수주해간만큼이들이납품한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되면 크고작은 사고가 지금보다 더 빈번해질 수있다는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쉬쉬하고있지만 A업체열차는연속운행하면 다운돼 배차간격은 물론 특정구간은운행하지않는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AS나 리콜 등에대한 구체적사안도 없고, 수리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않는 걸 보면 제조사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것같다”고 귀띔했다.이관계자는“신규전동차운행이지난해말부터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안전사고는계속증가할우려가있다”고 덧붙였다.
철도 전문가들은 품질에 하자가 발생한 업체를 대상으로 한 페널티를 강화하고 입찰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교수는 “특정 기기, 특정업체에서지속적으로문제가발생한다면그동안의평가 관례에서 벗어나 기술, 회사의 재정능력, 부품 등의기준을 높여고사양의철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스펙과맞지않게설계하거나지속문제를일으킨 곳에 대한 페널티도 강화할 필요가있다”고 말했다.
철도기술연구원과 코레일의 예산을높여전동견인기와 제동시스템,윤축같은 핵심 부품의연구를 강화하고 입찰인증기준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선하 공주대교수는 “철도의부품별문제를파악해내구성을강화하기위해서는연구원의 지속적인 실험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위해안전기준을높이는방식으로철도경쟁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의 사장이 3년 주기로 바뀌면서 철도를 낮은 단가에도입해경영실적을 쌓은이후 책임지지않고물러나는게가장큰문제”라며“이들이사고에대해서는무책임하게방관하기때문에 저가 수주 관행과 각종안전사고가끊이지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