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의합리적선택이나라미래결정한다
전통지지층은정치를잘하든못하든묻지마투표…정당승패키는스윙보터에게후보개인기량보단각당의국정철학따져봐야… 30%무당층향배에‘나라운명’
이번 4·10 국회의원총선에서도선거결과를좌우할 사람들은중도파또는 무당층이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러여론조사에서 중도파는 대략 30% 수준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자신을 중도파라고 하는 응답 비율이작아지긴 한다. 거대양당인더불어민주당 또는국민의힘중어느한쪽으로마음을굳힌사람들이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30%에 이르는 중도파의존재자체가 없어지는것은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는 전통적지지층이 있다. 지역, 나이, 이념에 따라 고정돼있다. 이들 전통적지지층은 선거때마다 더불어민주당 또는국민의힘에‘묻지 마’ 투표를한다. 자기가지지하는정당이정치를잘하든못하든상관하지않는다. 선거당시상황에따라양당 지지층의결속력에다소 차이가 날수는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거결과를 좌우할정도는되지않는다.
중도파또는무당층은말그대로어떤특정정당도고정적으로지지하지않는사람들이다.투표를할때 지역, 나이, 이념에얽매이지않는다. 어떤 정당이정치를 잘하는지못하는지를가장중요하게 따져서표를던질뿐이다.당연히선거때마다 지지하는 정당이달라지고, 이들이어떤선택을 하느냐에따라 정당의승패가 결정된다. 중도파 또는무당층의선택이중요한것은이때문이다.
심폐소생이냐…매표행위냐
그럼중도파는 이번 총선에서어떤 선택을해야 할까?무엇을기준으로지지할정당을골라야 할까? 그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있지만,무엇보다 그정당의국가운영철학을빼놓을수 없다. 그정당이큰테두리에서국가를어떤철학을갖고어떤방향으로운영할것인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정당의국가 운영철학은그정당의대표적이거나 상징적인정책에서나타난다.이정책을잘살펴보면그정당의국가운영철학을파악할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더불어민주당의경우 이재명대표가말한‘민생회복지원금’정책이상징적인 정책의 하나이다. 민생 회복 지원금이란국민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100만원을지급하는 정책이다. 이대표는“여기에필요한 예산은 13조원”이라며 “이 돈으로 죽어가는 민생 경제와 소상공인, 골목 경제, 지방 경제를살릴수 있다”고 했다. 이대표는전국민에게25만원씩 총 13조원을 풀면소비가 활성화돼경제를살릴수있다고주장한다.
이대표주장대로당장은 돈이돌아소비가늘수는 있다. 하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정부때도긴급재난지원금을풀었지만 소비진작효과는단기간에그치고 말았다. 이대표는 민생 회복 지원금을 ‘민생경제심폐 소생술’이라고 했다. 심장이멈춰생명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심폐 소생술이필요하듯, 민생경제가 죽어가는 상황이니긴급지원금이필요하다는주장이다.
그러나 지금우리경제가어렵다고 해도당장 가구당 100만원을 풀지않으면 숨이 넘어갈 만큼 긴박한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심폐 소생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선거에서 돈으로 표를 얻기 위해 상황을 의도적으로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세금 퍼주기’라는 포퓰리즘의표출이라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이 대표 주장대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반짝 효과에그칠일회성정책보다 시간이걸리더라도 기업투자 지원과일자리창출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장기적으로 더효율적일 수있다.
국민의힘 상징적 공약의 하나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들 수 있다. 한동훈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야당인민주당이반대해통과되지않고 폐기될 상황”이라며“국민의힘이 1400만 개인 투자자의힘이되겠다. 금투세폐지를반드시해낼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들을 향해“총선 결과에따라 금투세가 폐지될지아니면 시행될지가결정된다”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같은금융투자로 일정 수준 이상의 양도 소득을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식투자로 5000만원, 펀드 등 기타 상품으로 250만원 이상 벌면 이익의 20~25%를 과세한다.금투세는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주식시장 침체를 이유로 2년간 유예돼 2025년부터시행된다.
정책들여다보면정당이보인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 대신 외국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금투세를 폐지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돼 1400만 개인 투자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는 조세 형평 원칙에어긋날 수 있다. ‘소득 있는곳에세금있다’는 말대로 근로소득처럼투자소득에도 과세해야 하는 게 조세형평 원칙에 맞을 수 있다. 세금 감면으로 경제를 활성화해장기적으로 국민이 이익을 보게 하는 정책을 따를 것인가, 조세형평이라는 원칙을 따를 것인가의문제이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양당 국가 운영철학의상징성이 드러난다. 이재명대표는 “중국인들이한국이싫다고한국물건을사지않는다.왜중국을 집적거리느냐,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중국 말)’,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했다. 이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권이가장크게망가트린게외교”라며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대만해협이뭘어떻게되든우리가 뭔상관있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우리가 왜 끼나”라고도 했다. 윤석열정부가 한·미·일 협력강화만을중시하고중국과러시아를멀리하거나자극한다는비판이담겨있다.
이에대해한동훈위원장은 “민주당의대중국굴종인식이다시한번확인됐다”고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는 작년 6월 주한 중국 대사관을 직접찾아가서외교부의국장급에불과한 싱하이밍 대사에게 훈시에 가까운일장 연설을 15분간 고분고분 듣고 왔다”며“중국 패배에 베팅(‘건다’는 뜻) 하다간 후회한다는싱대사의협박에가까운발언에한마디반박도 못한 게이 대표다. 실수로 반박을 못한게아니라그런생각이라는점을이번셰셰발언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불법어선이 서해까지들어오고 한복, 김치를자기들 문화라 주장하고 동북공정으로 (우리역사를자기네역사라고)우리역사에대한잘못된 주장을 해도 이대표는 그 뜻을 받아들여‘셰셰’할 것인지묻고싶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강민석대변인은 “중국은 우리최대 교역국이다. 최대교역국과 잘 지내라는 말이왜 사대주의냐”며 “외교의 목적은 국익이다. 국익실현을위한외교를하라는게무슨굴종적자세냐”라고 했다.민주당주장대로최대교역국인중국과 잘 지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대중국 및 대러시아 정책은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체계라는 우리 외교안보정책의큰틀을떠나서논의할수는없다.
우리가중국이나러시아라는주변강대국의간섭과압박에서벗어나국가주권을지킬수있는가장기본적토대는한·미안보동맹을기반으로하는 한·미·일 협력관계다.최대교역국인중국과도잘지내면서안보의기둥이되고있는미국·일본과도잘지내는게우리의과제이고숙명이다.우리가중국과대만의양안문제나러시아와우크라이나전쟁에관심을갖는이유는두문제가한·미·일협력체계라는우리외교안보정책의틀에서벗어날수없는사안이기때문이다.
막말·자질논란보다중요한것
민주당말대로 ‘국익’ 외교를한다면이런복잡한 국제정세를 잘 헤아려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에 셰셰하면 그만이다’ “대만해협이어떻게되든 우리가 뭔 상관이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왜 끼어드나’ 라고 쉽게말할 일이 아니다. ‘셰셰’ 논란에는 외교 안보 국정운영철학에대한 이대표와 한위원장의근본적차이가담겨있다.
이밖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에는 국정운영철학 차이를 보여주는 정책들이많이있다. 선거에서후보들의막말이나 자질도 따져볼문제이긴하다. 그러나그것보다몇배이상더중요한것은양당의국가운영철학이다.이번총선에서어느쪽국가운영철학이국가와국민에게더이익이 될지하는 판단이내려진다. 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바로 중도파 또는 무당층이다. 이들이어떤 쪽을 선택하느냐에나라의미래운명이걸려있다.
필자주요이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원주한라대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