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강조한섬유의거인조석래…한미FTA체결이끈재계‘맏형’
국내첫스판덱스개발·상용화성공전경련수장지내며업계목소리대변평소수행비서대동않고합리적성품
한덕수·오세훈·이명박등다녀가고이재용·홍라희·정의선·최창원등조문
재계31위(자산 기준)그룹을일군 ‘섬유의 거인’ 조석래효성그룹 명예회장이지난 2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2017년고령과건강상이유로경영일선에서물러난지7년 만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숙환으로최근 서울연건동 서울대병원에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임종은 송광자여사와장남조현준효성 회장, 삼남조현상효성부회장등이지켰다.
조 명예회장은 1935년 경남 함안의만석꾼 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인고(故)조홍제효성창업주는1948년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과 삼성물산을 세워운영하다 1962년 독립해효성물산을세웠다.
조 명예회장은 경기고를 입학하자마자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 히비야고를거쳐와세다대이공학부를졸업했다. 그는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1966년 2월 부친에게급히귀국하라는연락을 받았다. 당시 효성은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던 시기였다. 조홍제 창업주는 화공학을전공한아들의도움이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아버지의 부름에 아들은회사로달려가 효성그룹도약의기틀을다졌다.
조 명예회장은 ‘원천기술’이란 말을입에 달고 살며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변변한 자원도 없던시절경제대국인 미국, 일본을 넘을수있는방법은 ‘기술’밖에 없다는판단에서였다. 효성은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971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1992년 스판덱스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2000년 상용화에성공한건이같은신념덕분이다.
한국 섬유산업을 세계 일류로 올려놓은 ‘섬유업계 거인’은 자신에겐 깐깐했지만 밖으로는국가 발전에기여하기위해 고군분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등경제단체수장을 맡으며산업계목소리를 대변해 ‘재계의 맏형’으로 불렸다. 조 명예회장이지갑에넣고다닌명함만봐도알수있다. 한일경제협회 회장, 전경련 회장, 한미재계회의위원장등20개에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필요성을공식제기한인물도조명예회장이다. 2000년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자격으로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2년 한·미FTA 체결을 성사시킨 주역중 한 명으로그가꼽히는이유다.
조명예회장은화려해보이는삶을꺼렸다. 평소수행비서를대동하지않았다.그가 중국 출장에서귀국하는 길에마중나온임원들이가방을들어주려하자“내가방은내가들수있고당신들이할일은 이가방에전략을 가득 채워주는것”이라고말했다.독서를좋아하며학구적이고동시에합리적이기도하다.
2010년 담낭암 말기판정을 받아 절제수술을 받은 조 명예회장은 2014년초엔전립선암으로치료를받았다.고인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마련됐으며유족은 지난 30일 오후 1시부터 조문을받았다.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한 차남 조현문 전효성부사장은 조문 첫날 빈소를 찾아 5분 정도 머무른 뒤자리를 떴다. 빈소 전광판에공개된 유족 명단에조현문 전 부사장 이름은 오르지않은것으로 미뤄일반 조문객 자격으로 찾은것으로보인다.
빈소에는윤석열대통령명의조화와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양쪽에나란히놓였다. 영정사진앞에는고인이1987년 받은금탑산업훈장도함께놓였다.
조문 첫날부터 재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이어졌다.재계오너일가중에서는 가장 먼저고인의동생인조양래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이차남인조현범한국앤컴퍼니회장과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아1시간가량 머물렀다.
이날 4대 그룹중에서는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친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가장 먼저빈소를 찾았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조문하며 “(조 명예회장은) 아주좋은분이셨다”며“좋은곳으로잘가시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태원SK그룹 회장 사촌동생으로 ‘SK 2인자’인최창원SK수펙스협의회의장도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재용 회장동생이서현삼성물산전략기획담당사장도 남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한일경제협회장을맡고있는김윤삼양홀딩스 회장은 “재계의 큰 거목이가셔서 아주 큰 손실”이라며 “특히 섬유산업에서는 큰 선구자였는데가셔서애석하다”고고인을추모했다.
정계에서는조문첫날에는한덕수국무총리를비롯하여최중경전지식경제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강경화 전외교부 장관 등이 조문했다. 조문 이튿날엔 조 명예회장과 사돈지간인 이명박전대통령을비롯해성태윤대통령실정책실장이빈소를다녀갔다.
조 명예회장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다음 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이홍구 전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이상운효성부회장이장례위원장을맡았다. 발인은 4월 2일 오전 7시, 영결식은오전8시에열릴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