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주목받는‘기술의목적’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회인 미국 라스베가스 CES(소비자전자쇼)는 미래기술 트렌드를제시한다는 면에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크다. 기술이국가 명운을 좌우하는 기술패권시대에접어들며CES의 중요성은더욱 커지고있다. 우리나라도올해 CES 2024에 역대최대규모인784개기업이전시업체로참여하고1만5000명에 가까운 참관인원을 기록하는 등뜨거운 관심을 보인것은 시대흐름을 따라가려는고무적현상이라하겠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CES에서 우리 기업은무엇을 배워야 할까? 물론 분야 별로 어떤 신기술이 제시되었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CES 2024의 핵심트렌드는모든분야에걸쳐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 등 인공지능(AI) 기술이압도적주목을 받으며모든 기업이반드시적용해야 할 필수 기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아울러기후 위기에 따른 환경의 지속가능성은물론 보건·의료, 안전, 사회양극화 등 사회문제를해결하여사회의지속가능성을확보하기위한 기술이크게부상하고있다는 점도역시핵심트렌드로제시되었다.
기술과 함께우리가반드시주목해야할트렌드는 시대정신의 변화다. 1967년 처음 개최된이후 늘 신기술 제시에주력해온 CES에 작년부터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기술 혁신자체보다 기술 혁신의 목적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변화는작년세계적농기계회사인존 디어와 세계최고 자동차 회사 BMW의사례에서 극명하게 표출되었다. 존 디어는 자율주행트랙터를 출품하고 BMW는 자율주행은 물론 차 색깔도 마음대로 바꿀 수있는 카멜레온 자율주행차를 제시했다. 기술 혁신면에서보면장애물이별로 없는 농지보다 훨씬어려운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이 훨씬 고난도이고 색깔까지바꾸는 BMW 기술이절대적으로 앞서지만 세계인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존 디어에쏠렸다. BMW의 기술은 기술 자체로는훌륭했지만기술 혁신의 목적 면에서 존디어의 적수가되지못했다. 존디어는 80억명의전세계인구가 장차 100억명으로 증가가 예상되는데 기후 위기에따른이상 기후, 농지및물부족등으로농업생산성이인구 증가를 따라가지못해세계는 식량 위기에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황에서존디어는자율주행트랙터등농업 기술혁명으로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하겠다고천명하며세계인을 감동시켰다.기술혁신도 중요했지만 그 기술 혁신의목적이대단히훌륭했던 것이다. 40년 전부터올해까지스무 번 가까이 CES를 참관해온 필자에게는AI 등 신기술 못지않게중대한 변화로 인식되었다.
기술 중심에서기술의목적중심으로의변화는올해더욱 두드러졌다. 기술혁신은 ‘기술을위한 기술’이아니라 ‘인류를 위한 기술’이어야한다는지극히당연한사실에세계가주목하기시작한 것이다. CES가 작년과올해‘인류를위한 기술’이라는 기술 혁신의목적으로 제시한 개념이 ‘Human Security for All’이다. 이는 1994년 UN이 처음 제안한 이후 CES의 주관기관인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작년유엔과함께다시시작한 캠페인으로, ‘모두를 위한인류안보’라번역하는것이가장적절해보인다.국가에‘국가 안보’가 가장중요한것처럼인류에‘인류 안보’가가장중요하다는것은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류 안보’는 인류의 생명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8가지위험에서인류를안전하게보호해야한다는 의미다. 8가지위험이란 환경, 식량, 보건·의료, 경제, 개인 안전·이동, 공동체안전, 정치적자유의7가지 분야에서의위험에올해추가된기술 분야를 포함한 8가지 분야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위험을말한다.세계각국및세계인은모두함께 협력하여 기술 혁신으로 인류가 직면하고있는 거대 위험에서 인류를 구하고 세계인의일부가아닌‘모두를 위한인류 안보’를 달성하자는 목적이다. 이개념이바로이시대를관통하는 시대정신으로서 기술 혁신의 목적이 되고있는 것이다.
식량 위기해결을 기술 혁신의목적으로 제시하여 CES 2023의 스타 기업이된존 디어에이어올해는대부분의기조연설과제품전시에서기술의목적중심으로의변화가 핵심개념으로 제시되었다. 개막식에 이어 열린 프랑스의 세계적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기조연설도좋은 사례다. 화장품 기업으로는 최초로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로레알은 제품이나 기술을앞세우지않고인류의기본 욕구인아름다움을 통해인류에 행복과 자신감을 제시하고환경및사회의지속가능성에기여하는기업임을강조하여갈채를 받았다. 역시기술중심에서기술의목적중심으로의관점변화를 제시한 것이다. 이렇게기술의목적을 분명히하고이를 이루기위한 혁신적뷰티기술을 하나씩발표하여 제품 중심의경쟁사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뷰티 지니어스’라 불리는 생성형AI 기반의 뷰티 비서 등 AI기술로 ‘디지털퍼스트기업’구현을제시하고, ‘모두를위한아름다움’이라는 환경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에기여하는 혁신적뷰티기술을 파트너기업과함께하나씩발표하여많은주목을받았다.이를통해로레알을 경쟁사보다 한차원높은기업으로자리매김하고있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유통 기업인 월마트의 기조연설도역시같은맥락으로큰주목을 받았다.우리나라의이마트가쿠팡, 알리, 테무등국내외온라인유통기업과의경쟁에서고전하고있는 것과는 달리월마트는 아마존과의경쟁에서당당히선전하고있다. 월마트역시제품및기술 혁신에앞서그목적으로 ‘사람이 주도하는기술기반 온·오프 옴니채널소매유통기업으로서사람들이돈을절약할뿐만아니라보다나은삶을영위하는데헌신하는 기업’이라고 회사의 미션을 정의했다. 이 미션 및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 및 추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반의소셜커머스, 드론 배송, AI 기반 업무 혁신등 혁신기술로 ‘적응형(Adaptive) 리테일’이라 불리는온·오프경계없는개인맞춤형유통을추구하고 있다.이마트가잘참조해야할 사례다.
올해 CES의 여러기조연설에서파트너사로출연하여CES 2024의 ‘소리없는 승자’라는 평가를받은마이크로소프트도시가총액세계1위기업탈환의비결로목적및미션중심으로의변화를 제시했다. 회사의 핵심가치를 과거‘모든 사무실과 가정의PC에마이크로소프트의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제품및기술중심에서‘모든 사람과조직이더많은성취를할수있게한다’는목적및미션중심으로바꾼것이바로이시대정신을반영하고있는것이다.
결론적으로존 디어, 로레알,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기술 중심에서기술의목적중심으로관점및패러다임을 전환하며기업의 업(業)을시대정신의변화에따라재정의하고있는것이다. 이변화는우리기업과정부에도중대한교훈을 제시한다. 아직대체로 업(業)을 제품 및기술 중심으로 정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하루빨리목적, 미션, 사람중심으로 재정의하며기업전략을 바꿔야 할 때다. 정부 및 기업의 R&D(연구개발)도 세계적추세에맞춰기술중심에서목적및미션중심으로 확대해야 함은물론이다.변화해야산다.
CES에반영된시대정신의변화…기술혁신은‘인류를위한기술’존디어,‘자율주행트랙터로식량위기해결’목적제시… BMW압도로레알·월마트·MS등‘업(業)’의재정의…우리기업도전략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