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김여정은왜‘북·일관계개선’카드꺼냈나

- 김영윤(사)남북물류포럼대표

북한과 일본이현재의양자 관계를 바꾸려는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과일본은지난1월 말부터베이징에서고위­급 비밀회담을 진행했다. 2월 들어한국·쿠바의수교 소식이전해지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서둘러일본과의 협력의사를 수용하면서기시다 후미오총리가“가능한 한이른시기에김정은국­무위원장을직접만나고­싶다는의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2024년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 일본이 느닷없이 대북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직접적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당면한 정치적상황과 연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 9월임기만료를 앞둔 기시다 총리의 재선에 적신호가 켜져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로서는이를돌파할­수있는정치적모멘텀이­절실한상황이라고할수 있다.북한과의관계개선을통­해일본국민들이원하는­납치자 문제를 포함한북한 핵·미사일문제등현안을풀­어나가려는의지를보여­줌으로써20%대지지율을끌어올리려­고하는것이다.

북한은 어떤가?일본과같이절박한국내­적상황에직면해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원하는납치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일본과 대화협상의전제가되지­않음을분명히하고있다. 더나아가“일본이알재간도없는납­치문제에 골몰한다면 총리의 구상이인기 끌기에불과하다는평판­을피할수없게될것”이라고압박까지할 정도다. 과거북한은 북·일정상회

담을 통해 일본인13명을 납치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도 했다. 생사가 불분명한 사람에 대해서도 철저하게조사를 재개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나 이후북·일관계의진전은별성과­를거두지못했다.북한은이를일본의잘못­으로보고있다.

일본이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공개하면서도 정작 핵문제나 납치자 문제해결을 단호하게거부하고 있는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면서도 이 기회를 일본과의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강한 애착을 가져왔다. 마치지금으로부터20­년도 훨씬넘은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합의한 내용이실현되지않은 데대한미련이있는 것처럼. 당시고이즈미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일평양선언’을 공표하면서국교 정상화회담의추진은 물론 과거사 반성에기초한 보상, 납치등 유감스러운 문제의재발 방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고 했다. 국교정상화 이후에는 무상자금 협력, 저금리장기차관 제공이나 국제기구를통한 인도주의적인 지원 등 경제협력을 추진하는데도 합의했다. 이런점에서북한이추구­하는 대일본 관계개선의목표는 기본적으로 평양선언의 재연, 양국 관계의정상화에있다고­할 것이다. 겉으로드러나는것과는­달리작금의북·일협상의진행상황을들­여다보면북한이오히려­더적극적임을알수있다.그들의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일본을 대화로 추동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김여정부부장이일본은 “우리의정당방위에속하­는 주권 행사를 간섭하고 문제시하고있다”고지적한것이나“일본은역사를바꾸고지­역의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새로운 조·일(북·일) 관계의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없다”고 비난한것도따지고보면­서로의관계를새롭게 가져가자는 속내를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나아가“사상 최저수준의지지율을 의식하고 있는 일본 총리의정략적인 타산에 조·일 관계가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상호 일반적인관계개선을 하자는것의반어적표현­이라고할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김여정 부부장이 ‘전제조건 없는 일·조 수뇌 회담’을 요청하면서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일본 측이며다만 우리는일본이과거에얽­매이지않고 새출발을할 자세가 되어있다면환영할 것이라는입장”이라는것도이를방증하­는언급이다.

이상에서볼때일본은일­단과거문제를해결하여­국내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북한은 출발부터일본과 양국 관계의기본적개선을원­하는미래지향적차원에­서접근하고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대북한 접근에미래지향적자세­가 전혀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압박과함께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과의 접촉을 거부한다고 한 김여정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일·조 간에결실있는관계를실­현하는것은 쌍방의이익에 합치되며, 지역의 평화와안정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생각은 변하지않았다”고 했다. 북·일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뜻이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 개선은 우리에겐 어떤파급효과를 가져올까? 한마디로 부정적이다.대북한 정책적 고립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이대일본 관계 개선에강한 집념을 보이는이면에는 남한을 의식한 측면도 배제할 수없다. 남한을 일본과 미국에서 고립시키기 위한포석의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미국과 일본을 등에업고 극도의대북한 적대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한을 궁지에몰아넣으려는전­략이라고할수 있다. 이의실현가능성도전혀­배제할수없는것이작금­의상황이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트럼프의재선­이이루어질경우 북·미관계가크게요동칠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북한의빅딜이성사될가­능성도 있다. 그렇게된다면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그어떤관계개­선도거부하려고시도할­것이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남한을 고립시키려는북한의전­략에잠식됨을 의미한다. 북·일 회담이지금은 비록 난항을 겪고있지만 트럼프의 재선은 북·미 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마저크게 바꿀 가능성도 크다. 남한은 이런 경우어떻게 되나? 정책은 앞을 내다봐야 한다. 앞에놓인변화를 읽어내지않는 정책은 제대로된 정책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의도를간파한 대응이필요하다. 북한과 일본, 북한과미국의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가개선되지않는상­황을막아야 한다. 미국과일본이북한과관­계개선을시도할때남한­은북한과단절되어국제­관계에서외톨이가되는­상황을자초해서는안될­것이다.향후전개될국제관계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대북정책의 방향을설정해야 한다면지금이바로그방­향을심도있게생각해야­할 시점이다.

“기시다가정상회담원해”먼저밝혀…북이‘관계정상화’더적극적남한을일본·미국서고립시키려는포­석…트럼프재선땐빅딜가능­성국제관계서외톨이되­는상황자초해선안돼…대북정책방향고민을

필자주요이력

▷독일 브레멘대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통일연구원북한경제연­구센터소장▷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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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 김여정북한노동당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북한노동당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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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기시다후미오일본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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