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자산불평등이부른탄소­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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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최근구설에 오른 건 기후정의의 상징적 장면이다.스위프트는2월 11일 오후3시30분(현지시간)이조금 넘어서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열린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즉 ‘슈퍼볼’을 관람하기위해서였다. 슈퍼볼 우승 트로피는 스위프트의연인 트래비스켈시가 소속된 캔자스시티에 돌아갔다. 캔자스시티가 승리한 뒤시상식장에 내려와 그가켈시와 포옹하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전세계매체에보­도됐다.

슈퍼볼보려고전용기8­82대날아

스위프트의 ‘사랑꾼’ 행각은 켈시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것이었겠지만 대중의 눈엔논란이 됐다. 스위프트는 10일 오후 6시(현지시간) 도쿄돔에서 시작한 콘서트를 3시간 30분가량 진행하고 한 시간 만에하네다 공항에도착해 자신의 전용기 다소 브레게 미스테르팰콘 900을 타고 곧 바로 연인의슈퍼볼을 보기위해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4000만 달러짜리전용기로이동­한 거리는약 8900㎞로 며칠뒤인 16일 호주 공연을 위해움직인것까지합치­면 연료로 약 3만3000ℓ를 썼다. 이에 따른탄소배출량은약 90톤. 워싱턴포스트(WP)는 “(스위프트의 전용기이동에따른 탄소 배출이) 올해 내내 평균적인 미국인 6명이 배출한탄소를합친것보­다많은양”이라고 했다.

스위프트는 2022년에 ‘탄소 배출이가장많은 유명인 1위’로 선정됐다. 스위프트는 전용기사용 등으로 그해상반기에만 세계인의평균을 1500배 상회하는 8293톤을 배출했다. 영국의지속가능성마케­팅업체 ‘야드’는 이같은내용을공개하며­유명인들이전용기를 과도하게띄우며탄소를­배출하고있다고비판했­다.

스위프트 측은 전용기사용으로 배출한 탄소를 상쇄하기위해배출권구­매등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밝히지않았다고­WP는 전했다.

이날슈퍼볼을보기위해­전용기를띄운사람이스­위프트만은아니었다. WP는비즈니스항공편­추적업체WingX 통계를인용해“스위프트를태운전용기­는지난주말라스베이거­스로향한전용기882­대중하나”라며올해슈퍼볼관람을­위해이용한전용기는역­대두번째로많았다고보­도했다.슈퍼볼에가장많은전용­기가집결한때는지난해­로애리조나글렌데일에­서열린슈퍼볼경기에9­31대가날아들었다.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려는 부유층의 무절제한 낭비나 과시형 소비가 어제오늘 일이아니지만 과소비에따른탄소과다­배출은다른차원의문제­를 야기한다. 부유층의과거과소비는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고 주변의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것에불과했지만 현재의과소비에따른탄­소과다 배출은 타인에게실질적인손해­를 끼친다는 데서새로운 차원의사회적문제가 된다.

2020년 옥스팜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1990~2015년 기준 전 세계 상위 1% 부유층(6300만명)이 소비활동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전세계배출량에서15%를 차지했다. 범위를상위 10%(6억3000만명)로 넓히면비중이52%였다. 소득하위 50%(31억명)가 배출한탄소는전체중 7%에 불과했다. 소득상위1%가소득 하위 50%에 비해두 배넘는 탄소를 뿜어내는비정상적인상­황이새로운글로벌의제­를제시한다.기후정의다.

탄소불평등은 부동산이나 소득·자산 불평등과 완전히다르고 더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불평등이편익의편중에­머물지않고 보편적비용으로 직결하고, 게다가 비용을 치를능력이부족할수록­더큰비용을치르게하는­구조이기 때문이다.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나집단,국가는편익을누리지도­못한다.

윤리적관점을논외로하­면,구체적인내용을밝히지­않았지만스위프트가전­용기사용에따른 탄소 배출을 배출권구입으로 상쇄했다는측면에서최­소한의양식은지킨셈이­다.반면전용기900대가­량을몰고온부자들이대­중의감시에노출된스위­프트처럼상쇄의길을택­했는지는확인되지않는­다.전용기사용이슈퍼볼에­만국한한사안이아니고­탄소불평등이전용기사­용에만국한하지도않을­것이다.

환경운동가가대저택전­력20배사용

<불편한 진실>이라는 기념비적저서로기후변­화 담론을 세계에공론화하는데크­게기여한앨고어가탄소­불평등과관련한 ‘불편한 진실’로 10여년 전여론의질타를받은적­이있다.미국명문가출신인고어­는테네시주내슈빌에거­실20개와 욕실8개가있는대저택­을소유하고있으며다른­곳에도부동산을보유하­고있다.논란이된건고어부부가­사는내슈빌대저택의전­기요금이었다.미국인가정의평균전기­사용량에비해약 20배많은전력을썼다­는사실이폭로돼한동안­이중성이도마에올랐다.

페미니스트를자처하며­진보적인시각을취하고­있는스위프트또한탄소­과다배출과관련한 공격을종종 받는다. 미국보수 정치평론가 앤 콜터가 “그렇다. 우리는 석유가 필요해서이라크를 침공한다. 그래야만 너희들이자가용 비행기와 리무진을 타고 다닐것이아니냐”고 한때할리우드를겨냥해­일갈한적이있다. 콜터의경구가 당시민주당 진영을 공격한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탄소 과다배출을꼬집었다 해도크게틀린말은 아니다.물론 그렇다고 이라크 침공을 그렇게쉽게정당화하거­나희화화해서는안 됐다.

탄소불평등에 기반한 기후정의 문제는 국민국가의 국경을 넘어선다. 주지하듯 주로 선진국에서발생한 온실가스가 국경안에머물지 않고 북극·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무대로들쑤시고다니기­때문이다.

국제개발센터(CDG)의 기후위기 취약국가종합순위는 중국, 인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적도기니, 브룬디, 수단, 방글라데시, 르완다,세네갈,나미비아순으로 1~10위였다. 10위권에OECD 국가는한 나라도 포함되지않았다. 중국과 인도를 빼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하위권에 속한다. 온실가스는 적게배출하고 피해는많이보는 국가들에서목격되는 불평등과 부정의가기후정의의핵­심쟁점이다.

대표적으로 탄소 저배출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2022년 여름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규모홍수가 일어나 국토가 3분의 1이나 잠기는 재앙을 당했다. 이에따라 그해 11월 이집트에서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 피해를 당한 중저소득 국가에선진국이보상하­는‘손실과 피해’보상기금마련에 합의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국가별분담은어떻게할­것인지등에관한구체적­합의가 쉽지않겠지만 지구촌 차원에서탄소불평등을­인정하며기후정의를위­한 국제적인행동계획을수­립했다는데의의가있다.

어느국가가책임이클까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명시된 CBDR(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원칙은 공동의책임을 인정하지만 국가 간에는 차별적책임이있다는 논리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역사적 책임의차이와 환경문제를 다룰 수 있는 경제적·기술적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여 국제의무를 차별화하는내용이다.

현실에서 CBDR 원칙을 적용하기는 쉽지않다. 예컨대 파키스탄에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한다고 할때국가별로 어떻게차별적책임을 부과할 것인지합의를 끌어낼 수있을까. 지금 전세계에기후위기를일­으키는 온실가스중인간이인위­적으로 배출한 것은 산업화 이후 수백년에걸쳐쌓인 것으로, 누적배출량은미국이1­위지만 현재배출량은중국이1­위다. ‘차별적 책임’을 산정할 때 현재의 책임과 현재완료의책임사이에­서어느쪽이더큰책임을 져야 하는지국가 간에합의가 도출될수 있을까. 더구나 첨예하게이해관계가 충돌하는두나라가다름­아닌중국과미국이다.

기후정의는이처럼국내­보다는 국제적으로더문제가 되기에해법이잘 찾아지지 않는다.위기는글로벌하지만의­사결정이국민국가수준­에 맡겨져있다는 근본적인 거버넌스의 한계때문이다.

기후정의는 20세기 말에들어인류가 처음으로 자각한 전혀새로운 문제지만 이문제는인류가 시급히풀어야 할 문제목록 최상단에위치한다. 그전까지지구촌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작동하는환경­정의를어떻게실현할지­를고민했다. 환경정의도 레이철 카슨 등이활약한 20세기 중반에등장했으니비교­적 새로운의제였다. 산업화에따른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했지만, 국가가 개입하여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더라도 환경정의에관해선 나름 해법을 찾아갈 수 있었다. 기후정의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위한 글로벌거버넌스를 마련할 수없다는측면에서 환경정의와 달리 해법 마련 가능성을어둡게 한다. 그나마 글로벌 거버넌스라고 존재하는 유엔이라는 것이 세계정부와는 한참거리가있기때문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결합한 국민국가 체제는 결국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의제를 해결하는 데바람직한 시스템이아닌것이밝혀­질 테고, 기후정의는 기후위기의 심화속에서표류하다가­과거유행한 세계시민이란말처럼폐­허속에서실현해야 했지만 하지못한 통한의개념으로 후세가 곱씹을 가능성이크다고 하면 너무 비관적인가. 공동의, 그리고차별적 재앙이 본격화하고 있어서 낙관론을살리려면서둘­러움직여야 한다.

전세계부유층상위10%이산화탄소배출52%…소득하위50%는7%불과탄소저배출국가파­키스탄은국토3분의1­홍수피해…국경넘는기후재앙시급­히풀어야할문제인데책­임큰미·중국가간합의도출두고­첨예한대립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경향신문 사회책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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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챗GPT DALL·E가 만든 이미지.부유한남성과여성이개­인제트기창밖으로환경­이파괴된도시를바라보­고있는모습을표현해달­라고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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