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저널리즘의미래는?
정당한대가없이뉴스콘텐츠무단사용…뉴욕타임스,오픈A·I MS제소빅테크‘공정사용’내세우지만명분약해… AP·르몽드등저작권합의도협상력취약한소규모·비영어권언론사공동전선…한국,아직걸음마단계
언론을 전공했고 언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현실은 갈수록 언론계에 진출하려는 학생이없다는 점이다. 1980년대 대학 졸업당시신문사는언론 전공자로서최고의 직장이었다. 그러나 서서히방송이그자리를빼앗고그다음에는 광고, 그리고홍보분야가 이를 차지했다.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최고대세가 되어서유튜버가 되는 것이많은 젊은사람들의꿈이 되었다. 뉴스를 다루는 언론계의인기가갈수록추락하는가운데어쩌면언론산업을고사시킬가장강력한도전자가 나타났다.즉인공지능, AI가 그것이다.
AI가 언론산업에피해를끼칠수있는방법은여러가지있지만그중가장우려되는부분은뉴스콘텐츠의무단 사용이다.인공지능시스템이나앱을학습시키는가장기초적이고중요한 데이터가 뉴스 콘텐츠인데 AI 회사들이이를 정당한 대가 지불없이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런우려때문에미국뉴욕타임스는지난연말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이신문은양사가 자사의저작물을 허가나 대가 없이사용해서저널리즘에대한 막대한투자에무임승차하기때문에“수십억달러의법적손실과실제손해를보상할 책임이있다”고 주장했다.
AI의 콘텐츠 무단 사용에 관한 분쟁은 뉴스에국한되지않는다. 전세계최대사진아카이브 업체인 게티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 업체인 Stability AI를 상대로 1조8000억 달러에달하는손해배상을청구했고존그리샴등인기소설가들역시자신들콘텐츠가무단사용된다는 점을 들어비슷한 소송들을 제기하고있다.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이는 AI를 운영하는 빅테크회사들과 콘텐츠 메이커 간에 전방위에 걸친전쟁으로확산되고있다.
그러나 AI에 가장타격을받는대상은역시뉴스 매체 산업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따르면작년한 해미국에서는 신문사기자 자리가 2700개 사라졌고 매주 평균 2.5개신문이 폐간되었다. 지난 10년간 46개 대형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은 43% 증가했으나 이들회사의매출은 56%나 감소했다. 지난 20년간미국에서기자숫자는 3분의 2나 줄어들었고신문사숫자는3분의1 감소했다.
사실언론사의이러한추락은 AI 출현이전부터 시작되었다. 구글 등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주범이다. 이들이 디지털광고를독점하며언론사, 특히소규모, 지방 신문사를 고사시킨 것이다. 그래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대형전국 신문사들은디지털변신을성공적으로이뤄내오히려사세를키운바 있다.뉴욕타임스는디지털체제변화와경영혁신을통해지난 10여 년간구독자수를 약 100만명에서 1000만명 정도로 10배확장하는놀라운성과를거두기도했다.
그러나 AI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성AI의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은콘텐츠의출처를찾기어려운경우가많기때문에대형언론사라 하더라도 이에대한 정당한대가를요구하기가어렵다.또한언론사의유료구독장벽도회피할수있기때문에그문제가더욱 가중된다. 무엇보다 생성 AI는 언론사사이트나 기사를 직접클릭할 필요가없기때문에클릭에의한 트래픽을통해광고수입을얻는언론사로서는난감할수밖에없다.
이에대해 AI를 운영하는 빅테크 회사들은소위공정 사용(fair use)이라는 개념으로자신들을 방어한다. 즉저작권이있는내용도원문을그대로사용하지않고 상당히(substantially)변환해서 사용하고, 또 변환된내용을 가지고원문과같은시장에서경쟁하지않을때에는저작권의예외가 적용된다는 점을들고 있다. 그러나결국은 AI 생성콘텐츠로인해원작콘텐츠의트래픽이줄어드는것은자명하기때문에이는궁색한변명으로들린다.
그런 이유로 AI 회사들은 콘텐츠 메이커들과 협의를 통해사전에이문제를 해결하고자한다. 뉴욕타임스의소송도 결국은 최종 판결까지길게는 10년이 걸릴수있어서양사는사전합의에이를가능성이높다. 오픈AI는 벌써미국 AP통신, 독일 미디어기업인악셀스프링거, 프랑스르몽드와보상협상을완료했다.구글도뉴욕타임스와 AI 관련저작권합의를보았다.
그러나 이런 협상은 대개 세계적인 언론사들, 특히영어를사용하는대규모언론사에해당되는 얘기다. 이들은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우월적인 협상력을 이용해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낸다. 협상력이취약한 중소 언론사나 비영어권 언론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혹은 비영어권 언론사를 위한 별도의대책이필요한데이는 개별이아닌공동전선을통한단체협상이다. 또이를위해 정부 규제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캐나다나 호주 등 정부는이를 위해적극적으로노력해어느정도성과를거두고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협상이아직시작 단계다.한국신문협회는 작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의견서를 제출해서뉴스 저작권 보호를 촉구한 바 있다. 뉴스 비용을 지불하지않는 한국관행에편승해그간 엄청난 이익을 누려온 네이버는 자사 AI의 저작권관련개선을약속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반발을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지난달에는언론사, 학자, 변호사등이모여 ‘AI 시대뉴스저작권 포럼’을 발족해 적극적인 대책을 다짐하고있다. 이런 움직임이 과연 언론사를 회생시켜추락하는기자라는직업의인기를만회할지는두고볼일이다.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 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