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쫙~열린바닷길…알배기주꾸미·봄도다리의유혹

- 성상영기자sang@

무창포바닷길·쭈꾸미축제

바다에도 봄은 왔다. 이무렵 서해에는 짭쪼름한 훈풍과 함께 입맛을 돋울 수산물이쏟아져 나온다. 겨울 방어가 물러난 자리는숭어, 바지락 등이 차지하며 혀를 자극한다.뭐니뭐니 해도 서해에서봄의전령은 주꾸미와 낙지, 도다리다.

충남 서해안은 봄철 주꾸미와 낙지, 가을철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매년 3~5월이면 알이꽉 찬 주꾸미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보령시 웅천읍에있는 무창포항에서는 알배기주꾸미와 낙지를 비롯해 광어(넙치), 도다리같은수산물을비­교적저렴하게맛볼수있­다.

무창포항과 접한 무창포해수욕장은 매년이맘 때주꾸미와 도다리를 한 번에맛볼 수있는 축제가 열린다. 무창포어촌계주최로지­난달 23일 개막한 ‘무창포 신비의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는 매년관광객수만명이다­녀가는 지역대표 축제다. 지난 2000년 처음열려햇수로25년­을 맞았다.

맨손고기잡기에어른아­이‘초집중’

지난달 30일 방문한 축제장은 활기를 띤모습이었다. 수산시장과 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은 점심 무렵부터 차량으로 가득 들어차빈자리를찾기어­려웠다.대다수사람들이이미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산책하거나 부대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 3대가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이많았다.어린이서노인까지맨손­고기잡기체험“누가더많이잡나”…소매걷고초집중한달에­대여섯번길열릴때‘바닷길체험’알꽉찬제철주꾸미·도다리맛화룡점정

축제장한가운데유독사­람이몰린곳이눈에띄어­가보니맨손고기잡기체­험을하려고줄을서있었­다.

임시로 만들어놓은 수조 주변으로는 구경하는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기 잡기는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행사인 듯 보였다. 매일 오후 2시에는 어린이, 3시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안전을 위해참가자수는선착순­어린이 40명, 성인10명으로제한됐­다.

프로그램시작을기다리­는동안수조안을보니낙­지와 도다리, 넙치를비롯해다양한수­산물이깔려있었다. 사람이몰리면서추가로­이들을풀어넣는모습도­눈에띄었다.

첫 번째순서로 어린이들이입수 준비를 하고있었다. 예닐곱살쯤 된아이부터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까지연령대가 다양했다. 소매와 바지를걷고흰목장갑을­낀채한손에는잡은고기­를 담기 위한 망을 들고 있었다. 팔딱이는 고기를맨손으로잡아야­해다소긴장된듯했지만­몇몇은벌써부터입맛을­다시고있었다.

수조에들어선뒤진행자­가열을센뒤호루라기를­불자고기잡기가 시작됐다. 사방으로튀기는물을 맞으면서도 고기를 잡으려는 손길이분주했다. 함께 온 가족들은 저마다 고기 위치를알려주기바빴다. 처음엔겁을 내던아이들도막상 승부욕에 불타올랐는지 한 번 잡은 고기를놓치지않으려애­를 썼다.

10여분쯤 지났을까. 어린이 참가자들의손에는각종­수산물이한망가득들려­있었다. 진행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이고 이렇게많이잡아버리면­원가도안 나오것네(나오겠네)”하면서넉살을떨기도 했다.

잠시 후 오후 3시에 시작한 성인반은 확실히분위기가 남달랐다. 20대부터 60대 어르신까지10명에 이르는 남성들이팔뚝만한 고기와 사투를 벌였다. 어떤참가자는손에통발­이라도달린듯민첩한손­놀림으로고기를쓸어담­았다. 이들의 기세에서 경쟁심이 느껴지면서도 어린 아이같은모습도보였다.

알이꽉찬주꾸미·고소한도다리에감탄

맨손고기잡기체험과더­불어축제의한장을장식­하는 프로그램은 ‘신비의 바닷길 체험’이다.바닷물이빠졌을 때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약1.5㎞ 떨어진 석대도까지길이 열린다. 조수간만차가큰서해에­서주로나타나는현상인­데한달에대여섯 번 정도, 많아야 열번쯤 보는 진귀한장면이다. 이날은아쉽게도 물때가 맞지않아직접볼수없었­다.

이종길 무창포어촌계장(54)은 “음력그믐이나보름 때 바닷길이 열린다”며 “석대도 바닷길은우리마을 자랑거리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촌계장은 “길이생기는날이면어떻­게들알고오는지서울서­도많이찾아주신다”고밝혔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오자 인근 무창포수산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본격적으로 주꾸미와 도다리를 맛볼 차례다. 요즘 축제장이나 수산시장마다 바가지논란으로 말이많지만 무창포수산시장은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곳상인들은 가격흥정보단 덤으로 무엇을 주는지로손님을모았다.

주꾸미 1.2㎏과 도다리 1.5㎏을 골라 구매한뒤 2층에있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주꾸미는 보통 볶음으로 많이먹지만 이때쯤이면 샤부샤부로도즐겨 먹는다. 사실 ‘쭈꾸미’는 비표준어이고‘주꾸미’가 어법에 맞다지만 주꾸미든 주꾸미든먹는사람입장­에선맛만좋으면그만이­다.

양푼 한가득 담긴 주꾸미를 보고 조금 놀랐다. 서울에서먹던것과는크­기가 달라서다.주꾸미인지 낙지인지헷갈릴 정도로 씨알이 굵었다.미나리와냉이등봄채소­와육수가담긴냄비에꿈­틀거리는주꾸미를담가­몇분간 끓였다. 먹기좋게잘라채소와함­께고추냉이푼간장에찍­어입에넣었다.

쫄깃한 식감과 짭쪼름한 감칠맛에감탄이나왔다. 쌀알 같은알이꽉 찬 대가리는 씹는 맛이독특했다. 일명 ‘세꼬시’, 즉 뼈째썰어나온 도다리도 훌륭했다.흔히알고있는도다리는‘문치가자미’란 생선이라고 한다. 가을 무렵 살이오르고 기름이끼면서회로 먹기에가장 맛있다고는하지만, 봄에그물에걸려든 도다리(문치가자미)도잘게썰어쌈채소와먹­으니소주안주로그만이­었다. 도다리회는 씹을수록 고소하면서풍미가느껴­졌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축제 기간 맨손고기잡기 체험과 함께마을 주민 노래자랑, 관광객 노래자랑, 신나리 품바 공연 등이 열린다.이종길 어촌계장은 “주꾸미가 예년보다 많이잡히지않고 경기도 좋지않아어민들이힘들­었는데 축제 기간 각지에서 손님들이 와주시면서소비가 확실히 살아나 다행”이라며 “많이 찾아

주시기바란다”고 말했다.

 ?? ??
 ?? [사진=성상영 기자] ?? ‘2024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가 진행 중인 지난달 30일 어린이들이 맨손 고기 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축제는 오는 14일까지열린다
[사진=성상영 기자] ‘2024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가 진행 중인 지난달 30일 어린이들이 맨손 고기 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축제는 오는 14일까지열린다
 ?? [사진=보령시청] ?? 관광객들이무창포해수­욕장에서석대도까지썰­물때열린바닷길을걷고 있다.
[사진=보령시청] 관광객들이무창포해수­욕장에서석대도까지썰­물때열린바닷길을걷고 있다.
 ?? ?? 도다리(문치가자미)회 상차림.
도다리(문치가자미)회 상차림.
 ?? ??

Newspapers in Korean

Newspapers from Korea,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