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유치’국가대항전…뒷짐진한국
반도체업계에서는 “지금이보조금지급될적기”라는 인식이 적잖다. 미국·일본·중국·인도·EU 등반도체경쟁국이반도체기업에보조금을지급하고있는만큼우리도이열풍에편승해야보조금신설이가능하다는판단에서다.
세계각국이반도체산업의주도권을 잡기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가며투자에나섰고,이는반도체전쟁이곧국가대항전이라는말을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 제정 후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선두 지위탈환을노리고있는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2900억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발·설계·생산’이라는 반도체 3대 핵심요소중미국이갖추지못한 ‘생산’ 능력을인텔을통해탈환하는방안이다.
‘반도체부활’을꿈꾸는일본도대만과연합전선을구축해반도체전쟁에참전했다.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라는이름으로반도체관련법을제정한데이어TSMC 제1공장설비투자액의절반에가까운최대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했고, 제2공장에는 약7300억엔(약6조5000억원)을지원할방침이다.
기업자체노력뿐아니라정부의과감한재정·제도 지원책이반도체시장의분업질서축을바꾸고있는 셈이다.
중국도이미전세계모든반도체회사가들어와공장을짓고반도체를생산했고,실리콘밸리의핵심반도체엔지니어의상당수가 중국계이다. 그리고연간 1158만명의 대졸자 중절반이공대생이다.미국반도체보조금이527억달러이지만 중국은이규모의 2~3배 자금을반도체국산화에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중국 상장반도체기업 190곳에 121억 위안의정부자금을지급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메모리반도체기업세계1위와 3위가 있는 강국이지만, 기업들은국내에서연일푸대접을받고있다.
올해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3000억원에불과하다. 정부의반도체메가클러스터조성방안에 2047년까지 662조원을 투자한다고했지만 기업의투자액합계이고 정부의‘반도체보조금 지원’ 계획은 없다. 미국·중국·일본등주요경쟁국이수조원규모의보조금을지급하는것과 대비된다.
‘대기업 특혜’라는 야당의 반대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은 물 건너갔고, 투자비에 대한 1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K칩스법’이 작년 3월에서야 통과됐다. 미국의 칩스법이 발효한 2022년 8월보다 반년넘게늦은 시점이었다. 4·10 총선을앞두고나온공약에서도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일몰기한(2024년 말)추가연장”을언급했을뿐이다.
이렇게도 우리정부의자세가 느긋하다 보니, ‘WTO 눈치설’까지도 새어 나온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눈치를 보며보조금 지원에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경쟁촉진을위해보조금지원을제한하고있는WTO가 추후한국을 상대로 제소할 수있다는지나친걱정때문이다.
반도체는국가의명운이걸린 산업이다. 기업만이나서성장시켜야 할것이아니라, 범국가차원에서대응해야 한다. 경쟁국이천문학적인돈을 투자하고있을 때,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선점했다’ ‘바닥을지나업턴(상승국면)에들어섰다’며도취해있을때가아니다.
만약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투자여건악화를들어‘굿바이코리아’를 선언하면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서도 ‘대기업 특혜’를운운하며그들을비판할것인가.
반도체기업을전폭적으로돕는건세계 1, 3위의반도체기업을지켜내는동시에반도체강국, 나아가 미래기술 강국으로 나가는 초석임을잊지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