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인력재배치해SW역량강화…현대차‘SDV전환’가속페달
선행기술연구원왜해체했나
현대차그룹이 선행기술연구원(IATD)을 해체한 배경에는 정의선현대차그룹 회장의 SW(소프트웨어) 경쟁력강화를 위한 조직효율성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행기술원, AVP(차량 소프트웨어 조직), 포티투닷 등 기능별로 분산돼 있던 선행연구개발인력을효율적으로 재배치해소프트웨어와 내연기관 간 기술 역량을 제고하고, SDV(소프트웨어 중심차량)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취지다. 현대차는2025년까지 전차종을 100% SDV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SW 역량강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 개편을 가속화하고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체수순을밟고있는현대차선행기술원은자동차를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기술을 발굴하고개발하는연구조직이다. 기계, 전기전자, IT·SW, 소재·화학 등도전적인신기술개발을주력으로 하며,현대차의 기술 개발 방향성을 모색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2021년 1월 출범했다. 출범3년 만에해체한배경에대해서는효율적인의사결정 부재, 선행·양산 R&D 간 시각차, 연구개발 중복 투자 등으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는 오너의 판단이 작용한것으로분석된다.정의선‘조직효율화’의지…연구원기능대부분AVP본부로이관될듯연구개발리더십일원화…‘SW전문가’송창현사장영향력확대가능성
업계에서는 선행기술원 해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철저한 성과 중심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차 조직분위기와 장기적인 시각과 미래비전을제시해야 하는선행연구조직의특성이정면 충돌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매년 C레벨급 회의에서 선행기술원 존폐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오간 것으로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따라 선행연구 기능은대부분 AVP 본부로 이관될 것으로 예
상된다. 현대차는 올 초 연구개발 역량효율화를 위해 연구 조직을 미래 분야인 AVP본부와 기존 양산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본부 등 2곳으로개편한 바 있다. AVP본부는 그룹 내에흩어진소프트웨어개발조직을통합한곳으로차세대플랫폼개발을주도하는△META(Mobility Engineering&Tech Acceleration) 조직△차량 SW 조직△ SDV 본부 내연구개발 조직을 한데묶어 출범했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현대차 SDV·TaaS본부장(사장)이 이끌고있다.
선행기술원해체로R&D리더십이일원화되면서 그룹 내에서 송창현 사장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의 남자’로 불리는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CTC 등글로벌 IT기업을두루 거친 SW 전문가로 네이버랩스연구센터장과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네이버랩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2019년 자율주행 TaaS 스타트업 ‘코드42’(현 포티투닷)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 본부를신설하고송사장을수장으로발탁했다.
현대차 SDV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을것으로전망된다.현대차그룹은미래모빌리티패러다임전환을 주도하기위해 2025년까지 전차종을 SDV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8조원을투입할 계획이다. 차량 내 무선 업데이트기술이적용되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기능과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고, 사용자에게 맞는 기능을 조합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량을 만들수 있다. 아울러 SW기술을 바탕으로차량 설계·제조가 단순해지면 제조 원가가 20%가량 절감될것으로기대하고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는
SDV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치열하게전개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따르면전세계 SDV 시장 규모는 2020년 180억 달러에서 2025년 520억 달러로커질것으로 예상된다.앞서정회장도“미래차 성패는 SDV 기술력이 관건”이라며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자동차’로 전환하고,연구개발을비롯한회사 전반적인시스템을소프트웨어중심으로전환하겠다”고밝힌바 있다.
다만업계에서는3년만에선행조직을 해체한 데대해안타깝다는 시각도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행연구는 대부분 ‘돈을 쓰는 조직’이라는 인식이있어서기업에서오래존속하기어려운데현대선행기술원은 오너의강력한 의지로출범해기대가 컸다”면서“회사 상황에따른 결정이었겠지만 한국모빌리티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조직 해체와 관련해조만간구체적인지침을내릴 방침이다.이종수 선행연구원장(부사장)을 비롯한소속연구원들은전문분야등과관련해회사 면담 과정을 거쳐소속이결정된다. 이와관련해회사관계자는“해체 외에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없다”면서“이른 시일내에내부방침을정리해 구성원 혼란을 줄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