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투쟁정치(X)리더십의정치로(O)
전자는권력자체가목적,후자는정치위한수단4·10 총선민주당과이대표의압승계기…선동대신설득으로국민지지이끌어낼지도자로진화하길기대
4·10 국회의원총선이더불어민주당 압승, 국민의힘참패로끝나자윤석열대통령이정치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상당부분옳은 지적이다. 그러나그런지적을받아야할사람은윤대통령만이아니다.이재명더불어민주당대표도윤대통령못지않게정치행태의변화가 요구된다. 이대표는총선공천과정을통해민주당을 장악했다. 그리고총선압승으로국회를 장악했다. 이대표의정치적위상이총선전과는크게달라졌다. 그런만큼 정치에서이대표의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그가진정한 정치지도자의면모를 보일수있느냐가 우리정치의중대한 관심사로떠올랐다.
이대표는 2022년 3월대선에서패배한이후 지금까지권력투쟁의정치를 해왔다. 권력을획득하고 유지하고강화하는데모든것을쏟는정치가권력투쟁의 정치다. 대선에서패했으면일정기간 자숙의모습을 보이는게그간의관례다.그러나이대표는그러지않았다.곧바로인천계양을국회의원보궐선거에출마해국회의원이됐다. 이어민주당대표경선에도전해대표직을차지했다.권력에대한욕망이얼마나강한지보여준다.
이대표의권력집착은 타고난 본성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법리스크에서자신을보호하려는목적때문이기도할 것이다. 실제로이대표는 ‘방탄’에성공했다.한번은민주당이국회체포동의안을부결시키는바람에구속될위기에서 벗어났다. 또 한번은 민주당일부 의원이탈로 체포 동의안이가결됐으나 법원이영장을기각해구속을 면했다. 이제이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하고 총선에서압승해국회권력을 쟁취했으니정부는 물론이고 법원도 과거보다 더이대표 눈치를 볼가능성이 커졌다. 이대표의권력유지를 위한 ‘방탄’이한층더튼튼해졌다
진실성·신뢰성무시하며권력추구에올인
이대표는 민주당 대표로 있는 동안 진실성이나 신뢰성같은 가치는고려하지않는듯한행태를 서슴지않았다. 대장동사건등으로자신의측근5명이숨지는일이터졌음에도주눅들거나고개를숙이지 않았다. ‘그들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을 죽게한것은내가아니라검찰’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불체포특권을포기하겠다고몇번이나약속하고는 막상 체포될수있는순간이오자 말을 뒤집었다. 이런 일들은 권력이라는목적을위해서는어떤행동을해도 된다는 권력지상주의행태라는 말을 빼고는 설명하기어렵다.
이대표의 권력투쟁 정치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가장 극적으로나타났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불리는공천결과가 그것이다. 민주당은 막말 파문으로 친명후보가 사퇴한 지역구에서경선을 두 번이나 치르면서까지하면서결국박용진후보를 탈락시켰다. 박 후보는평소이대표를 비판해 왔다. 자신에게도전하는 사람은 절대살려두지않는다는이대표의냉혹한권력의지가읽혀지는장면이다.
이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선동식정치행태를 보였다.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윤대통령발언을 공격거리로 삼은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발언전문을 보면당초 MBC가 윤 대통령발언취지를거두절미하고왜곡했음이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원래 가격은 1700원 정도인데 875원에 판매 중’이라는 마트 관계자의안내에“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하는데다른 데는 이렇게싸게사기어려운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관계자가 “(농협중앙) 회장님이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라고 했다”고 하자 농협중앙회장은 “원래는2550원”,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한창비쌀때에는 3900원까지”라고 설명했다. 이에윤대통령은“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가격이라고생각이든다”고 했다. 윤대통령이물가를몰라서대파한단을 875원이라고 한게아니라 ‘875원이라면 소비자입장에서합리적인가격일 텐데’라는 뜻으로희망사항을말한것임을쉽게이해할수 있다.
총선압승으로정치위상더높아져
그럼에도이대표와민주당은윤대통령이 대파한단값도모르고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공격했다. 이대표는 과거에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전대통령’이라고 했다가 논란에휩싸이자 “(박 전 대통령을) 진짜 존경하는줄 알더라.말이라는것은맥락이있는데맥락을무시한것이진짜 문제”라고 했다. 대파 논란이야말로 맥락을 무시한 말이다. 전형적인 거두절미식선동이다. 권력투쟁에서선동은 빠지지않는 수단이다. 민주당일부 지지자들은투표소에대파를들고가는쇼를벌이기도 했다. 그만큼대파논란이선거에서유리할것으로봤다는방증이다.실제로대파논란은 총선표심에큰영향을미친요인으로분석된다.
이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몇차례재판 받으러법원에출석하면서는 ‘이게다 정치검찰이노린 결과’라고 했다. 재판 일정은 검찰이아닌담당 재판부가 정한다. 재판장조차 ‘재판 일정은 재판부가 정한다’라고 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마치검찰의장난때문에선거를앞두고법정에들락거려야하는듯이말했다.이역시교묘한 선동이다.내막을잘모르는유권자들은‘정치 검찰 탓’이라는 이대표말을믿고 ‘검찰 독재심판’이라는 이대표주장에손을들어줬을것이다.
이번총선을계기로 이대표의정치적영향력과위상이총선전과는비교할수없을정도로커지고 높아졌다.이제이대표는그영향력과위상에걸맞게정치행태를바꿔야할때가 됐다. 권력투쟁정치에서리더십의정치로나아가야할 때이다.
권력투쟁정치에선권력그자체가 목적이다. 리더십의정치에서권력은정치다운정치를하기위한 수단이다. 리더십은지도하는 기능이다. 나라가나아갈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걸달성하기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이동참하도록이끄는 기능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헤쳐나가야할문제가무엇인지,그문제를해결하려면 무슨일을어떻게해야하는지를제시하면서국민을설득해이해와 지지를이끌어내는게정치지도자의역할이다
이대표는 ‘소극적 복지에서적극적 복지로’를 주장한다. 탈락자를 구제하는 소극적복지에서탈락자가 생기지않게하는 적극적복지로 나아가야한다는 주장이다. 그구체적내용이기본 소득, 기본 주택, 기본대출등‘3대 기본 시리즈’이다. 사회·경제적약자를보듬고지원하지않으면안될상황이라는나름의인식의반영으로볼수 있다. 사회·경제적약자를보듬고지원하는일은 중요하다. 그러나그일이중·장기적으로우리나라가해결해야할가장크고중요한문제라고할수는 없다. 국정의방향과목표라고할수는없다.
존경받는리더의보여줘야할때
국정 방향과 목표가 되려면 대내적으로는 국가를 경제·문화·법치 등주요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원대하고 포괄적인비전이 담겨야 한다. 이 대표는 그비전이 있는가? 이 대표의 ‘적극적복지론’은 복지 분야의 비전이라고할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복지론은퍼주기 정책이다. 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퍼줄 돈을 마련하는 일은 더중요하다. 퍼주려면 나라 경제가 잘돌아가 재정이튼튼해져야 한다. 경제가 잘 돌아가게하려면무엇을어떻게해야 하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개혁이 시급하다. 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막으려면국민들에게돈을 더내게 하든지, 연금 수령액이나 건강보험혜택수준을낮추든지해야 한다. 이에대해이대표는어떤구상을갖고 있는가? 돈을 더 내는 것도, 혜택이 줄어드는 것도 대부분 국민은 싫어 한다. 그러나 싫어한다고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정치 지도자라면국민이당장은 싫어할지라도 미래를 위해필요한일이라면 그구상을 밝히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대표는 그런 구상과 설득력을갖추고 있는가?
대외적으로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외교·안보를 어떤방향으로이끌고가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흔히말하듯 ‘안보는 미국, 경제는중국’이라는 식으로간단히말할수있는문제가 아니다. 우리가처한 외교·안보 현실은수학으로치면초등생도할수있는더하기와빼기수준이아니다.대학생도풀기어려운고차원방정식수준이다.
이대표는이어려운 외교·안보문제를어떤방향으로어떻게이끌어갈것인지구상이있는가?그는‘중국과대만의문제가어찌되든우리와뭔상관이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우리가 왜 끼어드나’라고 했다. 고차원방정식으로도풀기어려운문제를더하기와빼기만하면충분하다는식이다. 이정도인식수준으로복잡하고냉엄한 국제현실에서과연국가를안전하게이끌정치지도자가될수있겠는가?
권력투쟁정치는 교활하고 사악한 술수의 정치다. 거짓, 왜곡, 선동, 말뒤집기를 아무 거리낌없이 행한다. 권력쟁취라는 목적을 위해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다. 그러나 리더십의정치는 다르다. 신뢰성, 진실성, 인간성같은기본가치를 존중한다. 선동대신설명하고 설득한다. 공공의이익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사실과 이치에근거한 정당한 방법으로 추구한다.이대표가 권력투쟁정치에서벗어나 리더십정치로나아갈수있을지지켜볼일이다. ▷서울대 정치학과ㆍ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본부장▷원주한라대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