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국회,실종된정치력회복부터
22대 총선은 결과와 상관없이퇴보하는 한국 정치의현실을 다시한번 확인해주었다. 정치인의 위상이 관료에 의해 무시당할 정도로추락하는경향은이미윤석열정부 출범과 더불어더욱 두드러지고 있었다. 국회에나온장관 후보자는 물론 증인들이과거와는 반대로질의하고 추궁하는 국회의원들에게적극적으로 해명함은 물론 반박하면서 거짓말까지 서슴없이 함으로써 준비가 부실한 국회의원은당황하게만들고준비된국회의원은황당하게만드는사고가발생하기도했다.
정치인의 위신 추락은 관료에 의한 정치인의대체현상이심화되고 있는 현실의연장이다. 관료에대한 정치권의과도한 의존은 급기야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협하는지경에까지이르렀다.이러한의존은일단입법부의역량 부족에서 출발했다. 행정부는 정책수립과 집행을 위해 법률이 필요하고 입법부는입법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에서소위‘행정입법’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관행이행정부에도입법권이있는것처럼박근혜대통령을착각하게만든 사례는 유명하다. 입법부 스스로청부입법에익숙해졌을뿐만아니라시행령에 위임하는 범위를 넓혀 행정부가 법률의적용범위를확대할 수있는길을열어줌으로써오늘날정부의‘시행령정치’를가능하게했다.
입법부의행정부화는이미오래전에경제부처에서 시작되었다. 비근한 예로 문재인 정부시절부동산투기광풍이몰아칠때국토부관료들이준비한23차례의대책이얼마나국정철학에부합되면서투기억제책으로서 실효성이있는지검증은이루어지지않은채끌려다니다가 결국 ‘실패한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홍남기당시부총리가 예산 부족을이유로 전국민재난지원금지급을거듭거부하면서제출한사표를수리하지못한이유도 ‘정치인 부총리’의 부족 때문
이었다. 정권이교체되자마자60조원의재난지원금이 등장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재부의지원금 거부는 사실상 쿠데타 같은 명령불복종이었음이드러났다.
한국 정치의문제로 곧잘 지적되고있는 정치의사법화도정치인의역량부족과관료에의한정치의조종을보여주는한 측면이다. 한국정치인이애용하는‘법적대응’은스스로의정치적역량 부족을실토할 뿐이다. 정치행위의옳고그름을 검찰 수사나 사법부의판단에맡기려는옹색함은정치영역을좁히고삼권분립의원칙을훼손하는무능을만천하에공표하는실수이다.입법과정에서사법부의조언을구하거나 국회수석전문위원의 ‘의견’에 법안 선정을의존하는무능은더말할필요도없을것이다.
관료에의한 정치조종의확산은 윤석열의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극대화되고 있다. 검찰의존도가 극대화됐을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자체가검찰수사방식으로이뤄지면서검찰권력이새롭게행정부뿐만아니라입법부에직접적인영향을미치는독립적인권력집단으로급부상했다.윤석열정부출범과동시에입법부가검경수사권조정을통해검찰권력을제한하려했을때 ‘등’을 확대해석해결국입법부의의도를 무너뜨린 사실은 입법부의최대입법실패사례로꼽을 만하다. 22대입법부의인적구성은한국 정치의사법화와 관료에대한 정치권의의존이심화될것임을예고하고있다.
정치의행정화는 정치(인)의 기본적인 자질에 해당하는 공감능력의결손을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 22대 총선에서조국혁신당의‘바람’의 실체도 바로 민심에서동떨어진기존 정치에대한 염증의 표현이었다. ‘대파 스캔들’은작은 불씨였다. 민심을 탐지하고 민생을 챙기는 것은 전문적인 정치의고유한 영역이다. 22대총선이검찰관료가주도하는정치의폐단을‘검찰독재’로 고발하면서도정작차기국회에서관료와비정치인의색깔이더욱두드러질것임을 예고하는 모순은 반드시직업정치인에의한 민생국회의부활로 반전되어야 한다. ‘외연확장’을 명분으로여야가영입한비정치인인재들에게 국회의원이 ‘정년 없는 재취업 일자리’처럼비치지않을지우려스럽다.그마저도유사업종이아니라정반대의성격을띠는직업을가지게되면서‘태세전환’이‘이익충돌’없이이뤄질지걱정스럽다.공익과국익에전념하는사고와 활동 경험이없는아마추어정치인의‘실험실패’가 이번 정부를 마지막으로 사라질것을요구하는 민의의준엄한 판단이이번총선결과가전하는메시지로읽히기를기대해본다.차기국회에서는민생문제의내실있는해결에대한최소한의공감대는필요할것이다.
정치가 우선 당장 해결해야 하는 민생문제는 물가 폭등으로 악화된 생활수준의회복이다. 윤석열정부가동원한방법은판매자에대한 지원금 지급을 통해가격을 낮추는 희대의정책수단이었다. 이 수단은 소비자보다 판매자(기업)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데 방점을 찍는다. 소비자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과일을 소비하는 경우에한에서만 혜택을 받을수있기때문에 차별적인 지원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 역시 제한당했다.현금 지원이 소비자에게이뤄졌다면가격이급등한 과일소비는 줄이거나 포기하고 다른 과일을 선택할 수도있을 것이다.하지만 야당이전국민대상 25만원의 지역화폐지급을공약으로 내걸자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면서 여당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가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작금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면에서출발했으므로 소득 증가는줄어든 수요를 일부 회복시킬 것이기 때문에물가상승압력으로작용하지않을 것이다. 내수 침체의원인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것이아니라 지갑이 ‘비어 있는’ 데 있다. 물가안정을 이유로 가계 지원에는 반대하면서 판매자 지원을 찬성하는 주장은 공감능력의부족이자 정치철학의 실패이다. 가계 지원에 필요한 재원은 ‘망국병’ 감세만 포기하면충분히조달할수있다.
또 다른 실종된 민생의제가 일자리창출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공공일자리정책을대안없이폐기한후일자리는개인의‘각자도생’에 떠넘겼다. 청년취업은 감소하고 은둔고립청년이35만명으로 추정되기에이르렀다. 정부가 내세우는일자리증가는 저임금 노인 일자리다. 그마저 최저임금 차등제를 두어더깎자는 반인간적 제안을 내세웠던 서울시의원들은 소환 대상이다. ‘모든 국민의근로의권리’와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보장에노력해야 하는’(헌법 제32조 ①항)국가의의무가절실하게다가오는 지금이다.괜찮은일자리는청년 개인에게 연애에서 자신감을 살려주는든든한 뒷심이다. 남녀가 사랑하고 궁극적으로자녀를가질결심을하게하는물적기반이된다. 일자리만으로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인구 소멸대책의출발점은일자리창출이어야 한다. 아울러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원인이좋은일자리의수도권집중이었고지금도 그러하듯이지역소멸과 지역균형발전 대책의출발점역시지역일자리창출이어야 한다. 인구 소멸이든 균형발전이든 괜찮은일자리의고른 창출에서출발할때비로소실효성이있는 대책의연결고리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22대 국회는 직업 정치인이 부족한 정치를예고하고 있다. 관료 출신 대통령의 반정치적인 선택을 저지하고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22대 국회의 소명이다. 주권자에게 복무하는공익과 국익의 정치를 회복하는 것은 국회의원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정치력을 부단히 발휘함으로써만비로소이루어질수있을 것이다.
빈곤한입법아이디어…그동안관료세력에끌려다니던행태이제그만정치의행정화,공감능력결손심화…고물가따른민생고해결급선무새국회,검찰출신대통령의반정치성저지…공익·국익정치바로세워야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경제정의연구소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