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사라지는빵집들…빈자리메우는오니기리전문점
빵 덕후라면 일본 여행에서 소금빵,메론빵, 카스테라 등 빵맛집을 찾아 다닌 적이있을 것이다. 일본 음식이라 하면 초밥, 돈가스, 우동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행객들 사이에서 일본은 빵이 맛있기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빵집 도산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한 덩어리에수만원씩하던고급 식빵집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동네작은 빵집들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눈에띄고있다.
유럽의 빵이일본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이일본에 빵을소개했고, 포르투갈 언어인 팡테로를‘팡’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빵’이 됐다.이후빵은일본국민들의사랑을받으며주식으로자리 잡았고, 빵소비도늘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팥빵은 일본빵역사에서빼놓을수 없는데, 1869년 ‘기무라야’에서 만들어낸 빵이 시초다. 딱딱하고 맛없다는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단팥을 넣거나 계란을많이 넣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했다. 1900년대 들어서면서 과일잼을 빵
안에 넣은 잼빵이 등장했고, 1927년에는 카레를빵반죽으로 감싸 만든 카레빵이 나왔다. 최근에는샌드위치빵에과일과 생크림을넣어만든 빵이 소셜미디어(SNS) 등을통해세계에서주목을받았다.
2011년 조사를 보면 당시일본 가정의빵 소비량은 쌀 소비량을 앞질렀고,베이커리 시장이 눈에 띄게 커졌다. 빵소비량이증가하면서개인이운영하는소규모빵집부터체인빵집까지매장수가 급속히 늘었으며 편의점을 가도 빵코너가 구역하나를 모두 차지할 만큼대중의인기를얻었다.
그런데 이처럼 ‘빵대국’이라 불릴 만한일본에서최근빵집도산이이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이제“빵에서오니기리(삼각김밥)로” 트렌드가바뀌었다는말도나온다.일본 조사회사 도쿄상공리서치의최근 발표에따르면 지난해빵집도산 건수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37건으로1989년 통계집계후사상최다를기록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에일본 정부가 제공해온 실질 무이자·무담보 대출 ‘제로제로 융자’ 상환 기간이다가온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밀가루값 등 원재료가격의급등이큰영향을줬다.도쿄상공리서치 담당자는 “일반 마트에서판매되는빵보다높은가격으로작년빵집도산전년대비85%원자재값상승·트렌드변화영향오니기리가게,출점수1.5배증가SNS타고젊은층·관광객에인기일본정부,쌀소비장려도‘한몫’빵을 팔고 있는 빵전문점의 경우, 가격을 더올리게되면 소비자의외면을 받을 우려가 커져비용 상승분만큼 가격인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자는또한 “굽는 공정이있는빵제조는 광열비 부담도 큰데, 최근에는 에너지비용 상승도 부담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급 식빵 인기가 한물간 것도 배경으로작용하고 있다.일본에서는약 5년전부터‘프리미엄 식빵’이 대유행하면서전문점들이우후죽순 들어섰는데,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급 식빵 전문점이 줄줄이문을 닫은 점도 빵집도산 증가의원인중 하나다.
반면사라지는빵집의빈자리를채우고 있는 것이 ‘오니기리 전문점’이다. 음
식전문 연구기관 ‘구루나비 소켄’에 따르면지난해오니기리전문점의신규출점수(예약 사이트 ‘구루나비’ 가맹점기준)는전년대비약 1.5배 급증했다.
이 가운데서도 반찬을 듬뿍 넣거나고명으로올린오니기리는 외양도화려해 SNS를 타고 유행하면서 젊은층과외국인여행객을 중심으로인기를얻고있다. 오니기리 전문점 중에는 방일객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노려 해외로출점하는곳들도증가하고있다.
구루나비 소켄 담당자는 “오니기리전문점은많은 조리기구가 필요하지않고, 만드는데고도의기술을요하는것도 아니어서 인재 확보가 쉽다. 즉 출점 비용이 비교적 소액으로 가능한 점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의오
니기리에주로들어가는 우메보시(매실장아찌)와 다시마조림의경우보존성도좋아 버려지는 양이 적다는 점도 요인으로꼽힌다.
쌀 생산과 소비 확대에 직결된다는측면에서일본 정부도 오니기리업계를적극 지원 중이다. 빵 원료인 밀가루는일본 내 수요의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엔저와 원재료가 급등이 빵집경영을압박하는 반면, 쌀로만든오니기리는 100% 자급자족이되는 상황이다. 일본농림수산성은오니기리수출지원책을 강화하고있어오니기리전문점의 국내외 출점 확대에 대한 기대는더욱커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