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국회는아직끝나지않았다
앞으로 4년 동안 입법부 지형을 바꿀 300명의얼굴이 결정됐다. 총선 결과를 놓고 누군가는‘국민이윤석열정부에내린준엄한심판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또다른이들은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킬 마지막기회’라고 했다.
대부분의관심은앞으로시작되는 22대 국회에쏠려있지만 21대 국회는아직끝나지않았다. 새로운 국회임기가 5월 30일 시작되는만큼현국회가책임감을갖고여야합의를이끌어야하는시간이40일 넘게남아있는셈이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만6346건이다. 국회회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통과되지못한법안은모두자동폐기된다.이는다음국회회기에서발의부터모든과정을다시거쳐야한다는의미다.
이들 법안 중 상당수는 정책적으로 매우시급한문제를담고있지만국회에그대로방치돼 있다. 여당의총선참패로 정책추진동력을상실한데다가 22대 국회입성에실패한의원들의입법의지까지떨어져사실상 주요금융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지배적이다.
당장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 추진 근거를담고있는 ‘새마을금고 혁신법’이국회행정안전위원회에계류된 상태다. 이법안은 지난해‘뱅크런 사태’ 이후 새마을금고 개혁을 위한지배구조개선등을골자로하고있다.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쇄신안을 추진하고있으나 법안이통과되지않을 경우 새마을금고 혁신 동력은 반감될 수밖에없다는것이중론이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추진하는‘금융안정계정 제도’도 2년 가까이국회를 통과하지못하고있는 법안이다. 금융시장 위기가우려되는상황으로판단될경우일시적어려움을겪는금융사에선제적으로유동성공급 또는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후 금리가 급등하고 자산가격이크게조정되는이른바‘퍼펙트스톰’을선제적으로대응하기위해추진됐다.
토큰증권발행(STO)도 상황은 비슷하다. STO 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선 관련 법안통과가 필수적인데지난해 7월 발의후 상임위문턱을넘지못하고 있다. 법안이통과되지않으면토큰증권은 ‘디지털화한 증권’으로 인정받을수 없다.이번국회에서STO가 법제화되지못한다면사실상 토큰업계의연내시장진출은물거품이된다.
이외에△민간 실손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의 상호 영향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국민건강보험법일부개정법률안’ △예금보험료율 한도를연장하는 내용의‘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불공정거래행위자를 자본시장에서거래할수없도록배제하는‘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도진전이없는상태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이통과될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보고있다.여야합의가어려운법안일수록통과가힘들고원내협상력이떨어질수밖에없기 때문이다. 입장차 여부를 떠나 국회 임기내 상임위윈회 법안심사소위나 전체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낙선한의원이발의한법안일경우엔그추진력이더떨어질수밖에없다.
그러나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 앞에선‘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다. 여야는 낮은 자세로민심을경청하겠다는총선전외침을기억하며 답보 상태에 머무른 주요 법안에 대한논의를시작해야한다.
21대국회가 ‘역대최악의국회’라는 오명을물려받지않으려면 당장 시급한 법안 처리에힘을모아야한다. ‘유종의미’를거둔다는의미에서남은기간만이라도국회가기존의적대적인모습을버리고여야합치를이루길기대한다.국민은그저‘일하는국회’를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