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목련꽃필때만열리는바닷가‘비밀의정원’
아시아최초‘세계아름다운수목원’지정… 1만5600여종식물보유가지치기등인위적관리최소화…설립자귀화인1호민병갈박사뜻숲내음과서해풍광만끽… 50년만에개방된‘산정목련원’거닐기회
봄기운 충만한 서해. 맨살만 드러냈던 숲도 기지개를 켜고,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며 저마다 우아한 자태를뽐낸다. 꽃놀이하기딱 좋은 시기다. 국내 유일의 목련 축제가 한창인 태안의천리포수목원을찾았다.
목련꽃향이은은하게번지고있는천리포수목원은 17일 현재 목련 축제로들떠있다. 축제 주제는 ‘사르르목련’이다.부드러운아이스크림을닮은목련꽃을 표현한 말이다. 마음이 녹아내리는봄의 달콤함과 함께 목련을 즐기라는의미를담았다.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충남 태안 소재 천리포수목원은 대한민국최초로민간이설립한수목원이다.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가아시아최초, 세계에서 12번째로 ‘세계의 아름다운수목원’으로지정하기도했다.
이곳에는 자생식물을 포함해 전 세
계 36개국 327개 기관에서들여온 1만5600여 종의다양한 식물이 살아간다.그중 목련은 세계 식물학계에서도 인정받은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나무다. 2024년 1월기준목련 926 분류군을보유해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매년4월 목련 축제가 열릴 때면, 화려한 목련꽃풍경으로감탄을자아낸다.
무엇보다 천리포수목원은 다른 수목원에비해자연스럽고편안한 느낌을준다. 인위적인 관리를 최소화하고 식물들이 자연의 섭리대로 자랄 수 있도록배려해서다.본래의모습대로자라길바라는 차원에서 ‘가지치기’조차 하지않는다고한다.
그 배경에는 사람을 위한 수목원이아닌, 나무가 행복한 공간이되길 원했던 설립자 민병갈(1921~2002) 박사의바람에서다. 민 박사는 한국에 정착한‘귀화 미국인 1호’다. 그의본명은 ‘칼 페리스 밀러’. 1921년 미국펜실베이니아에서태어난 그는 1945년 미군정청장교로한국땅을처음 밟았다.한국에매료된그는 고향에돌아가지않고 우리땅에정착했다.
서해를 낀 천리포수목원은 다른 수목원과는또다른매력이있다. 숲과바다를동시에즐길수있다는 것. 천리포해수욕장으로 난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면 바다와 섬을 품은 아름다운 식물들 사이에서 서해의 빼어난 풍광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걷는 동안 향긋한 나무 내음, 풀내음과 함께알싸한 바다내음도 함께맡을 수있는 것은 천리포수목원이주는덤이다.
◆멸종위기~해외자생종 900여 목련향연
수목원은 ‘밀러가든’, ‘에코힐링센터’ ,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7개 지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밀러 가든’과 ‘에코힐링센터’만 상시개방하고, 교육ㆍ연구용 지역인 목련원과목련산은축제기간에만일반인에게개방해열린다고한다.
설립자이름을따지은밀러가든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백목련, 자목련뿐 아니라 별 모양처럼 꽃잎이 많은별목련등다양한목련을 감상할수있다. 목련꽃향에이끌려가장 먼저발길이닿는 곳은 강렬한 색의목련꽃이동시다발로피어있는불칸 목련이다.황금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은 “불칸 목련은 천리포수목원의대표 아이콘으로축제기간인 4월이면 포토존으로 유명하다”며 “불칸이 지면 바로 옆에 있는다렐목련이꽃망울을터트려움직이는포토존역할을한다”고 말했다.
연못길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 다양한색상의동백꽃도감상할수 있다. 활짝핀연분홍색, 흰색,붉은색등의동백꽃이 무성한 동백나무들을 지나면, 짙은홍벚꽃을만날수 있는데,이름은종벚나무다.
◆1년에 단 24일만 개방 ‘비밀의 목련화원’
목련정원과 산정목련원은 1년 중 목련 축제기간에만 공개된다. 특히가장깊은곳에자리잡고있는산정목련원은50년간 출입을통제하다가올해처음으로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목련 축제기간 중 사전에예약한 사람에한해입장할 수 있다. 목련원과 산정목련원의규모는 총 2만여㎡(약 6천 평) 규모로일반인 공개지역보다 오래되고 다양한수종의목련이식재돼있다고한다.
목련정원에들어서니파릇파릇한 잔디위로수선화가 만개하고, 그위로 ‘매그놀리아’, ‘스텔라타’, ‘엘리자베스’, ‘스위소렌’ 등다양한 목련들이우아한 자태를뽐내고있다.
시민 배영은씨(42)는 “이렇게 종류가많은 줄 몰랐는데여기와서보니까 동네에서 보던 백목련이나 자목련 말고색깔도 엄청 다양해서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가드너와함께걷는비밀의목련정원△가드너와함께걷는비밀의산정목련원프로그램이진행된다.
특히 비밀의 산정목련원 해설은 천리포수목원이올해처음으로 선보이는프로그램으로 탐방객들은 약 3시간 동안 수목원을 직접가꾸는 가드너와 함께산정목련원을 둘러볼수 있다. 황팀장은 “목련정원 및 산정목련원 프로그램사전예매율이80%를 넘었다”며 “특히비밀의산정목련원해설은축제기간중 주말 예약이이미매진될 정도로 높은관심을끌고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원장 “오직 천리포, 바다와꽃이어우러진특별한추억”
축제 기간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우선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수목원에서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목련을테마로 한 ‘듣는 목련’ 음악회가 열리고있다.
민병갈기념관 1층 갤러리에는 (사)한국화진흥회의 기획전 ‘2024 Art in Bloom’이 열려전통적인재료를사용한꽃그림작품이전시되어있다. 2층에는‘듣는 목련’ 청음실을 마련해봄을주제로한음악을상시감상할수있다.
화분에수국을 심고, 직접컵받침을만들어목련차를 마실 수 있는 ‘트리&티(Tree&Tea) 체험 행사’도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또 유리온실 앞 잔디광장에는 폐품을 활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놀이터가 설치돼어린이관람객들의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따스한 색감의크레파스로 관람객의 얼굴을 그려주는‘따끈따끈 드로잉’ 캐리커처도 만나볼수있다.
이건호 천리포수목원장은 “약 한 달간이어지는목련축제는오직천리포수목원에서만즐길수있는가장큰 축제”라며“바다와 꽃이함께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특별한추억을 남기시길바란다”고 말했다. 목련과함께다양한봄꽃들이어우러진 천리포수목원 목련축제는오는21일까지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