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자격증과의사자격증‘뭐가그렇게다르냐’
문과 8대 전문직 자격증으로 보통 변호사,변리사, 회계사, 감평사, 세무사, 법무사, 관세사,그리고 노무사를 꼽는다. 매년이들 자격시험의선발인원은꾸준히증가해왔다.이중에서파격적으로 선발 인원이 증가한 것은 필자가알기로는 변호사,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시험정도다.
자격증은 국가나 민간 단체에서해당 분야에서 지정한 과목의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주어진다. 자격증이주는 최대의 장점은 이론상퇴직이없고호흡이다하는날까지그 ‘업’을할 수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말하는 ‘직업’이라는단어의‘직’은 직위내지자리이고 ‘업’은그일을가리킨다.그래서‘직’은 바뀌어도업은계속할수 있다. 자격증은그자체가일종의진입장벽이되어아무나 그 시장에진입할 수없는 독점적인자격을 부여한다. 선발인원증가에따라 밥그릇이줄어드는 것은각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다들인간인지라 누구든어떤 자격증이든지본인이일단 그 자격을 따고나면그 시험으로오르는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싶은마음이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밥그릇에들이대는숟가락을줄이는거다.
요즘 사회가 피폐해지니언어도 다소 과격해지고 강조를 위해서 파격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그래서나온 말이 ‘취업 깡패’라는 말이있는데, 문과 8대 자격증 중에서 과거에는 사법고시, 요즘에는 변호사시험이‘자격증 깡패’라고하고 싶다. 이시험에합격하면당연변호사자격이주어지고검사도될수있고판사도될수 있다. 사법시험선발 인원이 1980년대에300여 명에서 2000년에 접어들면서 1000명을넘었다가로스쿨체제로전환되면서2023년에는 1700명대에 이르렀다. 2000년 벽두에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떠들썩했다. 이때 법조계는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줄여야한다는목소리가 컸다. 주된이유는과잉공급으로인하여법률서비스의질이떨어지고, 불필요한 소송 분쟁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이에대한일반국민들의입장은변호사 공급을 축소해독과점을 유지하려는 법조계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지난 지금 국민들은 법률서비스를쉽게이용할수있게되었다. 또한법조인은몸값이 낮아지고, 사내변호사로 취업도 많이한다. 어쨌든 일반 국민들이변호사 사무소의사무장만보다가변호사를직접볼일이많아진것은사실이다.
회계사도 IMF 이후 재무회계, 기업감사, 신용평가등그업무가폭증함에따라선발인원을 1000여명으로늘렸고20여년이지난지금까지얼추 유지되고 있다. 세무사도 2000년대이후 1000명에는 못 미치지만 이에근사할 정도이다. 세무기장료가 20년 전과같다고세무사업계는 아우성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공무원들에게 시험과목 면제 혜택까지 주면서수십명에불과한 소수의세무사를 선발했다면세무기장료가지금과같을까?그러니국민들은 낮아진문턱으로 자신에게맞는 변호사,세무사사무실문을두드리면 된다. 과거에사법고시와공인회계사를제외한전문자격증은관련 분야의 경력직 공무원들에게 1차 과목면제와 시험과목축소등특혜를 주었다. 검찰직 출신에게는 법무사, 세무직 출신에게는 세무사, 관세직출신에게는 관세사 등 혜택과 전관예우가 주어지다가이러한 특혜가없어지거나축소되어일반인들이이들시험에합격하기가 비교적수월해졌다. 그몫이일반 수험생들에게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민주화의영향이다. 참잘된일이다. 시험의공정성을위하여정정당당하게 시험으로 승부를 보라는 것이다.이역시특혜를없애는일이다.
과거 사법고시와 군법무관 시험이 공존하던 시절에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하고 군대에서 10년을 근무하면변호사 자격증을 주었다. 10년이라는 근무조건이있어도변호사가되기를 원하면 그렇게 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종사가 되면 군 복무기간이 15년이다.그리고 나서 민항기 조종사가 되기를 원하면그렇게하면 된다. 지방대의대인원증원도이런맥락에서이해하면좋을듯하다. 의·정합의를 거쳐정부의행정거버넌스를 구현하되운영의묘를 살려정부의정책도 실현하면서그취지에 맞게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려는의대지원자로 채우면 서로 상생하는 길이아닐까 한다. 국내인구 고령화와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위한 의대정원증원은 합목적적인 정책이다. 지방 의료 붕괴상황을 해결하려는 취지에서의대증원인원인 2000명 중에80%를 지방대에,나머지20%를 수도권에배정하기로하였다고 한다. 이에대해서는아직 ‘설’이분분하다.그러나지방소멸시대에의료자원 부족으로 힘든 지역의료를 생각한다면 반드시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지방 의대를졸업하고 지방에서 특정 기간을 근무하도록하여부족한 지방 의료의공백을 채우는 것이다. 그특정기간이얼마가 될는지는모르겠지만본인이원하면지원해서근무하면된다.
다양한 전문 직종의자격증 선발인원이확대되면 국민들의 편익과 서비스는 늘어난다.이러한 자격증 진화의 배경은 민주화와 국민의복리 증진이다. 결코 자격증소지자들의배를불리기위한수단은 아니다. 문과 자격증들은파격적이든아니면파격에는미치지못했을지라도 선발인원만큼은 줄줄이늘려왔다. 과연의대증원을 반대하는 명분이진정밥그릇을 지키고자 함인지,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문과 자격증과 의사 자격증이같으냐고반문할수도 있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의술이라서다르다고 주장할 수도있을 것이다. 몇년전방영된의학 드라마 ‘라이프’에서 조승우가한대사가자꾸만유튜브에뜬다. 대학병원사장역을맡은조승우가지방의료활성화를위해몇몇과를지방으로 옮기려하는데이에의사들이 반대한다.조승우는 “의사면서 왜안 가느냐. 일반 회사였다면지방으로벌써옮겨살집구하고있을것”이라고 하자 이에 의사는 “우리가 일반 회사원하고 같으냐”고 반발한다. 그러자 조승우는 “그러면 뭐가 그렇게 다르냐”고 하면서 ‘핵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많아지는세상이바로살기좋은 세상,진정민주화가아닐까 한다. 2000년대 우학이라는법명을가진스님이쓴책이름이떠오른다. ‘저거는맨날고기묵고!’
자격증은그자체가진입장벽…본인이따고나면사다리치우고싶은게인지상정전문직종선발인원늘면국민복리증진도움…변호사등‘문과8대자격증’확대의대증원반대명분이뭔지… “우리가회사원과같냐”던드라마속대사되새겨야
필자주요이력
▷부산대번역학박사▷미국 University of Dayton School of Law졸업▷대구가톨릭대학교영어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