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개공정‘멍즈란’… 100%장인손으로빚은최상품바이주
“모든 위대한 창조는두손에서비롯된다(一切偉大皆由雙手創造).”
중국명품 바이주(白酒, 고량주)브랜드로꼽히는 멍즈란(夢之藍) 수공반(手工班)작업장기둥에새겨있는 문구다.수공반, 20년 이상 경력의장인이 100%직접 손으로 빚은 술이라 해서 수공반이라 이름 붙였다. 중국 바이주 기업양허(洋河) 그룹의 최고급 브랜드인 멍즈란 제품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치는라인이다.
양허 그룹 전체 양조장에서 생산된기주(基酒·기본이되는술)의단2%만이멍즈란 수공반을 만들 수 있는 품질에부합한다. 그만큼 한해 생산되는 양도적어서 베트남,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만수출될뿐이다.
가격도 비싸다. 멍즈란 수공반500ml짜리 52도 제품이 중국에서 약2000위안(약 38만원)에 팔린다. ‘중국의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주력상품 ‘페이톈’과 비슷하다. 따라서멍즈란수공반은중국 8대명주로꼽히는양허그룹의프리미엄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할수있다.
◆‘상위 2%’로 빚은 멍즈란 수공반…마오타이와대적
지난18일중국에서‘술의 도시(酒都)’로잘알려진장쑤성쑤첸의바이주회사양허그룹을 찾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바이주 시장 경쟁 속에서양허도고급화에주력하고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멍즈란 수공반 작업장 입구에는 ‘하늘로 치솟은 술향을새가맡으면봉황이되고, 땅에떨어진술찌꺼기를 물고기가 맛보면용이된다(酒氣沖天飛鳥聞香化鳳, 糟粕落地遊魚得味成龍)’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그만큼 술향이 향기롭다는 것을 강조한것일테다.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간장을끓이는 듯한 쿰쿰한 냄새가 확 풍겨온다. 누룩분진과곡물을주재료로한주배(酒醅, 술의원료)가 뿜어내는 향이다.안내원은 “명·청 시대부터 수백년 전해져내려온 교지(窖池, 황토에물을 섞어만드는 발효 구덩이)에서 180일간 발효한주배”라고 설명했다.
작업장에는 장인 10명이 각각 5명씩2개 조로 나뉘어 일하고 있다. 주배를
‘술의도시’장쑤성쑤첸에위치양허최고급기주2%생산라인
거대한나무솥에옮겨 담고, 솥에담은주배를 끓여서 증류하고, 남은 주배를다시식혀서2차발효를위한누룩분진과 발효제를 섞는 작업이 한창이다. 주배가 뭉치지않게차곡차곡 솥에쌓아야만끓일때골고루가열될수있기때문에 장인들은 하루에도 수천번씩 빗자루와삽으로두드리고또두드린다.
멍즈란수공반은이처럼현대화기계의도움없이 100% 장인의손에서빚어진다. 중국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지정된 양허만의독특한 양조 기술에 따라 137개 공정을 거쳐 제조된다. 특히베이스가 되는 기주는 수백년 역사의지하 술 저장고에서 20년 이상 성숙을거쳐엄선한 것이다. 기계 자동화로 발효·증류하는 일반 바이주와는 비교할수 없다.
◆“중궈멍, 멍즈란” 광고 대박… 習가사랑하는술?
양허가 위치한 쑤첸은 예로부터 ‘술의 고장’으로 잘 알려졌다. 청나라 건륭제가 이곳을 찾아 현지술맛을 칭찬하면서황실에공납돼유명해졌다는이야기도있다.
신중국건국이후정부가이곳에있던여러양조장을 합병해만든 게양허그룹이다. 과거마오타이와 함께중국 정부로부터해외수출을 허가받은 바이주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1979년 중국 8대명주로도인정받았지만차츰마오타이,우량예에밀려빛을발하지못했다.
그러던 양허가 2003년부터 새 변신을 시도했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바다보다 넓은 것이하늘이고. 하늘보다 넓은 것이인간의마음이다”라는 명언에서 착안해 바다(하이즈란, 海之藍), 하늘(톈즈란, 天之藍), 꿈(멍즈란), 이렇게세개의 ‘블루(藍)’ 시리즈제품을내놓은 것.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집권한 후 ‘중궈멍(中國夢,중국꿈)’을제창하자, ‘멍즈란이 시주석이가장 사랑하는 술’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양허가내건“중궈멍, 멍즈란”이란광고카피도대히트를쳤다. ◆독자개발한 ‘몐러우’향… 바이주업계‘한 획’긋다
양허의 가장 큰 자랑은 ‘몐러우(綿柔)’향형이라는 바이주 향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장향(醬香)형, 눙향(濃香)형, 칭향(靑香)형으로분류된바이주 업계에한 획을 그은 셈이다. 양허도 원래는 눙향형으로 분류됐으나,이제는옛말이됐다.
몐러우, 말 그대로 직역하면 폭신폭신한 부드러운 맛이란 뜻이다. 기자도직접 멍즈란의 베이스가 되는 도수 72
도짜리기주를 시음해 봤다. 입안에머금고 음미하는데, 다른 도수 높은 바이주처럼 혀가 타는 듯한 알코올의강렬한 자극 없이술향이입안을 폭신폭신하게 감싼다. 목 넘김도 부드럽고, 뒷맛이입안에오래남아있으면서도깔끔한느낌이랄까.
안내원은 “양허의바이주는 옥수수·찹쌀·보리·쌀·수수, 이렇게 다섯 가지곡식을 주원료로 삼는데, 각각의 곡식이내는 단맛(甜, 옥수수)·푹신함(綿, 찹쌀)·부드러움(軟, 보리)·깔끔함(凈, 쌀)·향긋함(香, 수수)이 어우러져 몐러우향을낸다”고 설명했다.
몐러우향의 비결 중 하나는 발효에있다. 양허는 6~8월 석달간은 술을 빚지 않는다. 3월부터 5월까지 주배를 지하 발효 구덩이에 넣고서는 6~8월에는발효 구덩이를 완전히 닫고 주배를 발효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9월부터구덩이를열고 ‘선입선출’ 방식으로 3월에먼저넣어발효한 주배를먼저 꺼내 술을 빚는다. 6개월 동안 온갖 미생물이 생장해 효소가 활성화해몐러우향을만들어낼수있는 것이다.
양허만의 술을 담는 도자기 항아리도 몐러우향을 내는 비결이다. 양허는멍즈란 등과 같은 고급 술을 저장하는 술 항아리를 인근 ‘도자기 도시’ 장쑤성 이싱에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다. 1200℃ 고온에서 만든 도자기 항아리는 산소가통과할수있는 미세한 구멍만 8만개이상뚫려있어‘숨 쉬는술항아리’라 불린다.
통풍이잘되는데다가열전도율도낮고, 철분, 칼슘, 구리, 마그네슘, 망간 등과 같은 금속도 도자기에 함유돼 술의숙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부드러운 몐러우향을 낼수있다는 게안내원의설명이다.
◆부자들의 술 항아리 보관한 ‘바이주 금고’도
사실 바이주는 묵히면 묵힐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양허의술은 더더욱 그렇다. 양허는 우수한 술 저장 기술을 바탕으로 무려100만톤의 술을 저장해숙성하고 있다.이중고품질기주가 23만톤, 완제품술이70만톤이다.
기자도 직접양허의 술 저장고를 찾아가 봤다. 입구에 ‘천하제일단(天下第一壇)’이라 새겨진 거대한 술 항아리가취재진을 반긴다. 높이 9.5m, 지름 6.5m의술항아리에는실제로기주 100톤이저장돼있다고 한다. 안내원은 “한 사람이스무살부터 하루도 쉬지않고 하루에술을 한 근씩마시면 550년을 마실수있는양”이라고 설명했다.
양허의 술 저장고에는 수만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술 항아리마다 각자 고유번호와 QR코드가 붙여져 모두 디지털 관리되고 있다. QR코드를스캔하면도기제작 정보,술생산연도등을한눈에살펴볼수있었다. 이중에는 고객들이양허의술을30ℓ, 50ℓ씩 항아리째사서보관을 맡겨놓은것도 많다. ‘바이주 금고’라고도 불리는 이곳엔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징둥그룹의 류창둥 회장과 같은 부자들의이름이적힌항아리가 눈에 띈다. 징둥그룹이2014년 미국나스닥에상장했을당시류회장이축하주로 마셨던술이기도하다.
이같은 양허의고급화 전략은 차츰효과를 내고 있다. 2022년 연매출 300억위안을 첫 달성하며 마오타이, 우량예에 이은 중국 ‘톱3’ 바이주 기업으로자리매김했다.특히멍즈란은그룹전체매출에서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일등공신이다.
20년이상경력의장인들이빚어중국국주마오타이와같은반열
수백년된발효구덩이서180일하루수천번두드리며2차발효
72도몐러우향기주시음해보니폭신폭신한술향이입안감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