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테크’의공습과‘모노즈쿠리일본’의부활
한국의중산층기준은 의외로 유별나다. 다른선진국과는사뭇 다르다. 삶의질을중시하는그들과 다르게한국인은양에치중하고상대적격차에집착한다. 오랜세월빈국으로살다가압축 성장을 하면서잘살게되었으나 아직도 개도국 혹은 중진국 콤플렉스를 벗어나지못하고있는 듯하다. 한국에서중산층이라면 부채 없는 30평형 아파트 보유와 월 급여500만원이상에다통장예금1억원이상, 2000㏄이상 중형차 소유와 연 1회 이상 해외여행등을 다닐 수 있는 부류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중산층 범위가 축소되고 고·저소득층양극단에치우치는기형적아령형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틈새를 포퓰리즘정치가 파고들어진영으로 나누어갈등을 부추기고소비까지양극화로치닫는다.
전세계C-커머스경계령확산
최근 총선이끝나고 민생회복이최대이슈고이중심에물가가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올라 선거민심이결국여당의참패로 끝나는결과를만들어냈다.덩달아내수시장에서도이상지각 변동이일어나고 있다. 중국 C-커머스의국내유통참여로가성비좋은‘메이드인차이나’가 소비자 지갑을 거침없이 유혹한다. 중국산의공습이산업전반에빠르게확산하면서이로인해공장을닫거나 축소하는현상이점점늘어나는 추세다. 단지한국에만있는일이아니고 전세계시장이공통으로 직면하고있으며C-커머스에대한경계령이급속하게확산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등에서는 중국산침투를저지하기위해서보호무역강화조치를앞다투어내놓는다. 하지만 한국은중국의보복이무서워엄두도내지못하는현실이다.
수입차 내수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경기가안좋으면눈에띄게나타나는것이신차 판매 수요 감소다. 전기차 수요에 대한 숨고르기와 맞물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1분기 내수 시장에서 수입승용차 판매가 11.5% 줄었다. 고가의유럽자동차 판매가 대폭 위축되고 있어수입차 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와중에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 인기에 편승하여일본산인도요타는 30.7%나 증가하여대조를보인다. 혼다어코드하이브리드와 CR-V 하이브리드 모델도 덩달아 판매 호조세다. 일본산불매운동여파로한동안주춤하던일본차판매가 다시기지개를 켠다. 국산승용차구매를꺼리는 고소득층의수요가 일본차 수요로 이전하고있는것이특징이다.
작년6월부터수출이회복되고있다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위기가 감지된다. 반도체를빼면계속 무역적자인‘반도체 착시’라는 지적이전혀틀리지 않는다. 이마저반도체수요불확실성증가와 중동전쟁확산 조짐으로 불안감이 확대된다. 반도체수출마저적신호가켜지면우리수출은걷잡을수없는수렁속으로 빠져둘 가능성이농후하다. 당분간 자동차수출증가는어려울것으로 예상된다. 17개월만에올해 2월 대중 무역이가까스로 흑자로 전환하긴했어도 다시적자로돌아설수있다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대일·대중 쌍둥이무역적자가 고착화하면 다른 나라에수출하여 번 돈은 이웃 두 나라에서 수입하는 데몽땅 써야 하는 최악의시나리오가 현실화할수도있을것같은예감이든다.
한·중·일 동북아 3국 소비자의소비패턴도미세하게 다르다. 일본 소비자는 예나 지금이나크게동요하지않고자국산에대한애착이매우 강하다. 저가의중국산은 구매하지만 내
미·유럽등중국산침투에보호무역강화…한국은보복무서워엄두도못내대일·대중쌍둥이무역적자고착화…다른나라수출해번돈몽땅써야할판가성비좋은중국산·트렌드강한일본산사이‘넛크래커’전락…묘수찾아야
구 소비재는 한국산이나 중국산을 철저하게외면한다.일본인의자존심이소비에도반영되고있는 셈이다. 중국인들의과시욕은익히소문나 있지만 경기가 악화하면서 명품에 대한구매가크게줄었다. 일반 소비재는젊은층을중심으로 자국산 소비가 늘었다. 애국 소비라고하지만중국상품의질이좋아진것이원인이다. 특히자동차나 IT·가전 제품은일본산혹은한국산구매를현저히줄이는 양상이다. 이에비해한국 소비자는 원산지를 가리지않는소비행태를 잘바꾸지않는다. 무역구조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의내수 시장이수입상품에취약함을보여주는단면이다.
엔저장착한일본산공세도거세
수출 시장에서도 한국산이 가성비의 중국산과 트렌드를 강조하는 일본산의중간에끼여 ‘넛 크래커’ 신세로전락하고있는모양새가다시 불거진다. 공급과잉으로 재고 누적에허덕이는 중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밀어내기를
본격화하면서세계시장을 할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쉬운 시장에눈독을 들이며,유럽과한국시장은우선공략 대상이다. 유럽의주요 항구엔중국산 전기차가 가득하고철강·태양광 등으로 홍역을 치른다. ‘알·테·쉬’ 전자상거래 플랫폼 진출로 중국산 소비재의 침투 통로가 되면서 각국의 제조업과 유통업에타격이만만치 않다. 중국산에대한 보호무역조치가확대되고있다. 엔저(円低)를 장착한일본산의해외시장진출공세도거세다.수출시장에전운이감도는이유다.
문제는이런구조가향후더강화될것이라는 점이다. ‘기술 굴기’로 뜨고있는 중국산 ‘붉은 테크(Red Tech)’의 공습이 무섭다.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자국시장을틀어잠근 중국이이제해외시장에서무차별적으로덤벼들 기세다. 아프리카(90% 점유)를 비롯한 세계주요국의광산이중국의손에넘어가면서배터리등생산을수직계열화함으로써절대강자로 군림할 태세다. 제조에 더해이제남의나라유통까지넘본다. ‘모노즈쿠리일본’의부활도심상찮다.일본기업재기로가장먼저피해를보는쪽은한국 기업이다. 수출·내수시장에서한국산의고전이현재진행형이면서굳어질개연성까지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소비자마저어설프게 이런 엉거주춤한 행태를 지속하면쪽박 차고 결국주변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묘수를찾아내야한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네덜란드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 ▷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동서울대중국비즈니스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