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영롱함을넘어서’…예술의본질찾아물방울­과함께한50년여정

김창열화백작고3주기­展

- 전성민기자ball@

“예술의본질은결국 일루전(Illusion)일 텐데, 이것을 재검토해보려는 게나의예술입니다.”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가가 평생풀어야 할숙명같은 질문이다. 김창열화백(1929∼2021)은 답을찾기위한 ‘50년미적 여정’의 평생 동반자로 물방울을택했다.

김창열화백작고3주기­회고전‘영롱함을 넘어서’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에있는갤러리현­대에서개막했다.

1976년 갤러리현대는 프랑스 파리에서활동 중인김화백초대전을 개최하며그의물방울 작품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고인의 마지막 전시가 된2020년 ‘더 패스(The Path)’까지 열네번의 전시를 함께하며 반세기 동안 소중한인연을이어왔다.

‘영롱함을 넘어서’ 전은 갤러리현대에서열리는 김화백의열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물방울을 통해예술의 본질을탐구해 온 작가의 조형 의식을 재조명하기위해기획됐­다.

전시에는 마대 위물방울이 처음 등장하는 1970년대 초반 작품부터 2010년대 제작된 근작까지 김 화백의 예술여정을 회고할 수있는 주요 작품 38점이소개됐다.

미술품 컬렉터(수집가)로도 유명한방탄소년단(BTS) RM 등 다양한 소장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았다는 점에서주목받고있는 전시다.

김 화백과 물방울의 운명적인 만남은 53년 전으로거슬러올라간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파리로 예술의터전을옮긴김화­백은파리근교마구간에­서생활하던 중 1971년 어느 아침재활용을 하기위해물을 뿌려둔 캔버스에서물방울을발­견하게된다.

1976년 현대화랑개인전을앞두­고 11년만에고국에온 김화백은 미술평론가 고(故) 이일, 동료 작가인 고 박서보화백과 나눈 대담에서다음과 같이물방울을선택한이­유를설명했다.

“캔버스를 뒤집어놓고 직접 물방울을 뿌려 보았어. 꺼칠꺼칠한 마대에 매달린크고 작은 물방울의 무리들, 그것은 충분히 조형적 화면이 성립되고도남질 않겠어. 여기서 보여진 물방울의개념, 그것은 하나의 점이면서도 그 질

1971년아침,물뿌려둔캔버스에서생­명력지닌새로움과운명­적조우맺혀있는것넘어­다양한형상선봬끊임없­이실험…주요작38점소개

감은어떤생명력을지니­고있다는새로움의 발견이었어. 점이가질수 있는 최대의감도라 할까. 기적으로 느껴졌어.” (‘공간’ 1976년 6월호)

이후 김화백은 물방울과 함께예술의 본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갤러리현대는 “김 화백은 실제같아 보이지만 철저하게조형화된물방­울을 마(麻)천, 모래, 신문, 나뭇잎,한자등실제 위에 놓음으로써 실재와 가상 사이의간극을좁히는중­성화를끊임없이시도했­다”고 짚었다.

이번전시는50년간물­방울이라는한가지소재­만탐구한김화백의‘미적 여정’을 소개한다. 1층 전시장에서는 1970년대에김화백­에의해발견되고선택된­물방울이시간과중력을­초월하며만들어낸환상­의세계를확인할수있다.

1970년대에나타나­는물방울들은대체로실­제물방울이캔버스위에­맺혀있는것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김화백의독창적인조형­언어로구축된구도로캔­버스화면안에서조화를­이루고있다.

2층 전시장에서는영롱하게­맺혀있던 물방울이 중력과 시간을 거스르며움직이기시작­한다.김화백의물방울은단순­히 맺혀 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표면에서흐르고흡­수되며물방울이가진다­양한물리적인형상을선­보인다.

전시작 ‘물방울’(1979)에서는 물방울들이화면한가득­맺혀있으며, 그중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화면 위에 맺혀있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언뜻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속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물리법칙을따르고있는­물방울의모습이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1980년대 이후제작된 ‘회귀(Recurrence)’ 시리즈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회귀’ 시리즈 안에서도 작가의 다양한 변주와 실험이 존재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 작가는

수많은 물방울을 연구하면서 이를 더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지지체를 찾는실험에몰두했다.

글자를 비롯한 다양한 표면과 물방울이 상호 작용하는 다양한 연출들을살펴보면작가­가가졌던수많은고민과­치열함,조형언어에대한끊임없­는실험을엿볼수 있다. 물방울은표면의글자를 확대하거나,가리거나혹은지워내기­도 한다. 글자 표현방식에있어서도 글자위에색을칠한후글­자부분만뜯어내는 기법을 사용하거나, 글자 부분만비워놓고 색을 칠하는등다양한 기법실험을관찰할수 있다.

‘회귀 DRA97009’(1997)를 보면물방울 옆에 먹으로 글자가 지워져 있는데,이는 마치물방울의그림자처­럼기능하며제3의공간­을 형성한다. 전시는오는6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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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갤러리현대] 관람객이 ‘회귀 SH2013020’(2013)을감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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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갤러리현대서 전시를 연 김창열화백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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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DRA 97009’(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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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ENS 203’(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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