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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gan Sports - - Entertainment - (hooam.com/인터넷신문whoim.kr)

얼마전첫눈이 내렸다. 첫눈치고많은양의 눈이 내리는 바람에곳곳에서 교통마비가 되기도 했다. 내가 있던대학로에도많은눈이 내렸다. 소나무길에떨어진낙엽위에흰눈이쌓이고있었다.아름다운풍경이었다.

문득어린시절에첫눈이오던날의풍경이떠올랐다.어린아이들은흰눈이내리는하늘을바라보며두팔을벌려소리를지르며눈사람을 만들었다. 동네개들은신이나뛰어다니고,어른들은어느집안방에모여라디오연속방송극을들으며뜨끈한고구마를드시곤했다.유명한라디오드라마작가였던한운사씨가작사한‘눈이나리는데’는지금도기 억난다. ‘눈이 내리는데, 산에도 들에도내리는데, 모두가세상이 새하얀데, 나는걸었네. 임과 둘이서,밤이새도록하염없이하염없이~.’

부친이경찰서장으로부임한충주는정말눈이많이왔다.어디에가나눈이많이쌓여있어눈으로하는놀이는원없이했던기억이난다.눈사람도많이만들고,눈썰매도신나게 탔다. 친구들과함께눈싸움도 많이 했다. 어린 시절의 충주는 ‘겨울왕국’이따로없었다.

그런데다음임지인진해의겨울은 180도달랐다.눈이라곤구경도할수없었다.어느 해 2월 말이었는데 마치 따뜻한 외국휴양지에온 느낌이었다. 진해탑산인근의관사에이삿짐을풀고정리하려는데갑자기동네사람들이환호성을질렀다. ‘무슨 소리지?’ 하고밖으로나가봤더 니 하늘에서 진눈깨비 같은 눈발이 흩날렸다. 눈송이가어찌나작은지땅에닿자마자녹아버렸다.충주에서살다온내가보기엔눈이라고도할수 없었다. 하지만진해사람들은그눈을보고기뻐소리를질렀다. 그순간내가정말남쪽으로이사를왔다는것이실감났다.

학창 시절에는 첫눈이 내리면 제일 먼저 학교 운동장의 구석에 있는 평행봉으로 달려갔다. 아무도밟지않은평행봉쪽에내발자국을실컷낸뒤,평행봉위에곱게쌓여있는하얀눈을손으로 ‘쓰윽’ 치우고 운동을 시작하면 마음이 그렇게 상쾌할수없었다.

그 눈은 성인이 되면서 의미가 달라졌다. 특히군대에가면남자들은눈을정말싫어하게 된다. 꼼짝없이사역을 나가 눈을치우고나면‘지옥에다녀왔다’고말할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다. 김소월 시인의‘예전에는미처몰랐어요’처럼눈이마냥예쁘고반갑지만은않게된다고한다.올해첫눈은아현동KT화재사고와함께시작됐다. KT에화재가나자인근지역의인터넷,전화,통신이두절되고말았다.휴대전화를사용하지못하는이용자들은인근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상점은 카드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어 현찰을 받아야했다. 휴대전화로 사업하는 자영업자들은장사를접어야 했다. 병원근무자들은차트를 손으로 작성했고, 약국근무자들도 수기로 작성된 처방전을 주어야 했다. KT 화재로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우리삶이이렇게까지 인터넷, 전화, 통신등에의존적인지몰랐던것이다.

얼마전고양저유소화재사고때도경고했지만현재국가의중요시설중관리 가소홀한곳이적지않은 듯하다. KT 화재는아직까지그원인을명확히밝혀내지못하고 있다. 어찌보면그날의화재는예견된참사라고할수 있다. 비용만따지다 발생한 인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통신 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입었다. 첫눈이 내리던 날 발생한 KT 화재는진정 자랑스러운 IT 강국의모습은 아니었다. 차길진넥센히어로즈프로야구단구단주대행은사단법인후암미래연구소대표,서대문형무소역사관운영자문위원등을역임하고있다. 2014년화관문화훈장을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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