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저물고해야할일은많다

Ilgan Sports - - Entertainment - (hooam.com/인터넷신문whoim.kr)

연말이되면사회각층에서한해를보내면서 남기는 사자성어를 결정한다. 내게는어떤사자성어가해당되는지생각하다문득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이떠올랐다. ‘일모도원’은춘추시대오자서가한말로, ‘해는저물고갈길은멀다’라는뜻이다.해야할일은많은데시간이없을때‘일모도원’이라는말을쓴다.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처음으로 사기의 ‘오자서 열전’을 읽었다. 오자서는 초나라에6대째충성을바친가문출신이었다. 초나라평왕은태자건과 혼인시키려던 진나라 공주를 가로채 자신의 왕비로삼은 뒤, 태자건을송나라로내쫓고태자의 사부였던 오자서의 부친 오사와 오자 서의형오상마저처형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오자서는 오랜 시간동안온갖고초와풍파를겪으면서오로지 평왕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렸다.마침내 오나라 오왕 합려의 부름을받아외교 고문의 자리에 오른 오자서는 그토록바라던초나라정복에 성공했다. 그러나초나라평왕은이미죽고진나라공주가낳은소왕이즉위한상태였다.오자서는평왕의무덤을파헤치고시체를 꺼내 300번이나 매질했다. 이를 본 초나라 대부 신포서가 사람을 보내 오자서에게“그대의복수는너무심하지않은가.사람의수가많으면하늘을이길수있지만, 하늘이결정을내리면사람을깨뜨릴수있다고 들었다. 그대는옛날에는평왕의 신하로서 몸소 북면하여 그를 섬겼는데이제죽은사람을욕보였으니어찌천 도가없는것의극이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그때 오자서가 말했다. “부디 신포서에게잘전하라.해는지고길은멀기때문에 갈팡질팡 걸어가며 앞뒤를 분간할겨를이없었다고말이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바로 ‘일모도원’이다. 중학생 때 처음 이 고사를 읽고신포서의말처럼오자서의행동이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복수하고 싶다고해도이미죽은사람의시체를 300번이나매질한다는것은인간적으로보이지않았다. 훗날오자서에대한평가도썩좋지만은 않았다. 마치함무라비법전처럼‘눈에는 눈, 이에는이’식으로복수했다고하나자신이 모셨던 왕에 대한 복수치고 정도가지나치다는의견이많았다.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이가 되고 나니이제야 ‘오자서 열전’을 이해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몸은 쇠약해지는데 해야 할일은 많으니, 시간에 쫓겨 반드시 도리에맞게일을처리할수만은없다는, 그심정을 알 것 같다. 방법이 아닌 그마음을말이다.

지나간세월을반추하면지금까지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모두남의일이요,정작내가원했던일은별로이룬것이없다.이제나이가들고투병생활로예전같지않은몸으로새해를맞이하니문득해야할일을마무리지어야했던오자서의심정이이런것이아니었나하는생각이든다.

2019년은 ‘일모도원’하는마음으로열어보고자한다.해는저물었고해야할일은많다.많은일을한것같아도바라던것은아직완수하지않았으니투병중인내몸과 나이가 걱정스럽다. 시간은 화살처 럼 빨리 지나가고 인생은 찰나처럼 짧고허무하다. 그럼에도 내겐아직시간이남아있고하고싶은일,해야할일이있음에고마울 따름이다. 2019년 기해년, 하루하루를 정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반드시원하는것을이룰수있으리라. 차길진넥센히어로즈프로야구단구단주대행은사단법인후암미래연구소대표,서대문형무소역사관운영자문위원등을역임하고있다. 2014년화관문화훈장을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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