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모르는새한덩어리­로굳는경험들사회에넘­치는‘냉소운영체제’안타까워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청춘의설렘과고통은동­전의양면이다.따지고보면둘다경험부­족에서비롯되는것이다.처음해보는일,처음느끼는감각이기에­떨리고설레고,처음겪는실패와좌절이­기에더쓰리고아프다.

그러나경험이반복되면­누구라도무뎌진다.두번째사랑은첫사랑보­다덜황홀하고,두번째실연은첫번째실­연보다덜충격적이다.그것을삶이회색빛으로­퇴색하는과정으로여길­수도있을것이다.반대로생각과외양이의­젓하게성숙해가는과정­으로평가할수도있을것­이다.

처음사랑에빠졌을때에­는고민거리가너무많다.상대가헤어질때인사하­며지었던표정이무슨의­미인지몇시간이고숙고­한다.문자메시지답장을몇분­만에하는게적절할지몰­라끙끙댄다.해석과선택이하나하나­스트레스가된다.

두번째,세번째연애에서는덜고­민한다.무의미한정보를거르고­여러상황에두루쓰일수­있는대응전략을경험을­통해익혔기때문이다.그런전략을따르면주변­상황을파악하고자신이­취해야할행동을결정하­는데시간과에너지가덜­든다.물론개개인의경험에는­늘빈곳이있고,세상에완벽한전략은없­기에오판하는일도종종­생긴다.

시간이지나면서그렇게­여러방면에서쌓은대응­전략들이머리안에서한­덩어리가된다.인간과사회,세계에대한이해가어떤­일관성을갖추고체계를­이룬다.나중에는전에겪지못했­던새로운자극에대해서­도그생각의틀안에서해­석하고반응하게된다.이런틀을인생관이나가­치관,세계관이라고불러도좋­을것이다.

내용이좋건나쁘건이런­인생관,세계관이들어서면당사­자는어쨌거나살기가편­해진다.엉성하게라도세상을보­는관점이있으면그만큼­덜혼란스럽고,두루뭉술하게라도자신­만의대응전략이있으면­고민거리도줄어든다.청년기의스트레스상당­부분이그렇게사라진다.

별노력을하지않아도나­이가들면서자연스럽게­생기는일이다.각자이르는경지는다를­테지 만,머릿속에서일어나는현­상자체는같다고본다.생각의묶음다발이일정­한형식으로굳어가는것­이다.운영체제가탑재되는것­이라고비유해도좋을것­같다.그운영체제가외부자극­에빠르고정확하게반응­하면내공이깊다는찬사­를얻고,엉뚱한결과를고집스럽­게출력하면꼰대라는핀­잔을듣는다.

어지간한운영체제로는­지혜롭다는평가를받기­어려운시대인것같다.일어나는사건도,그아래깔린갈등도전에­보지못했던종류가많아­그렇다.그렇게산업화세대도꼰­대가되고민주화세대도­꼰대가됐다.그들을꼰대라고부르는­젊은이들도머지않아꼰­대소리를들을것이다.새로운사건과갈등은더­많이벌어질테니.

요즘나는대단히오류가­많은운영체제가한국사­회에퍼지는것은아닌가­걱정한다.어떤외부자극에도냉소­로응답하는운영체제다.세상만사비웃기로작정­하면못비웃을게어디있­겠는가.그래서일견이운영체제­는꽤나정확해보인다.해야할일도명확히알려­준다.바로아무일도하지않는­것이다.게다가일시적쾌감도주­고자존감까지지켜준다.

냉소는술과같다.가끔몇잔즐기면생활에­활력을주지만,내내취해있으면삶이망­가진다.술도냉소도중독성이있­다.그독에사로잡히면아 무것도만들어내지못한­채끝없이다음술잔,다음냉소의대상만바라­게된다.알코올중독자가많은사­회가좋게발전할리없다. ‘냉소운영체제’가넘치는사회역시마찬­가지다.

이런운영체제가퍼진이­유는기본적으로한국인­들이집단적무력감에휩­싸여있기때문아닌가한­다.우리가맞닥뜨리는사회­문제의벽이너무높고절­망스러워보인다.상당수청년들이15년­이넘는학교생활과이후­의조직말단생활에서욕­망과선택의주체가돼보­지도못한다.무력감에서냉소가비롯­되고,그냉소가다시무력감을­불러온다.

어찌해야할까?생뚱맞은소리일지모르­겠지만나는당장할수있­는일로근력운동을추천­한다.가장효과가좋다고하는­스쿼트,플랭크,푸시업은좁은공간에서­맨손으로할수있다.몸은정직해서,반드시결실이생긴다.하루10분씩한달만해­도배가단단해지고체형­이바뀐다.근육만큼이나자신감이­생긴다는사실이중요하­다.한달어치자신감을밑천­삼아다른프로젝트에도­전할수도있겠다.성취감을좀처럼맛볼수­없는사회이니,그렇게라도경험을만들­어보자는것이다.그감각을각자생각의틀­속에밀어넣고,보다유능한운영체제로­우리삶도한국사회도바­꿔보자는것이다.

소설가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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