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2030 “결혼계획없어남결혼식­안가”

이슈분석 달라지는경조사비

JoongAng Ilbo - - 프론트 페이지 - 이상재·김태호기자[email protected]

“서먹서먹해져도개의치­않는다”

직장인김예림(35·여)씨는10년넘게직장생­활을하면서학교동창이­나회사동료한테서수없­이청첩장을받았지만두­차례만갔다.옆부서선배결혼식초대­를받았지만가지않았고,축의금도보내지않았다.그후로관계가서먹서먹­해졌다.김씨는“크게개의치않는다”고말했다. “어릴적부터친척결혼식­에갈때마다얼굴도모르­는분들께인사하는게재­미없었어요.스무살넘어선‘이런데가서뭐하나’하는생각이었고요.영혼없이손뼉치고,똑같은뷔페음식먹고….틀에박힌30분에감흥­이없었어요.”

직장인박모(37)씨는지난해검소하게결­혼식을올렸다.양가부모와신랑·신부의절친두세명씩만­초대했다.축의금은받지않았다.박씨도10년전부터경­조사에거의안갔고,돈도안낸다.박씨는“경조사를지나치게챙기­는것은돈낭비,시간낭비다.복세편살(복잡한세상편하게살자)아니냐”고잘라말했다.

봄이막바지로접어들면­서청첩장이줄을잇고있­다.중앙일보는지난 15~17일서울시청인근에­서2030세대36명­을무작위로심층 인터뷰했는데, 이들의상당수에게서경­조사에대한달라진생각­을읽을수 있었다.요컨대▷내키지않으면굳이참석­하지않는다▷주고받기에크게연연하­지않는다는것이다.

서울동작구한미정(62·여)씨는청첩장이나부고를­받으면가장먼저두딸의­결혼식축의금명부를찾­아본다.그집에서딸결혼식에 참석했는지, 축의금을얼마냈는지확­인한다.결혼식에왔던사람의경­조사에는아무리바빠도­반드시참석하고,받은돈이상부조금을낸­다.한씨는“그게최소한의예의이고 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달에세번이상꾸준히­경조사에간다.봄가을엔주말마다결혼­식에 가느라 바쁘다.경조사비로매달50만­원이상들어간다.한씨는“부담될때도있지만막내­아들(현재 미혼) 결혼식때어차피다받을­거니아깝지않다”고말했다.

중소기업대표 최문호(59·인천시 연수구)씨는친인척과회사임직­원은물론동문회·산악회·기원회원,심지어사우나에서자주­만나는사람의경조사까­지 챙긴다.협력업체직원의조카결­혼식에30만원을보낸­적도있다.잘모르는 사이라도 소식을 알려준사람의낯을봐서­최소10만원을보낸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끊임없이청첩장과­부고가올라온다.최씨는“경조사소식을듣고안면­몰수하지않는게인지상­정”이라며“나보다윗사람이면인사­치레에서,아랫사람이면돌본다는­의미에서얼굴을비추고­돈을보낸다”고말했다.

경조사비는모임참가비­겸자존심

5060세대에게경조­사비는사회생활유지의­필요충분조건이다.이런저런모임에참여하­려면경조사챙기기가필­수다.중앙일보는지난 15~17일 서울시청인근에서시민­74명을심층인터뷰했­다.이중5060세대는3­3명이다.이들에게경조사는가장­잦은사교행사였다.월평균 2.5회 참석한다. 60대이상은월4회도­있었다.반면에2030세대(36명)는 1.5회참석한다.

부조금도차이난다.가족·친인척·절친한친구등아주가까­운사람에게50대 12명 중 8명(66.6%)이, 60대 이상은11명 중 7명(63.6%)이 20만원이나30만원­넘게부조금을낸다.반면에20대이하는1­9명중 8명(42.1%)이, 30대는17명중8명(47%)으로낮은편이다.

초등학교교감으로은퇴­한김모(63·서울서초구)씨는동호회만10여 개다.김씨는“이따금모임에잘나오다­가소식이뚝끊기는사람­이있는데,십중팔구경조사비때문”이라며“경조사를알고도두세번­부조금을못내면누가말­하지않아도스스로빠지­더라”고전했다.

10년전직장을그만두­고프리랜서로일하는송­모(52·서울마포구)씨는“소속된회사가없으니이­전직장동료나고교·대학동창모임이더중요­해졌다”면서 “이런사적인모임에서는­경조사비가곧참가비인­셈”이라고말했다.송씨는“수익이아주좋을때월 250만~300만원버는데,경조사비로매달 50만원이상쓴다”고말했다.

자신의성공입증수단으­로삼기도

이들에게경조사비는‘자존심’의 다른표현이기도 하다. 경기도안양에사는이모(52)씨는얼마전대구의상가­에가면서다른동창한테­부의금전달을부탁받았­다. 20만원이었다.이씨는“사실그때까지지방결혼­식이나상가엔5만~10만원,수도권은10만원정도­냈는데,그다음부터체면때문에­20만원씩 내고있다”고말했다.

전문가들은5060세­대의이런관행에대해“가족과친인척이사회경­제적성공의기반이던세­대의전형적인모습”이라고풀이했다.

이택광 문화평론가겸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교수는 “50대 이상은 ‘성공은 곧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다”며“고향친인척에게자신의­성공을인정받고입증하­는수단으로경조사를두­루챙기는것”이라고말했다.이교수는 “5060이 각종모임에참여해경조­사비를 챙기며 인적 네트워크를넓히는 것은 ‘또 다른 고향’을 만드는활동이자경제적­행위”라고말했다.이렇게쌓은끈끈한인맥­이자신의경제적기반이­돼이익으로돌아온다고­믿기때문에경조사비를­아까워하지않는다는것­이다.

하지만이런인식이50­60세대의빈곤을부추­길수있다고걱정하는목­소리가나온다.

김근홍강남대사회복지­학과교수는“5060세대는 경조사참석을의무로받­아들이는그런시대를살­아왔다.누군가에게나누면서서­로를배려했고,체면을 중시했으며, 언젠가나도돌려받을수­있다는기대감을갖고살­았다”고분석했다.김교수는“급속한고령화시대에는­지금의경조사문화를바­꿔야하는데,특히 5060세대의 생각이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조사비를모임의 ‘참가비’로생각하면경제적기반­이약해질수록고립될수­밖에없다”며 “모임을 만들기전에 ‘경조사비는챙기지말자’는원칙을정하는등경제­적부담은덜면서사회적­관계는유지하는것도방­법”이라고제안했다.

28일서울에있는한예­식장에서하객들이혼주­측에게축의금을전달하­고있다.중앙일보가시민74명­에게경조사비에대한생­각을물었더니20·30대는“주고받는데연연하지않­는다”, 50·60대는“사회생활을유지하는필­수조건”이라고말해세대간인식­차가뚜렷했다. 강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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