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중165일간­연금된채시험문제낸다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박재현논설위원이간다 공무원시험을준비하는­사람들<軟禁>

음식물쓰레기내부서말­린뒤처리합숙생활중각­종질환호소잦아전문성­위해시험과목조정하고­컵밥먹는현장의목소리­들어야

20만명가량이응시하­는9급공무원시험은 대학입시(55만여명), 공인중개사자격시험(33만여명)과함께우리나라3대시­험에속한다.특히취업난이계속되면­서대학진학을포기하고­9급공시로전환하는고­졸응시생과퇴직이후를­대비하는중장년층이크­게늘고있는추세다.검찰직과교정직에지원­하면서형사소송법이나­형법대신사회와수학을­선택하는바람에‘검찰기소’등기본적용어도모르는­9급공무원얘기가화제­가됐다.시험을출제하고감독하­는이들의고심도그만큼­커지고있다.지난달29일세종시인­사혁신처의공개채용1­과사무실.최재혁집행계장과5명­의직원이스크린을보며­도상훈련을하고있었다.이달26일부터열리는­면접시험에대비하기위­해서다.지난달6일치러진1차­시험에합격한7000­여명을상대로이뤄질면­접시간,면접위원들의질문내용­을점검하고있었다.최계장은“수험생들의동선을동일­하게맞춰야하고,면접위원도1500여­명이나되기때문에준비­할게너무많다”고말했다. 9급출신인김동석주무­관은“시험이어려워지고면접­절차도더까다로워지는­추세”라고설명했다.이들에겐“면접이불공정했다” “관리부실로면접을망쳤­다”는 불만의목소리를잠재우­는게가장큰숙제다. 2000여명은탈락하­기때문이다.이날회의에앞서만난이­광열시험출제과장은9­급공무원시험이출제되­기까지의과정을설명했­다.정년이얼마남지않은그­는황서종인사혁신처장­의부탁을받고올 1월 자리를 옮겼다. 이과장은9급시험을위­해 15일간 ‘감금’된것을포함해올한해 165일 정도과천의국가고시센­터에서합숙을해야한다.그만큼힘든보직이다.그는사실상감금이라는­질문에 “연금(軟禁) 정도가아닐까요”라고했다.지난해시험출제과장은 181일 동안연금이됐었다.국가고시센터에들어가­면서핸드폰은물론일체­의연락장비를압수당하­고,이메일등은전혀사용할­수없다.센터에서나오는음식물­쓰레기조차외부로나가­지못하도록하고있다.자체적으로말려서처리­하는것이다. 100여명의시험문제­선정위원과재검토요원­50여명,관리직원및생활요원 40여명, 보안과간호를담당하는­30여명등모두220­여명이사실상감금상태­로생활한다.한출제위원은상(喪)을당해혁신처직원과보­안요원의감시를받으며­장례를마쳐야했다.보안요원이폐소공포증­이있는것을뒤늦게알고­소동을빚은사례도있었­다.한직원은집에들어오지­않는날이잦아지자집주­인이실종신고를하기도­했다고한다.이들의합숙에앞서 문제를 출제하는위원들도마찬­가지다.과목별로4명의출제위­원은합숙을하며각각1­5문제씩을출제한뒤위­원간교차검토를통해문­제를확정한다.시험문제들은출제관리­종합시스템에입고되며,이는수년치를모아서문­제은행형태로관리된다. 9급의경우인사혁신처­에서관리하는전체출제­위원이 1만4000여명 정도된다.하지만보안을이유로명­단은일체비밀에부쳐지­고있다.합숙기간동안출제위원­과직원들은1일차에는­문제은행에있는시험문­제를선정한다.이후선정문제가기출문­제및일부모의문제등과­유사한지또는중복되는­지여부를검토하고확인­하는절차를거친다.각과목별문제에대해재­검토요원들이다시한번­교차로검토를한뒤오·탈자와편집에서의오류­사항을확인하게된다.보통일주일뒤문제지가­인쇄되고그문제지는시­험장소로이동하게된다.지난해기준모두386­5개의객관식문제지가­출제됐다.신분노출과보안을이유­로인사혁신처대변인실­을통해전달된출제위원­의의견서에서대부분은 “국가 공직자를선발하는과정­에일조하는것에대해자­부심을느낀다”고말했다.다만“개인적인심리적,정서적긴장상태와가족­들의안위를둘러싼정서­적불안이조금은불편했­다”고말했다.건강에대한배려를주문­하는이들도있었다.그럼, 9급공시를준비하는이­들은어떤생각을하고있­을까.짧은취재기간에느낀서­울노량진공시촌의풍경­은잿빛이었다.노량진수산시장인근의­컵밥거리엔커피를비롯­해순대, 닭강정,볶음면,쌀국수,멸치얼큰수제비,황제컵밥등수십가지의­길거리음식이컵밥행태­로팔리고있었다. 4000원 안팎의컵밥이주식인이­들에게‘미래’에대한질문은어찌보면­사치처럼느껴졌다. “당장이지긋지긋한생활­에서벗어나고싶다”는생각이많은듯했다.어떤이는냉소적이었고,어떤이는도발적이었다.인근재수학원을다니다­가공시학원으로옮겼다­는한수험생은“필수과목인국어,영어,한국사는이미고등학교­때했던공부여서큰어려­움이없을듯했고,선택과목에도사회,과학,수학등이들어있어서좀­위안이된다”고말했다.하지만막상시험결과는­좋지않았다고했다.또다른수험생은“지방대를나와취직이안­돼공시로 전환했다. 솔직히국가를위한다는­생각보다는일단눈앞에­닥친생활고부터해결하­고,불안정한노후도대비하­고싶었다”고말했다.이들에겐한평남짓한고­시원방도사실상연금이­나마찬가지였다.부산에서올라왔다는수­험생은“서른살이다됐지만취직­을못해노동일까지했다.보다못한어머니가강제­로9급공시를하라고해­시험준비는하고있지만­제대로될지모르겠다”고말했다.문제를제출하는공무원­과교수들이나시험을준­비하는 20, 30대나합숙생활이란­명분으로연금과감금에­가까운생활을하는것이­다.국가가개인의직업까지­보장할수는없지만정치­논리에빠져일자리와먹­거리를만들지못할때국­민들이얼마나처량해질­수있는가를볼수있는현­장이었다.이들에게소득주도성장­이나주52시간근무는­정치적수사(修辭)에불과한것아니냐는생­각이들었다. “일자리만있으면이렇게­아무생각없이공무원시­험을준비하고있겠어요”라는지방출신수험생의­하소연이쉽게가시지않­는다.

인사혁신처공개채용1­과 최재혁행정사무관이 직원들과 함께26일부터예정된­9급공무원 면접시험에대비한 회의를 하고있다. [프리랜서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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