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세월도지우지­못했네창령사터오백나­한맑은미소

2001년영월창령사­터에서발견불교의‘깨달음얻은사람’형상화고려시대조성,조선때땅에묻혀

JoongAng Ilbo - - 프론트 페이지 - 이은주기자 [email protected]

“지난해춘천국립박물관­에서소개됐을때관람객­들반응이좀특이했죠.전시장안을쉽게떠나지­못하고계속빙글빙글돌­며작품을보고또보는분­들이유독많았거든요.그리곤많은분이나중에­몇번씩다시오셨어요.”지난해국립춘천박물관­에서열린한특별전 얘기다. 당시 국립춘천박물관에서근­무하고올해국립중앙박­물관으로옮겨온미술부­강삼혜학예연구사는“한스님은이전시를네다­섯번이나보셨고,고고미술사를전공한한­교수님은 ‘유럽의 수많은미술관을다녔지­만이만큼감동을주는작­품은없었다’며계속찾아오셨다”고전했다.지난해춘천에서3만여­관객을매료시킨전시는­강원영월군창령사터에­서나온나한들로꾸민‘당신의마음을닮은얼굴-영월창령사터오백나한’전이었다.지난해8월춘천에서개­막해올해3월까지연장­전시된이전시는지난해­국립중앙박물관이뽑은 ‘2018년의전시’로선정됐다.창령사터나한들이처음­으로서울나들이에나섰­다.지난해전문가들로부터­압도적인평가를받고서­울순회전의특전을받은­것.올해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서반드시보아야할­전시로꼽아도손색이없­을만큼전시의감동이크­다. 이토록친근한얼굴=벽을더듬어서들어갈정­도로어두운전시장입구­를지나처음에만나는것­은각기독립적인좌대에­앉은 32구의 돌조각상이다.그런데이나한상들은우­리가그동안사찰에서흔­히보아오던불교조각상­과는거리가멀다.오히려야심만만한어느­현대조각가의작품같다.세월의흔적에돌은닳고­이지러져있지만,거친표면을타고흐르는­부드러운곡선이빚은나­한들의친근한표정이묵­직한울림으로다가온다.이진경서울과기대기초­교육학부교수가“일상의누추함을어루만­져주는얼굴”이라고부른것들이다.이번에서울을찾은나한­들은창령사터에서발견­된나한상중88점이다. 1부에서32구를보여­주고, 2부에선스피커700­여개를탑처럼쌓아올려­그사이사이에나한상 29구 등을배치해현대미술과­만난나한상을 보여준다. 김승영설치작가가도시­빌딩숲에서성찰하는나­한을형상화한작품이다. 500년의세월을넘어=불교에서나한은아라한(阿羅漢)의준말로,수행을통해깨달음을얻­은인간을말한다.나한은신통력을지니고­중생이복을누리도록돕­는존재로알려져있다.나한신앙은중국에서7­세기에시작돼우리나라­에전해졌는데,기록에따르면고려왕실­에서는나한재를열어기­우와국왕의장수,외적의퇴치등을기원했­다고한다.창령사터나한상은20­01년영월에서농사를­짓던김병호씨가땅을일­구다가처음발견해세상­에알려졌다.이후강원문화재연구소­가발굴조사를벌여형태­가완전한상64점을포­함해머리118점,신체일부135점등총­317점을찾아냈다.그과정에서‘창령사’(蒼嶺寺)라는글자를새긴기와가­나왔고,중국송나라의동전숭녕­중보(崇寧重寶)와고려청자등도함께출­토됐다.그곳이바로고려시대(12세기 무렵)에지어진창령사가있던­자리임을알려주는단서­다.박경은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사는“신증동국여지승람등에창령사이름이언급­돼있어조선초기에는사­찰이운영된것으로추정­된다”고말했다.그는이어“창령사터나한상은파손­이심한상태였고,머리부분이신체에서잘­려나간경우도많았다며일부에서는고의로상을­훼손했을가능성도있다­고보고있다”고전했다. 나한은그저웃지요=전시장에서관람객들을­사로잡는것은각기다른­나한의얼굴들이다.산과바위,동굴에서수행하는구도­자들의모습을형상화했­는데, 그얼굴이천진무구한아­기의표정과삶을달관한­노인의표정을넘나든다.조은정미술사학자이자­미술평론가는“창령사나한상이주는감­동은다양한표정에있다”며“나한상은인간의승화한­성품을나타내는도구였­다. 그래서분노하거나슬픈­표정대신웃음이가득한­얼굴”이라고설명했다.이진경교수는“창령사터나한상은부드­러운선이특징”이라며“따뜻하고편안한표정을­통해부처란지고한인격­체의형상이아니라길거­리와장터에서살아가는­중생들자신임을말하고­있다고풀이했다.그는이어깨달음이란그누추한일­상을평안한미소로채워­넣는것이라고말하는듯­하다”고전했다.김이순홍익대미술대학­원교수는“조각이단순해보이지만,섬세한표정묘사에서장­인의감성을느낄수있다”며“나한상은종교의테두리­를벗어나순도높은감동­을전하는예술작품으로­볼만하다”고말했다.전시는6월 13일까지.성인3000원.

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서열리고있는‘창녕사터오백나한,당신의마음을닮은얼굴’전은관람객에게고요히­사색의시간을선사하며­발길을사로잡는다.나한의눈과코,입에서배어나오는느긋­하고은은한미소가보는­이의마음을어루만진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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