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몸에들어간영혼,생사의길목을묻다

인기작가정유정신작진이,지니

JoongAng Ilbo - - 문화 - <인간과가장가까운영장­류>정유정작가는“소설에등장하는보노보­를연구하는데만6개월­을쏟아부었을만큼사전­작업을철저히했다”고말했다.권혁재사진전문기자정­아람기자[email protected]

“인간에게과연자유의지­있을까”죽음·성장묵직한얘기밝게풀­어28년전돌아간어머­니가모티브“새벽3시부터매일14­시간집필”

죽음앞에서도사람의자­유의지는유효할까.모든것이소멸하는엄청­난공포앞에서도인간은­자신의행동과의사결정­을스스로조절하고통제­할수있을까.

정유정(53) 작가가 3년 만에발표한신작진이,지니는이러한질문으로부터­출발한다.작가는여성침팬지사육­사인 ‘진이’를주인공으로내세워죽­음앞에선인간의선택을­이야기한다. 21일서울서교동은행­나무출판사에서만난정­작가는“죽으면나라는존재가사­라지고자유의지가사라­진다.그렇다면죽음은자유의­지를발현할수있는마지­막기회다.그런상황에서우린어떤­선택을할까묻고싶었다”고말했다.

줄거리는이렇다.갑작스러운교통사고를­겪게된‘진이’는인간과가장흡사한D­NA를가진영장류보노­보 ‘지니’의몸속으로영혼이이동­한다.이후‘진이’는우연히알게된청년백­수 ‘민주’와함께상황을원점으로­되돌리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작에서는 7년의밤 28 종의기원등인간의본성을파고드­는다소무거운분위기의­작품을선보여왔다면,이번엔‘죽음’과‘성장’이란보편적인주제를보­다밝은톤으로다뤘다.

 “죽음, 어머니가 남긴 과제”=‘죽음’을이야기의실마리로삼­은이유에대해작가는“언젠가는꼭죽음에대한­이야기를써야겠다고생­각했을만큼내겐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25살이었을때어머니­께서내가근무하던병원­에서 돌아가셨다(정 작가는과거간호사로일­했다).어머니의죽음은내게트­라우마가될만큼엄청난­영향을미쳤고나의삶을­짓눌러왔다.이를글로풀어나가고싶­었다”고말했다.어머니의죽음이이토록­많은영향을끼쳤던이유­에대해선“나뿐아니라우리가족모­두가어머니에게 의지했다.어머니는평생약한모습­을단한번도보여주지않­은강인한 분이셨다. 그런분을더는볼수없다­는게엄청난충격이고상­처였다”고설명했다.

작가가초창기작품부터 ‘자유의지’라는주제에천착하게된­것도어머니영향이컸다. “어머니가워낙강한성격­이다보니그분에의해내­삶의많은부분이결정됐­어요.나는어렸을때부터국문­과에진학해서글을쓰고­싶었는데억지로간호대­에보낸것도어머니였어­요.본인이간호사였기때문­에딸도간호사를했으면­하는생각이셨겠죠.어머니밑에서나는내의­지를제대로발휘할수없­었어요.”

어머니의 죽음 뒤에도 자기 뜻대로살수없는세월은­이어졌다.아버지와동생을보살펴­야 했고, 결혼하고나니세월이훌­쩍흘렀다.결국 30대중반이되어서야­그토록쓰고싶었던글을­쓸수있었다.그런데정작가는오히려­이런배경이글을쓰는강­력한원동력이됐다고했­다. “모순적이지만내가하고­싶은것들을할수없었기­에소설가로서글을쓰고­싶은욕망과의지가더강­해졌던거같아요.자유의지에대해천착하­게됐고요.만약평탄하게국문과에­갔다면개성없는글을쓰­다말았을지도몰라요.”

보노보연구하며준비=소설은죽음에대한질문­으로시작했지만,또다른인물인‘민주’를통해사람이성장하는­과정을 보여준다. 되는대로 살아갔던백수민주는진­이를돕는과정에서스스­로삶의의미를찾아간다.작가는“민주는그간내가소설에­서만들어낸여러인물중­가장마음에드는캐릭터”라며“내성적이고소심하고 찌질하지만,스펀지 같아서흡수력이 좋고 변화의폭이 넓다. 민주를어떻게변화시킬­까상상하는것은소설쓰­는내내즐거운고민이었­다”고돌이켰다.

‘진이’의 영혼이옮겨가는존재로­보노보를선택한이유에­대해서는“보노보는DNA의98.7%가인간과일치한다.인간만큼공감능력과연­대의식이뛰어나다.인간이진화되기이전의­원형과도같은존재”라고했다.이어“만약사람이죽음을통해­어떤세계로돌아가면인­류의원형인보노보가될­수도있겠다고상상했다”고 덧붙였다. 소설을쓰기전에보노보­를연구하는데만6개월­을쏟아부었을만큼사전­작업도철저히했다.

등단10년, “나는매일쓴다”= 2009년내심장을쏴라로세계문학상을받아등­단한정작가는올해로등­단 10년을맞이했다.문단에서는보통 10년 미만의작가를신인으로­치는데,이제신인작가에서벗어­난것이다.정작가는“지난 10년은 하고싶은것을마음껏도­전한시간이었다”며“신인작가이기에다양한­주제와방식을마음껏실­험해봤고그러면서나만­의글쓰기스타일을구축­했다”고했다.

정작가는매일규칙적으­로글을쓴다.소설작업을시작하면매­일새벽3시에일어나서­오후5시까지원고를썼­다. “한글자도써지지않는날­에도책상앞에서이규칙­을지키기위해노력한다”고했다.오후5시에일을마치면­저녁을먹고,두세시간운동을한다음­오후10시쯤잠자리에­드는단순한일과를반복­한다.

지난 10년에 대한스스로평가를물었­다.정작가는망설이지않고“만족스럽다”고말했다. “그간최선을다해서썼기­때문에앞으로도최선을­다해서글을쓸수있을거­라고생각해요.이제는좀더나만의이야­기를강화하는쪽으로나­를발전시키고 싶어요. 오랫동안읽히는힘있고­아름다운글을쓰고싶습­니다.”

보노보는DNA의 98.7%가 인간과일치하며공감능­력이뛰어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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