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아버지의마음­속진실은무엇인가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피고인은이사건각정기­고사와관련해시험지나­정답을유출한사실이없­고,피고인의쌍둥이딸들과­공모한사실도 없으며, 딸들이정답을암기하고­응시한사실이없고,공부를열심히한결과그­성적이향상됐을뿐이고….”판사가피고인입장을설­명한뒤“결론부터 말하겠다”고 했다. 녹색 수의차림인 피고인의 시선은 판사를 향해있었다. “움직일수없는증거들이­존재하고,최소한(유출된답안을)참고했다는정황이인정­되므로…공소사실전체가유죄로­인정됩니다.”지난주 목요일(23일) 오전9시 50분.서울중앙지법514호 법정엔발디딜틈조차없­었다.대부분이노트북을든기­자들이었다.피고인은숙명여고전교­무부장 현OO(53)씨. 그는같은학교에다니는­쌍둥이딸에게시험답안­을유출한혐의(업무방해)로구속기소됐다. “피고인이의심스러운행­적(시험직전주말출근등)을남긴점이나쌍둥이딸­의성적이급상승했다는­점만으로범죄사실이모­두의심의여지없이입증­된다고보기는어려울것­입니다…그러나피고인및변호인­의주장으로는도저히설­명할수없고그주장을배­척할수밖에없는사정들­에다….”형사24단독이기홍판­사는쌍둥이딸의학교성­적이똑같은시점(1학년 2학기중간고사)을기점으로단기간에최­상위권으로올라갔음에­도모의고사등다른성적­지표엔실력향상이감지­되지않는점을지적했다.이판사는결정적증거로­세가지정황을꼽았다. “B(작은딸)는복잡한물리문제를어­떠한풀이과정도없이암­산하였고,그결과가고득점또는만­점이란것은극히이례적­인일입니다…1년전까지B는선천적­천재로상식의범위를넘­는사람은아니었다는사­실을알수있습니다.”시험지나수기메모장에­평소보다훨씬작은글씨­로적힌이른바‘깨알정답’도중요한정황증거로지­목했다.문제의숫자들은사전에­유출된정답을암기하면­서적거나,암기했다가잊을까봐적­어놓은것이란얘기다. “다음으로B는출제교사­가잘못기재한정정전(前)정답‘10:11’을적어냈고, 1학년2학기수학Ⅱ시험에선정정전정답을­A, B모두동일하게적어냈­습니다.”이판사가1시간가까이­판결이유를읽어내려가­는동안현씨는미동도하­지않은채판사를 바라봤다. “판결을선고하겠습니다.” 현씨가자리에서일어났­다. “피고인을징역3년6월­에처한다.”현씨는 다시 수갑을차고 구치소로향했다. 변호인임정수변호사와­기자들사이에문답이오­갔다.

-판결을어떻게생각하십­니까.

“기자들께서직접기록을­보고판단하셨으면좋겠­습니다.”

-아까피고인과귓속말을­했는데.

“(피고인은)품위를잃지않는사람입­니다.그래도실망감을나타낼­수있어서차분하게(선고공판을)마무리하고,접견을가겠다고했습니­다.”가정법원소년부재판을­받는두딸도유죄를받을­가능성이커졌다.피고인현씨는항소하겠­다는입장이다. 방청석에있던현씨지인­과숙명여고졸업생은혼­란스런얼굴이었다. “현선생님이진짜로답안­을유출했다면소위‘깨알정답’을적은시험지들과메모­장은왜계속집에놔뒀을­까요?판사말대로그토록결정­적인증거라면말이죠.”(지인) “잘하는아이들이상위권­에촘촘하게몰려있어서­내신성적은모의고사와­다를수있어요.물리시험지에풀이과정­이없었다는게좀….”(졸업생)이사건은직접증거가없­다.학교교무실안에CCT­V가달려있지않았다.당연히현씨가교무실금­고에보관된시험답안을­꺼내복사하거나종이에­적어서갖고나가는장면,딸들에게보여주는장면­은녹화되지않았다.그모습을목격한사람도­없었다.대신의심스러운정황은­많았다.나는현씨재판에여섯차­례들어갔다. 동료교사들,학부모대표,학원강사,대학교수등이증언대에­올랐다.검사는모든정황이‘교무부장의범행이없었­다면일어날수없는일’임을강조했다.변호인은그정황들이‘의심의눈으로들여다보­니까의심스러워보이는­것’임을입증하려했다.증인들은대개흐릿해진­기억을말하거나정황에­대해‘인상비평’을하는수준을넘지못했­다.재판막바지에변호인은­2017년부녀사이에­오간문자메시지를‘결백의증거’로제출했다. “A가 1학년 2학기중간고사를열흘­정도앞두고‘저이번중간잘볼것같은­데요’ ‘서술형부분감점빼고푼­거다맞았어요’라고문자를 보냅니다. 당시개인과외를받으며­수학실력이임계점에이­르렀음을보여주는것입­니다.”검찰도가만히있지 않았다.검사는“피고인은자택에문서파­쇄기를설치해두고컴퓨­터하드디스크를폐기했­다”고맞섰다.내가이법정에주목했던­이유는풀고싶은의문이­있었기때문이다.현씨

“움직일수없는증거들”유죄판결무죄주장거짓말이면두딸까­지거짓의멍에지고살아­가게되는데그는왜결백입장굽히지않는가

와쌍둥이딸은‘사건의정답’을정확히알고있을것이­다. 세사람이거짓말을하고­있다면유·무죄를떠나아버지가어­린딸들에게‘거짓의멍에’를지고살아가게하는것 아닌가.아버지가아이들에게그­럴수있는가.지난달23일오후2시­재판에들어갔다.쌍둥이딸에대한증인신­문이있었다.퇴학당하지않았다면고­3이됐을아이들이다. “양심에따라숨김과보탬­이없이사실그대로말하­고….”증언선서를한두딸은모­든혐의를부인했다.변호인과이런문답이오­갔다. -허위로답한다면증인인­생에큰잘못이생길뿐아­니라더큰형사처벌을받­을수있습니다.아버지가정답을알려준­적이한번이라도있습니­까?

“아니오.없습니다.”

-아버지가그렇게하자고­해도증인이말릴일이지,성적잘받으려고외워서­시험을보고그럴일은절­대아니지요? “예.아닙니다.”검사가“열심히공부해서1등을­했는데아버지가교무부­장이란이유로모함을받­았다고생각하느냐”고묻자“그렇다”고답하기도했다.이날도현씨는여느때처­럼자세한번흩트리지않­고딸들의증언모습을지­켜봤다.지난 14일결심공판에서검­찰은현씨에게징역 7년을구형했다. “피고인의두딸은반성하­지않은채거짓으로일관­했습니다.아직미성년이고,아버지와함께법정에세­우는것은가혹하고,시간이지나면뉘우칠수­있다는생각에기소를하­지않았습니다.하지만그들이법정에서­보여준모습은조금도변­화가없었습니다.”현씨가최후진술을했다. “대한민국어디를가야우­리가족의주홍글씨가 사라지겠습니까. 이 재판에는회복할수없을­정도로실추된제명예와­태풍앞의꽃과같은두아­이의미래가달려 있습니다. 편견과선입견에휘둘리­지않는공정한판결을기­대합니다.”한국교육의프리즘으로­이사건을보는이들이많­다.재판시작전부터사회는­유죄를선고했다.나의의문은풀리지않았­다.쌍둥이아버지의마음속­에있는진실은무엇인가.그는왜‘무죄’입장을굽히지않는가. 직접증거가없는만큼유­죄를받더라도끝까지결­백을주장하는것이딸들­에게도좋다고믿는것인­가.과연그런것인가. “아버지가아이들의인성­을파괴하고있는것이범­행자체보다더큰잘못일­수있습니다.”(검사) “저는 살면서아이들에게성실­함을강조했고,저도자신만의이득을위­해살지않았습니다.”(현씨) 1심은현씨와두딸이거­짓말하고있다고판단했­다.이제세사람앞에항소심­과대법원,두번의재판이놓여있다.

쌍둥이 딸에게 정기고사시험답안을유­출한혐의로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교무부장현OO씨가­지난해 12월 첫공판을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구치감에서 호송차에오르고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서울중앙지법앞­에서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회원들이“이번판결을환영한다”며학생부종합전형폐지­를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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