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빠진대북­정책,한미균열과외교고립불러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고려대정치외교학과교­수

2차세계대전이후미국­이주도한자유주의국제 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LIO)가 흔들리고있다.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자유무역을 기치로전체주의와공산­주의의도전을극복한L­IO는인류의이념적진­보과정을매듭짓고최종­적승리를거둔것처럼보­였다.그러나냉전기스파이소­설작가존르카레(John le Carré)가지적한대로,패배해야마땅했던강대­국(소련)이패한것은맞지만,잘못된강대국(미국)이승리했던것일까?

지난30년의국제상황­은냉전붕괴가미국의압­도적패권에기반을둔신­자유주의세계화패러다­임 대신, 새롭게구성된국제질서­로이어졌어야했다는주­장에힘을싣고있다.

첫째,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진전은문명사적 대변혁이었지만, ‘국경 없는경제’와무한경쟁세계에서자­본과역량을갖춘소수의­세력과그렇지못한대다­수사이의빈부격차를가­중했다.이는금융위기와환경문­제를일으키기도했다. 1999년독일쾰른의­선진8개국(G8)정상회담반대를위한3­만여명의 ‘인간사슬’ 시위와 ‘시애틀 전투’라불리는세계무역기구(WTO)총회반대시위를필두로­들불처럼번져나간반세­계화운동은반서방·반자본사회혁명을주창­한 1970년대 제3세계의혁명적성향­을짙게띠었다.

둘째, 탈냉전기미국의대외전­략은역설적인 양상을 띠었다. 한편으로는냉전기안보·경제협력을구축해온우­방국들과이념적우월감­속에서구적가치를다른­국가들에일방적으로주­입하려고시도하다많은­반발을샀다. 다른 한편으로는 냉전기 소련과의 경제적·군사적원조경쟁의일환­으로아프리카를비롯한­주변부에쏟았던전략적­관심과지원을대부분끊­었다.방치된주변부는실패국­가혹은내전과테러의 온상으로 전락하였고 결국 9·11테러로이어졌다.

이후테러와의전쟁에전­념한미국의선택은아프­가니스탄전쟁과이라크­전쟁에서보듯물리력을­사용한민주정부수립이­었다.그러나각국의고유한특­성과인종과종교를둘러­싼갈등,민족주의부상을간과한­외형적민주제도이식은­사회적혼란과반미감정­만고조시켰다.그뿐만아니라미국이반­테러리즘에자원과역량­을투입하는사이비(非) 자유주의국가인중국은­심한견제없이국제영향­력을확장하였다.

셋째, 외부의적이아니라자유­민주주의국가들이내부­로부터분열조짐을보이­게되었다. 2008년 미국발세계경제위기와 2010년 유럽금융위기로대변되­는서구의상대적부진은­세계화의한계를드러냈­다. LIO의진원지에서도­불평등이심화하며배타­적민족주의가기승을부­렸다.또 브렉시트(Brexit·영국의유럽연합탈퇴), ‘미국우선주의’를표방한트럼프대통령­의일방주의적대외정책,반이민·반난민을외치는우파포­퓰리즘의부상은이들L­IO대변국가가지향하­던보편적가치와 다원주의,관용정신을약화했다.

이와대비하여중국·러시아·터키·이란을비롯한비자유주­의세력의약진이두드러­졌다.급기야 2017년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트럼프대­통령은다자무역협정이­미국을불리하게한다며­자유무역대신공정무역­을강조했지만,시진핑주석은세계화와­자유무역을옹호하며다­자주의유지를촉구하는­진풍경까지벌어졌다.

그런데도LIO를대체­할가치와규범을토대로­한새로운국제질서를만­드는것에대한논란이많­고,중국리더십에대한국제­사회의의구심도크다.사실중국은지난 30년 급속한경제성장과정에­서 시장을 빌리고 LIO의 유용성을 이용하면서, 시민의자유와민주주의­는멀리하는데 성공하였다. 언제까지‘머리는왼쪽,몸통은오른쪽’으로양분된전략이지속­할수있을지는미지수다.

오늘날 미·중 관계를 두고 역사적으로패권교체시­기에는대부분전쟁이있­었던사실에근거하여패­권국미국과 부상하는 중국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있다. 반면,미·소 냉전때와는달리이데올­로기측면이두드러지지­않고적대적이면서도 상호의존적인 ‘치메리카(Chimerica)’ 관계가일상화할것이라­는시각이더지배적이다.

하지만격화되는미·중 무역마찰은부(富)와글로벌지배력을두고­벌이는패권경쟁의서막­그이상일수있다는우려­를갖게한다.중국대중들은열강에의­한 19세기 굴욕외교를떠올리며강­한민족주의성향을표출­하고있고,시진핑주석은미국자본­주의에대응하는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강조하며제도·정체성·이념등을포괄하는‘프레임경쟁’을시작했다.더욱이‘미국의위협’에대항하기위해중국은­또하나의비자유주의강­대국인러시아와LIO­의가치와규칙을타파하­려는전략적이해관계를­공유하고있다.

문제는이러한불확실성­이큰시대에서미·중양국에대한의존도가­높은아시아태평양국가­들의외교적고민이커지­고있다는점이다.미·중모두와원만한관계를­유지하는것이바람직하­나두강대국간상호배타­적갈등상황이첨예화해­궁극적으로양자택일의­딜레마에직면할수있기­때문이다.따라서이들국가는대부­분 ‘헤징(Hedging) 전략’즉미국과의관계는안정­적으로유지하되중국에­위협으로인식되지않게­관리하는전략을표방하­고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호주는미국과의양자동­맹을강화하고일본·인도와더불어이른바쿼­드 블록(4각동맹)을구축하였다.인도역시중국과협력하­여 ‘친디아 경제권’을 형성하였지만, 정치·군사적으로미국과의전­략적 파트너십을 앞세워 중국과파키스탄을견제­하고있다.최근일본은미국주도의­상호첩보동맹체(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인 ‘파이브 아이즈’(5 Eyes)에가입하였다.이들국가는경제대국중­국과의협력을중시하면­서도자유민주주의가치­와 규범을공유하는국가들­과의 정치·안보 협력을통한 장기적 국익을우선시하는전략­을추구하고있다.

설사‘팍스아메리카나’(미국주도의세계평화)가무너져‘패배해야마땅한강대국(미국)’이쇠락하는것에환호할­국가가많다하더라도, ‘팍스시니카’(중국주도의세계평화)의도래가가져올‘또다른잘못된강대국(중국)’ 주도의비자유주의세계­질서에대한국제사회의­불안과위협의식은훨씬­더클수있기때문이다.

한국의경우미·중사이에끼고북한핵을­머리위에이고살게된상­황이라역내 다른 국가들보다 전략적 고민이깊을수밖에없다.우리사회내에서한·미동맹과한·중관계의병행발전이중­요하다는데에반대가거­의없지만,이를위한우선순위와접­근방식에대한이견은국­론분열수준이다.더욱이우리의현실정치­는극명하게나누어진진­보vs 보수,또는민족vs외세라는­이분법논리속으로 빠져들고있다.빨갱이,토착왜구,독재자의후예라는말들­이네티즌사이에서뿐아­니라정치권에서도난무­한다.이렇듯양극단으로나뉜­이념적편향성을바탕으­로한사고와비방은대한­민국이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근본적정체­성마저흔들고있다.

더큰문제는선의에가득­찬우리정부의대북포용­력이다.지금한국사회에서는‘나라다운나라’를만들기위한적폐청산­과진상규명,과거사청산이한창이지­만,북한이저지른한국전쟁­과그이후의숱한도발은‘남북한특수관계’속에면죄부를받아왔다.그것도모자라우리대통­령은국제무대에서‘대북제재완화로비핵화­촉진’을잇따라강조하여한미­동맹의균열과외교적고­립을자초하고있다. 더욱기막힌것은이렇듯­고군분투하는우리대통­령에게‘촉진자가아닌민족이익­당사자’가되라고강도높게밀어­붙이는배은망덕한북한­지도자의갑질이다.

그동안 남북한 관계에 있어 북한의셈법에따라그토­록숱하게롤러코스터를 탔으면평화는말로만갈­구한다고이루어지는것­이아니고,북·미관계는남북관계를통­해결코개선될수없다는­냉엄한현실을직시할만­도 하다.우리정부가혹여자유민­주주의가치와북핵불용­의원칙을‘우리 민족끼리’의미래를위해양보한다­면우리앞선세대의희생­을헛되이할뿐아니라우­리다음세대에불행한유­산을물려주게될것이다.

비핵화촉진위해제재풀­려다국제사회외면에한­국외톨이돼자유민주주­의와북핵불용원칙대북­정책의근간으로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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