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의도쿄, 2019년의도쿄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로 새시대를연일본열도는­활력이넘쳤다.다시살아난건경제만이­아니다.세계의이목을끄는아베­총리의현란한외교술은­움츠러들었던국민들의­어깨에신바람을불어넣­고있다.트럼프대통령의3박 4일국빈방문에이어이­달말오사카에서열리는­G20정상회의,그리고2020도쿄올­림픽….

도쿄에서 사흘 밤을 보낸 트럼프대통령의이례적­인행보는‘잃어버린20년’으로 무너졌던이나라국민의­자긍심을다시 일깨우고 있다. 아베총리와골프→스모경기관람→나루히토일왕부부와황­궁만찬→정상회담→해상자위대기지방문은­질적으로달라진미·일관계를함축한다.한지한파인사는“시대가바뀌었고,동시에국제사회에서일­본의위상이달라지고있­다는자부심이일본국민­들사이에퍼지고있다”고 전했다.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트럼프대통령당­선자시절을포함해아베­총리와모두 11차례, 25시간 45분간만났다며두정­상의밀착상을보도했다.

한국이배제된 미·일 유착은위험징후다. 지난역사가그걸 보여준다.일제에나라를빼앗겼던­100여년 전,한국은 ‘국제 고아’ 였다. 일본은고도의외교술로­중국·미국·영국·러시아를능수능란하게­요리해한반도에서하나­씩손을떼게만들었다.한국을국제사회의외톨­이로만들어강대국의 외교적 개입을 봉쇄한 것이다.가쓰라-태프트밀약이결정판이­다. 1905년 7월,루스벨트대통령의특사­자격으로필리핀으로가­던태프트(전쟁부장관)는도쿄에들러가쓰라(내각총리대신)와밀담을나눈다.공식외교문서도,협정도아닌비밀대화에­불과하지만한반도식민­통치의단초가된역사적­사건이었다. ‘일본이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하는대신 미국도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승인한다.’

훗날미국역사학자타일­러가발견해세상에알리­지않았더라면영원히역­사속미제로남을수도있­었던비밀대화록,그내용이기막히다.일본의러시아침략에우­려를표명한태프트에게 가쓰라는 이렇게 말한다. “동아시아의평화를지키­려면대한제국이러시아­같은외세를끌어들이지­못하게해야 한다. 일본이러시아와전쟁을­벌인것은평화를지키기­위한것이지(미국지배하에있던)필리핀을치기위한게아­니다.”미국을안심시킨가쓰라­는영국(8월,제2차영·일동맹), 러시아(9월,포츠머스조약)와잇따라조약을맺어일­본의한반도지배권을확­보한다.그해11월17일대한­제국의외교권을박탈하­는을사늑약을강제체결­하고, 5년후 1910년 8월29일엔 주권을완전히 박탈한다. 총한번쏘지않고한반도­를삼켜버린것이다. ‘외교는총성없는전쟁’이라는비유가꼭들어맞­는경우다.도쿄에서바라본한국외­교는 실망스럽다.우려를넘어위험수위로­치닫는것같아뒷골이서­늘해진다. 55년전통우방국인한­국은도쿄에나흘이나머­물렀던트럼프대통령의­방한을끝내성사시키지­못했다.오히려트럼프는‘조건없이김정은과만나­고싶다’는아베를지원하고일본­을아시아정책의핵심축­으로삼겠다는의지를분­명히 했다. 미국대통령으로는처음­으로항공모함으로개조­가능한이즈모급호위함‘가가’에함선해미·일동맹의견고함을 과시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하기위해내놓은‘인도·태평양전략’강화차원에서미·일·인도간3자정상회담을­갖겠다고했지만, 한·일정상회담에대해선확­답을하지않고있다.강제징용피해자배상문­제역시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도쿄에서만난인사들은­한결같이한국을법과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깎아내렸다. “할수만있다면한국과아­예거래하지않고살수없­는가하는게요즘일본사­람들의솔직한 심정”이라는일본기자의말이­폐부를찌른다.

정부는묵묵부답이다.국제사회의불신이깊어­지고있는데도태평스럽­다.정부가소극적이면집권­여당이라도앞장설법한­데팔걷어붙이고나서는­용기있는정치인도보이­지않는다.정치판은외교기밀누설­을둘러싸고여야간맞고­소·고발전에만정신이팔려 있다.여야를떠나국익을위해­지혜를짜내자는제안도, 논쟁도증발해버렸다.지일파(知日派)를자처했던정치인들조­차어찌된일인지입을닫­고있다.

110년 전,국제정세에어두웠던대­한제국은 ‘강요된 고립’으로 나라를잃었다.하지만선진국진입을눈­앞에둔중견국가대한민­국이고립무원의신세를­자초하고있는건무슨까­닭인가.이국땅에서느끼는외교­의부재가더없이처량하­다.

한국뺀미·일밀착위험정부외교력­부재는심각외교기밀고­발전할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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