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제그만돌아가요

Motor Trend (Korea) - - FICTION - 글_류민

육로로유럽 가기. 통일후하고싶은일설문조사에서항상 1~2위에들던항목이다.나역시바라던일이다.그런데그일이통일된지2년이지난올해야가능해졌다.북측도로정비공사와중국국경출입국로확장공사가지연됐기때문이다.그리고한동안중국이배짱을부렸다.통행세를받겠다나뭐라나.그어깃장은트럼프의말한마디로 작살났다. 4년 전 2차 북미정상회담이후로김정은국무위원장과트럼프대통령은‘베프’가됐다.

잘알려져있다시피유라시아대륙은아시안하이웨이로엮여있다.아시안하이웨이는일본부터북유럽까지무려32개국을아우른다.새로만든도로는아니다.각나라도로를연결하고1번부터 8번까지 노선 번호를 부여했을 뿐이다. 언젠가 경부고속도로에아시안하이웨이라는이정표가뜬금없이생긴것도이때문이다.한반도엔아시안하이웨이1번과6번이지나간다.

난유럽에갈생각은없다.너무멀다.동남아정도가적당하다.지도를펼쳤다.어디가좋을까.일몰을볼수있는아름다운해변이면좋겠다.서울에서육로로가장가까운동남아는라오스와베트남,그리고태국이다.라오스는내륙이고베트남주요해변은대부분 동향이다. 태국에는 서향인 유명바다 관광지가몇곳있다.파타야와푸껫이대표적이다.파타야가약간더가깝긴하지만괜찮은 해변이 없다. 게다가 너무 번잡하다. 그래서 푸껫으로 결정했다.사실내겐푸껫에여러추억이있다.스쿠터로구석구석을누비고다닌적도 있다. 그때난차가있으면좋겠다는생각을수없이했다.태양과바닷바람에고생하던그사람이안쓰러워서.그리고 그곳에는 잊지못할 풍경도 많다. 언젠간 꼭다시 가겠다고마음먹은터였다.

목적지도정했으니떠날준비를했다.차는조금크고튼튼해야한다.어림잡아왕복1만5000킬로미터는될테니까.도착하자마자엔진오일을바꿔야할지경이다.혼자지만짐도적지않다.북쪽 국경을 넘는 육로 여행은 아직미지의 영역이다. 무슨 일이일어날지모르니온갖물건을다챙겨야 한다. 애초 ‘염려병’이 있는편이기도 하고. 사실옷만해도 한가득이다.지금은 11월. 한반도와중국은춥지만동남아는덥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태국등4개국을지나야하니각국내비게이션데이터와유심칩도반드시챙겨야한다.

일정은여유있게20일로잡았다.사실난과거미국에서하루 1700킬로미터를 혼자 운전한 적이 있다. 그런 페이스면편도 5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미국만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것이다.차는메르세데스AMG G 63으로 골랐다.짐왕창때려넣고아무생각없이달려도괜찮을거같아서다.안에탄사람이왠지드 셀거같은,졸다가어디박아도죽지않을거같은든든한외모도맘에 든다. 굳이 AMG 버전을선택한건출력때문이다.주유비가부담되긴하지만장거리를갈땐힘이넉넉해야몸도편하다.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단 경부고속도로에서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통일로로 이어지는아시안하이웨이1번을타고무작정달리면된다.서울역앞에서염천교쪽으로가는길이방콕과연결돼있다는게 믿어지나? 게다가이길은파키스탄을관통해이란까지간다.푸껫은방콕에서아시안하이웨이2번으로갈아탄후500킬로미터정도만내려가면된다.

G 63을 타길잘했다고생각한 건, 베이징에서 400킬로미터쯤 내려왔을 때다. 해가 떨어진후국도변의한적한주유소로들어가는데안쪽에동네건달들이득실거리는게아닌가.그중몇몇은망나니칼같은걸들고있는것처럼보였 다. 세상에.중국시골은아직 ‘던전’이라더니. 난잽싸게 기어를 중립으로 빼고 가속페달을 힘껏밟아그들은아직들어본적이없을법한우렁찬소리를냈고,그들은시선을돌리더니다시자기들끼리태연한척수다를떨었다.잔뜩쫄았는데다행이다.역시중국은목소리큰놈이이기는나라다.

일정을 더 길게 잡았어야 했다고 후회한건,베트남을지날때다.하노이에서호찌민으로내려가는길이이렇게고될줄은몰랐다.도로상

통일이되면먼길갔다돌아올엄두가안나쩔쩔매는사람이있을거다.귀국도우미서비스는그럴때필요하다.일단요지몇곳에서만시작해도떼돈을벌거다.

태가나쁜건둘째치고차가너무 많았다. 하루정도에끊어보려했는데 여기서만 3일을 까먹었다. 덕분에 방콕 카오산로드의 조조팟타이에서볶음쌀국수를먹으려던계획은물거품이됐다.

그렇게난우여곡절끝에푸껫에 도착했다. 그리고계획했던일을하나씩했다.카마라비치에서수영을하고,올드푸껫타운의커피스테이션에서커피를한잔한후,레드덕에서타이음식을 배터지게 먹었다. 행복했다. 여길 혼자 오게 되리라곤 상상도못했지만,그래도추억이있어나쁘지않았다.마지막으로그렇게그리워했던프롬텝케이프에서아름다운노을을 봤다. 기억깊숙이새겨질만큼천천히집중해서.언제다시볼지모르니.

목적을다이뤘더니갑자기온몸이나른해졌다. ‘아,집에어떻게 가지?’ 혼자서그먼길을돌아갈생각하니 끔찍하다. 고생고생해서가는곳이결국집구석이라니.그래서난차를싣고돌아갈수있는배편을찾아봤다.구글에서검색하니관련사이트가몇 개 뜬다. 그런데온통알수없는 언어다.태국어인듯하다.

그러다가 갑자기이런생각이 들었다. ‘귀국 도우미 서비스?’ 육로 여행이 본격화됐으니이제차를타고유라시아대륙으로나오는여행자가 넘쳐날 거다. 그중에는 나 같은 ‘박약자’가적지않을거고.무작정나왔다가돌아갈엄두가안나쩔쩔매는사람이많을거란이야기다.그럴때필요한게바로귀국도우미서비스다.유라시아대륙요지에서서비스를시작하면돈이꽤될거같다.안그래도회사에서언제잘리나조마조마했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런건먼저하는사람이대박내는거다.얼른서울로돌아가서계산기를두들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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