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아름다운숟가락

Neighbor - - 첫장 -

“영국에서 대학원에다니던시절벼룩시장에서숟가락을사 모았어요. 사람들이잘찾지않는숟가락.하나에 1500원, 2000원 하는쓸모없는숟가락을말이죠.” 박주형 작가의숟가락사랑은이미오래된 이야기. 영국, 이스탄불등여러곳을여행하며모은숟가락만 200여 개, 나이프와포크를포함하면600~700여 개에달할 정도다. 이제는쓸모를다한낡은 숟가락.그것은박주형의 손을 거쳐 반지로, 브로치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던지는 오브제로새롭게 탄생한다. 이번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호두나무로만든이브로치는원래나무무게만 500g인데 나무 속을 깎아내 70~80g 정도로 줄여 착용하기에도부담이 없어요.” 한데왜 숟가락이었을까.그는 새것보다는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사용한 흔적. 그것이 나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전할머니와할아버지가하루간격으로돌아가셨는데,유품을정리하던중할머니가저를위해남겨둔은수저세트를 발견했어요.” 숟가

락으로해괴망측한것을만든다고손녀를탓하던할 머니는은수저세트를마치유언처럼고이 남겨두었다. 그는언젠가할머니가남겨주신은수저를가지고의미있는작업을해보고싶다고덧붙인다. 하지만그것은분명이른시간은아닐듯하다.

“유학갈때도엄마가수저한벌을챙겨주셨어요.안가져간다고승강이를벌이다가못이기는척가져갔는데,그수저한벌이큰위로가됐어요.”숟가락만보면생각나던가족과집이었다. 그뿐인가.실용적인것도모자라얼마나선이곱던가.더는쓸모를다한,사람들의필요를떠난낡은숟가락.그는이그립고애달픈숟가락에새생명을 부여한다. 밥을 먹는 도구로서의 소명은 다했지만 장신구로, 예술작품으로서또다른삶을시작한 숟가락에 대한 애도와 사랑. 이유진갤러리의옛식당공간에서박주형의‘숟가락’을만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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