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마광수교수가책장사꾼­이라고?

- 진형준 홍익대교수·불문과 삶의향기

책구입기피풍조만연 학생에게책읽히려한 교수가비난받아야하나

'자기책사야학점준다는­교수, 등 록금도 벅찬데 책 강매까지…, 대학 다니기정말힘드네.'

최근 모 유력 일간지 1면 하단에 실린 아포리즘이다. 그리고 같은 신 문 사회면에는 “'내 책산 영수증 내 야 학점 준다'는 황당한 교수”라는 제목 아래, 지면의 반을 그 사건(?) 에 할애하고 있다. 특종이라도 잡은 기분이었나보다.

실명과 함께 연세대 마광수 교수 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고, '과제물 을 제출할 때 그 뒷면에 책을 구입 한영수증을붙이라'는강의계획서 내용까지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난 일색의 학생들 인터뷰 내용으 로 기사가 채워져 있음은 물론이다. 마 교수는 꼼짝없이 책을 강매해서 돈을 버는 장사꾼이 되어버렸다. 아 무리보아도지나친마녀­사냥이다.

조금 찬찬히 살펴보자. 우선 문제 가된두과목은모두교양­수업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 대학에서 가장 인 기 있는 강의들에 속한다. 수백 명 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택해서 듣 는 수업이다. 수업까지 강매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싫으면 수 강신청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 강의를 들을 필요성이 있어서 수 강신청을 하는 순간 교수가 교재로 정한 책을 읽는 것은 학생의 의무가 된다.

모두 알고 있고 인정하는 현상이 지만 학생들은 책을 거의 사지 않는 다. 빌려 보고 복사해서 본다. 그나 마 그렇게라도 보는 학생이면 나은 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내용만 찾아보는 아주 경제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학생이 대부분이 다. 수백 명이 수강을 하더라도 정 작 책을 사서 보는 학생은 몇십 명 될까말까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것, 그것도 교수 의무의 하 나다.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이 책을 사게끔 해서 출판문화에 조금이라 도 보탬이 되게 만드는 것, 그것도 교수의 의무 중 하나다. 그런데 신 문 기사에는 '자신이 쓰거나 번역한 책을 사도록 하는 일은 대학에서 비 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 까지 들어 있다. 교수가 자신이 쓴 책을 사서 보라고 하는 순간, 꼼짝 없이책장사꾼이되어버­릴판이다. 강의와 관련된 책을 쓰지 않고 남이 쓴 책을 교재로 택하는 교수가 훨씬 훌륭한교수가되어버릴­판이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학생들이 도무지 책을 사 서 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인가, 아 니면 교수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애를 쓰 는것이더문제인가?

나도 내가 쓰고 선택한 교재를 학 생들이 직접 사서 보기를 간절히 원 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나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적극 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점잖아서 만은 아니다. 비겁해서이기도 하 다. 책 장사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 은 것이다. 그런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라도 학생들에게 한 권의 책이 라도더읽히려는용기가­없어서다.

그런데마교수는그용기­를냈다. 그 행동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킬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행했다면 용 기가 있는 것이고 그러지 않았다면 그가 순수하거나 순진해서다. 꼭 그 방법밖에 없었는지, 교수가 교재로 정한 책은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 는책인지는부수적인문­제다.

그런데도 그 신문은 마 교수를 완 전히책장사꾼으로만들­었다. 마교 수가 장사꾼이라서가 아니다. 책을 커피와 똑같은 눈으로 보는 신문 스 스로의 단세포적 시각 때문이다. 그 현상 뒤에 숨어있는근본문제를볼 만한 안목이 없거나 노력을 하지 않 아서다. 게다가 ' 차마 못하고 삼가 는' 염치심도없어서다 .

우리의 언론이 문제를 보다 큰 틀 에서 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려 애쓰기를 바란다면 내 기대가 너무 큰것인가?

 ??  ??

Newspapers in Korean

Newspapers from United St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