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미 사드 협상,‘해볼 만하다’
지난 9월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習近平) 국가주석과 박근혜 한국대통령이 중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배치 결정의 정당성을 설명했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반대입장을 재천명했다.겉으로 양국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입장이었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소통하기로 하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문제를한중미협상을통해해결하자는대안을내놓아주목을받았다.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 발표 이후 중한 양국 정부 뿐만 아니라 양국 언론, 전문가들도 각자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면서‘갑론을박’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원론적인 입장표명이나 원인분석, 양국 및 동북아지역에 가져다줄 영향 평가만내놓았고뾰족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못한것역시사실이다. 이런와중에북한(조선·편집자주)은제5차핵실험을감행해국면을더꼬이게만들었다. 한미는북한핵시설을 정밀타격하는군사훈련을 추진하고 있고 북한은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지구상에서없애버리고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부러사람들의우려와예측에맞춘듯이긴장분위기가고조되고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결연한 반대와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보란듯이 핵무기 개발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인정하든말든간에사실상의 핵보유국이되었다. 한국은날로높아지는 북의 핵위협을 근거로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어보인다. 그리고 북의 제5차 핵실험은 사드배치의 당위성이 더욱설득력을얻게만들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아무리 안보주권, 북핵 대비를 강조한다고해도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시스템(MD)구축전략과 맞물려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에게 있어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오랫동안 추진해온 MD구축이 드디어 좋은기회를 얻어 큰 진전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억제를 중점으로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재균형 전략의 대성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이 기회를 쉽게 포기할리가 만무하다. 한국은 이 사실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한중미 사드 협상제안을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주변 및지역 안전과 핵 비확산 체제의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해 북핵문제의 해결, 한반도의 비핵화에 노력했고 전통우방과의 관계악화에도불구하고북한에대한유엔제재에적극동참했다. 동시에북한 의 핵개발을 반대할 뿐 아니라 사드배치를 포함한 지역정세를 긴장·악화시키는 어떤 조치도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드의위협까지받게되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터지는게아니라새우싸움에고래등이터지는격이된것이다.
지역 평화와 안정에 대한 갖가지 위협요소가 고착화,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국가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많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사드에 맞서 대비할 수는 있지만새로운군비경쟁, 심지어새로운 냉전양상이형성될우려가있다. 한미는 북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선제타격’을 준비하고있지만일단실시되면전면적인전쟁을의미한다. 이것은국민들의 염원, 세계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과북그누구도 그 대가를 감당할 수없을 것이다. 이라크, 리비아, 현재의시리아의비참한모습은이를일깨워주고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한중미 사드협상은 이 많지않은 옵션 중가장 유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미는 대국이면서 한반도를 포함한동북아지역문제의제분야, 특히안보분야에서 핵심적인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다. 기술적 검토를 포함한 다양한 협상을 통해 사드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중한 갈등의 극복, 중미간신뢰증진은물론이고중국이추진하는 신형대국관계의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흔히 지적되어온 동북아 안보협력 결여 상황을 개선하고 공동안보체제 구축의 좋은 출발점을마련할수있을지도모른다.
물론 한국 정부는 사드문제의 해결을 북핵문제의 해결과 연관시키고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협상체제인 6자회담은 이미‘식물인간’처럼 되어버렸다. 때문에 한미중 사드협상을 돌파구로 하여 새로운 안보협력체제, 혹은 새로운 6자회담체제의 틀 안에서 북핵의 불사용과 비확산, 핵동결과 비핵화,평화협정의 체결, 북미관계의 개선, 지역공동안보체제의 구축 등을협상하는것이더효율적인지모른다.
다만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고 새로 출범할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이 큰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박대통령이 제시한 한중미 사드협상의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마음에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