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으로수놓은‘황홀한꿈’ -항저우중국비단박물관취재기

China (Korean) - - 사회 문화 - 글|장진원(張勁文) 사진|궈사사(郭莎莎)

“천리 길을 지나 항저우(杭州)에 도착하니 절반은 시후(西湖)이고 절반은 비단이로다(千里迢迢來杭州, 半為西湖半為綢)”

보드랍고 아름다운 비단은 중국 오천년문명사에 걸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세계 곳곳으로도 퍼져 나가며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인지 예로부터‘비단의 고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항저우의 시후 강변에는 비단에 대한 수집·연구·전승·전시가 이뤄지는 세계 최대의 섬유복식 박물관‘중국비단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세계최대 비단박물관의 탄생

2000만 위안(약 33억1700만원) 넘게 투자된 중국비단박물관은 1992년 개관했다. 투자금의 절반은 국가에서 지원됐고 나머지 절반은 전국 각지의 비단 관련 기업들의 기부로마련됐다. 개관 초기에는 내부가 다소 썰렁했지만 다행히 전시물 수집 단계에서 사회 각지와 민간에서 많은 기증 참여가 이뤄졌다. 비단박물관의 자오펑(趙豐) 관장은“중국비단박물관은 사회의 공헌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과거 전무(全無)한 상태였던 박물관 내부의 전시물은 25년에 걸쳐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국가와 민간의 기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됐다. 이제까지 수집된 전시물만 총 6만여 점에 이른다. 신석기 시대서부터 시작한 역사적·시기별 비단 문물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옛 실크로드 길을 따라 출토된한(漢)·당(唐) 시기의 직물, 북방초원 국가

요(遼)·금(金) 시기의 유물, 송(宋)나라 때 창장(長江) 이남 지역의 복식, 명(明)·청(淸) 시대의 관기(官機) 제품,근대의 치파오(旗袍), 인물 및 풍경화가수 놓인 직물까지 다양하다. 이 밖에도고대, 현대, 국내외를 아우르는 민족 특색의 문물과 현대적 문물도 다수다.

박물관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전시물 기증자들을 초청해 따뜻한 기념 행사를 마련했다. 기증자의 주소나 전화번호가 변경되어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신문에 공고를 게재하여 수소문하기도했다.

황정(黃政) 씨는 평범한 항저우 시민이다. 1997년 2월 그는 청나라 말기에서중화민국 초기 사이의 비단 자수품 39점을 중국비단박물관에 기증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오랜 소장품이었다. 같은 해10월에는 두 번째로 자수 요이불 등을 기증했다. 그리고 2009년 11월, 세 번째로중화민국 시기의 옷가지를 기증했다. 그가 주거지를 옮기는 바람에 그 후로는 한때 박물관과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올해 황 씨와 가족들은 박물관의 기념행사에 참석해 다시 한번 중화민국 시기의 두루마기와 서양식 융단, 윈난(雲南) 여행 중에 수집한 현지 소수민족의모자와 두건을 기증했다.

황 씨는 자신의 기증에 대해 이렇게말했다.“어릴 때 매년 날씨가 가장 무더운 시기가 오면 외할머니가 집안의 커다란 가죽상자에 보관하던 비단 옷가지들을모두 꺼내 햇볕에 말리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

박물관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시류(時流)회고전’을 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비단과 연관되었던 대표적인 사건, 디자이너의 작품, 기업의 제품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2014년 시류회고전의주제는‘꿈을 엮다(築夢)’였다. 당시 회 고전의‘총 감독’역할을 맡았던 자오관장은“우리가 엮는 꿈은 비단박물관의꿈이자 비단문화 부흥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박물관의 방직전시관에는 2미터가넘는 오래된 직조기가 여러 대 놓여 있다. 자오 관장은 하나하나 가리키며 소개를 이어갔다.“직조기마다 짜내는 직물이달라요. 이것들은 경금(經錦)과 송금(宋錦)이고, 저것은 능견(綾絹)을 짜는 데쓰이는 기계입니다.”한 직조기 앞에는작업자 두 명이 열심히 바늘과 실을 꿰고있었다. 2천년도 넘은 서한(西漢) 시대에베를 짜는 기계였던 조면기(繰綿機)를 재현한 모습이었다.

2012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지하철 건설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한묘(漢墓·한나라 때의 고분)에서 네 개의직조기 모형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목용(木俑·나무인형)의 형태 로 볼 때 방직공이 작업을 하는 모습으로 추정됐다. 박물관은 목용의 키 비율에 맞춰 직조기를 복원하고 작업 원리를 재구성해 나갔다.“고대 직조기나 방직물을 복원할 때에는 항상 근거를 갖고 작업합니다. 이미 사라진 일부 기술도 어떻게든 복원하고 습득하게 함으로써 이 기술이 대대손손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죠. 또 이 기술이 앞으로새로운 역할을 발휘하리라 기대합니다.”자오 관장의 말이다.

자오 관장의 주된 관심사는 비단 직조기술을 생산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다. “현재 직조기술의 보호와 계승의 가장큰 걸림돌은 바로 시장입니다. 비단시장개척의 걸림돌은 기술 향상과 혁신이고요.”자오 관장은 현재의 비단 직조기술계승 과정이 단조롭고 창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해당 문제를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다. 그는“설계와 기술 측면에서 전반적인 수준향상이 이뤄져야 하고, 이 둘이 잘 결합되어야 비로소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칠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천연 비단이 시장에서 더욱환영받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중국은산업화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도나 캄보디아, 태국의 경우 민족적이고독특한 특색이 있는 순수 천연상품을 추구합니다. 시장에서도 사실상 이런 나라들의 견직물이 더 인기가 많죠.”자오관장은 자신이 두른 푸른색 비단 스카프를 가리키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스카프는 인도산입니다. 이런 투박하면서도심플한 기술은 산업화나 표준화 생산을통해서는 구현해 낼 수가 없지요.”

박물관은 2015년부터 확장 리모델링공사를진행 중이다. 공사가끝나면신관의 건축면적은 2만3000m2, 전시면적은9000m2로 늘어난다. 또한 박물관 내에는독특한 디자인의 비단숍이나 자수갤러리등 관람객들을 위한 휴계 공간이 마련되

어 있다. 3월부터는 매주금요일과토요일저녁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밤 9시까지박물관을개방하고 있다. 조용하고아늑하면서도문화적숨결이살아있는야간개장을 통해 현대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겠다는계획의 일환이다.

비단이 통하던 길, 길 위의 비단

중국비단박물관은 비단 직조기술의계승과 보호는 물론 비단문화의 확산과발전이라는‘사명’도 짊어지고 있다.

서한 때 한무제가 장건에게 서역 원정을 명한 뒤로 중국에서 유럽과 아프리카로 통하는 육로가 열렸다. 이 길을 통해 서역으로 운반되는 화물 중에는 비단으로 만든 제품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1877년 독일의 지리·지질학자였던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은 저서 <중국(China)>에서 이 길을 최초로‘비단길(실크로드)’이라 명명하였다. 하지만 비단길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비단은 이미 세계곳곳에 진출해 있었다. 비단길이 뚫린 뒤 로는 비단은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적 상품이 되었고, 중국의 비단 문화는 더욱멀리까지 퍼져 나갈 수 있었다.

2013년 중국의‘일대일로(一帶一路)이니셔티브’가 나오자비단길에다시금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비단길에는 두 가지 핵심단어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나는‘비단’이고 다른하나는‘길’이지요. 지금 우리가 집중하는 부분은‘길’이지만 이 길의 원동력으로작용하는 요소는 바로‘비단’입니다.”자

오 관장은 비단에 대한‘일대일로’관련국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얻는 것이자신의주업무라설명했다.

이 여정 위에서 중국비단박물관이만난 첫 번째‘동지’는 바로 비단길 관련국가에 있는 박물관과 학술기관들이었다. 이들 기관이 서로 협력해 만들어낸 산물이 바로 <둔황(敦煌) 비단예술전집>이다.“<둔황 비단예술전집>은 우리박물관이 영국의 대영박물관·대영도서관·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프랑스의 국립박물관·기메미술관, 러시아의에르미타주박물관과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입니다. 2007년, 2010년, 2014년에 각각 영국판, 프랑스판, 러시아판이간행됐습니다.”

전집을 보면 완벽히 보존되거나 일부 파손된 고대 비단직물의 사진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벽화나문헌은 비단길 문화를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지만 비단 직물은 좀 번거롭습니다. 여러 겹으로 구성된데다 표 면 말고도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우리가 예술전집을제작한 이유도 비단직물의 도안을 복원하고 조직구조 분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실어 일반인들이 비단문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중국비단박물관은 관련국들과의 공동출판 외에도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며비단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비단의 밤’행사를 통해‘이탈리아의 밤’,‘아랍의 밤’,‘나라 쇼소인(正倉院·일본 나라현에 있는 국립박물관)의밤’,‘프랑스의 밤’등을 개최했다.

2016년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는‘금으로 수놓은 세계(錦繡世界)’라는 특별전시회도 개최한 바 있다.“당시 특별전의 스토리는중국의 비단이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계기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비단길과 현재의‘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서로가 연결된 세계를 선사할 것이라는 내용을 표 현했습니다.”

자오 관장은 새로운 시기의 비단문화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년 넘게 비단길이 이어지는 동안 비단을 사랑하는사람들이 많아졌고 비단 산업이 상당한규모를 갖춘 나라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깨달았다. 그는“우리가 무역과 관련된일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외부 전시회를할 때마다 비단 제품을 조금씩 갖고 나가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해당 나라에 가서 제품을 꺼내놓으면 현지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시가 순식간에 쓸어가곤 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도 박물관은 9~10회 정도의‘비단의 밤’행사를 기획하고 있다.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비단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산으로 등재된 6월 22일을‘세계 비단길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일대일로를 통해 비단 문화가 더 넓은 세상으로 확산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1970~80 년대해외로수출된우산으로흰색단자(緞子) 에컬러인물자수가놓여있다. 상단부에는상아로만든작은원형인물조각상이있고,손잡이부분에는화초무늬가새겨져화려한재료를사용해만든우산임을알수있다. 우산옆면에는중국의역사와희곡(戲曲) 에등장하는장면을새겨동양적색채를물씬풍긴다.

1830 년대말서양식여성치마복장. 2016 년새롭게마련된서양코스튬관에전시되어있다.중국비단박물관에소장된4만점의서양복식을통해4백년에걸친서양복식의발전사와시대적특징및복식의풍격을한눈에파악할수있다.

자오펑 중국비단박물관 관장 . “비단문화유산의 계승과보호,비단문화의확산은제필생의업입니다.평생 이 일은 제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즐거운 일입니다 .”

둥근꽃송이와구슬로장식되고화초, 사슴등이수놓인비단모자로당나라때의복식이다.모자의전체적인양식이갈모(笠帽)와상당히유사하다. 상단끝부분에는총6개의둥근삼각형모양직물이퀼트로짜여있고,모자의면은상단끝과동일한면소재를사용했다. 이둘이만나는곳에는35개의수직띠가봉제되어있다. 박물관의‘천잠 (天蠶)의 지혜’전시관내부에는지금도사용중인민간직조기와복원된고대직조기가있다.현장에서작업자들이직접직조기를다루는법을보여주고있다.

청나라시대꽃을수놓은목짧은신발이다.만주족부녀들이신었으며끝이뾰족하고굽이높다. 신발에색색의명주실로수놓인매화(梅花) 와까치(喜鹊)문양을통해‘기뻐하여눈썹꼬리가올라간다(喜上眉梢 )’, ‘봄기운을기쁘게알리다(喜報春光)’라는뜻을나타낸다. 원나라시대여성용두루마기, 남성용변선포(辮線袍), 해청의(海靑衣). 이를통해원나라귀족남녀의복식문화를알수있다.

관람객들은자수침법을확대한모형을통해각종침법을자세히관찰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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