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시골학교에은은하게퍼­지는‘책향기’

“한사람의정신발달은그­의독서량과궤를같이한­다.한민족의정신적경계는­그민족의독서수준이결­정한다.독서가없는학교는결코­진정한교육을구현할수­없다.책향기가득한도시는아­름다울수밖에없다.”중국의교육이론가주융­신(朱永新)교수가저서 <나의독서관(我的閱讀觀)>에서언급한말이다. 본지기자는중국장시(江西)성위두(于都)현의시골학교두곳을찾­아갔다.이곳에서두명의교장은­교내독서열람실을통해­책향기나는교정,어디서나책을접할수있­는교정을만들기위해애­쓰고있었다.

- 글 ,사진|친빈(秦斌)

“내게는집이한채있을것­이며바다를마주하고있­노라면봄은따스하고꽃­은 피어나리라.내일부터 나는 가까운 모든 이들에게연락하리라.그들에게나의행복을알­리리라……너에게 찬란한 앞날이 있기를 기원하노라.

너에게끝까지함께하는­연인이있기를 기원하노라.

네가 속세에서 행복을 얻기를 기원하노라.나는단지바다를 바라보며,따뜻한봄과꽃을 맞이하리니.”

지난 2월 21일 취양(曲洋) 향촌(鄉村)초등학교의 개학식날, 557명의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책걸상을 들고 나와 고운모래가 덮인 교정 내 광장에 정렬해 앉았다. 이 학교의 개학식은 여타 학교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교장선생님이 아주 짧게 훈화말씀을 마친 뒤 모두에게 시인 하이즈(海子)의 시를 한편 읽어주었다는 점이다. 이어 학생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전교생을 대상으로 시를 낭독하거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부모님과 함께 올라와함께 책을 손에 올려놓고 자신이 최근 접한재미있는이야기를­들려주는학생도있었다. 단상 아래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따금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개학식의마지막행사는­교장선생님이매학기 독서량이 가장 많은 학생에게 주는‘꼬마독서박사’상장 수여식이었다.

취양 향촌초등학교는 장시성 간저우(赣州市)시 위두현, 닝두현, 루이진(瑞金) 현이 만나는 경계지점의 높은 산 속 거아오(葛坳)향에 위치해 있다. 시내에서70km 가량 떨어져 있어 현지에서도 가장벽지에속하고조건­이 열악하다.

교장선생님은‘이야기꾼’

취양초등학교의 궈즈창(郭誌強) 교장은 1979년생이다. 2005년 거아오향 쩡즈(曾子)초등학교의 교장을 역임했다. 당시쩡즈초교는 교문도 담벼락도 없이 흙벽돌로 지어진 낡은 교실만 몇 곳 있었다. 6개 학급의 학생들은 마을의 사당(祠堂)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궈 교장은 꼬박 2년 동안 낮에는 수업을 하고 밤에는 교사들과함께집집마다­돌아다니며마을사람들­을대상으로교사신축을­위한모금활동을 펼쳤다. 모금액 15만 위안(약 2400만원)과 1000m2가 넘는 토지를 확보한 뒤에야 학교에 담벼락과 교문이 생겼고, 학생들은넓은새교실로 옮겨 수업을 받을수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궈 교장을 농담삼아‘시주 받으러 다니는 교장’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런 그의 노력 끝에 쩡즈초교는점점더학교­다운모습으로 변해갔다.

2012년, 궈 교장은 현재 재직중인 취양초등학교로발령을 받았다. 낡은교사를보고 그는 다시 한번 도전을 시작했다. 취

양초교의 수업용 건물 신축을 위해 어느날 그는 간저우시 교육국 국장실로‘쳐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상당 규모의 특별자금을 지원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 알게 된 다른 학교 교장들은 부러움을표하며 그를‘두려울 게 없는 사람’이라표현했다.

궈 교장은‘책향기 퍼지는 학교’를 자신만의 교육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한사람의 정신발달은 그의 독서량과 궤를같이한다고믿는다.또단순히책을읽는것에 그치지 않고‘좋은 책’을 골라 읽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에 적극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장시성의‘책임자의 행동(擔當者行動·Shoulder Action)’이라는 교육공익단체에 먼저 연락을 취해 이 단체가 추진하는‘책코너가있는 교실’프로젝트의 지원을 얻어냈다. ‘책임자의행동’은‘모든시골아이들이수준­높은독서를할수있도록­지원’하는것을 사명으로 삼고, 교과 외 우수도서 지원과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독서교류 활동을 통해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교과 외 독서교육체계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단체다. 이에 따라 학교의 모든 학급에 교양있는 아동서를 갖춘‘책코너’를 기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책코너에 포함되는 도서는‘단계별 독서’와‘지식의 양분섭취’원칙에 따라 시골 아이들을 위한 각 연령 단계별맞춤식설계로진­행된다.

교육공익프로젝트는 위두현 전체에빠르게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100곳이 넘는 초등학교의 500개에 달하는 학급이 책코너를 설치했고,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혜택을입었다.

궈 교장은 독서활동의 지속적인 확산을위해학교에서‘최고의이야기꾼 찾기’, ‘좋은책 추천모임’,‘부모님과 함께하는독서’,‘꼬마 독서박사 콘테스트’등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수업 때는 각 학급을 돌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가진행하는 1학년 산수수업에서는지루한­수학공식을학생들이잘­따라올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공식을 완벽히 암기하는 학생에게는 사비를 털어 책 한 권을 상으로주기도 한다.

취양초교는 매주 월요일 국기게양식을 마치고 나면 방송을 통해 선생님들이시를 낭독해 준다. 매주 화요일에는 이야기 교류회가 있고, 목요일에는 독서 수업이 있다. 궈 교장은 학생들의 독서 수업참여뿐 아니라 교사들의 독서도 적극 장

려한다. 그는 독서가 교사의 개인적 자질을 끌어올리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게 마련이고,그렇게 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많은 교사들도 궈 교장의 이런 철학에 동감한다.

궈교장의노력덕분에취­양초교는낡고 오래된 교사가 새롭게 재탄생 했을 뿐만아니라학생들의성­적도수직상승하고있다. 위두현의 360개 학교 가운데 30위안에 들 정도로 학교 순위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취양초교의명성이알려­지자아이를 취양초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인근마을학부모들까지­찾아올 정도다.

100점짜리 시험지보다 훌륭한100권의 책

위두현에 잘 알려진 또 한 명의 교장선생님으로 인컹(銀坑)진 중심초등학교의 추푸성(邱富生) 교장이 있다. 그는 궈즈창 교장과 함께‘제1기 마윈(馬雲) 시골학교 교장 플랜’의 교장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마윈 시골학교 교장 플랜’은 알 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설립한 마윈공익재단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중국 시골학교의교육모델을­모색하고차세대우수리­더를양성한‘시골의 교육가’선정을 목적으로2016년 7월 시작한 프로젝트다. 시골학교교육 모델을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과정에서 이 두 교장은‘책향기 가득한 교정’을대안으로 선택했다.

추 교장에게 이런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1994년처음 교장이라는 관리직에 부임했을 때를상기했다. 교사의 수업능력 평가 기준은학생들의시험점­수에따라결정된다고생­각했던그는학생들의시­험점수를높이기위해 능력에 따른 교사 퇴출제를 시행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의 성적이 인컹진 1~5위에 들지 못하는 교사들은 외진마을의 초등학교로 배치됐다. 이런 강제조치 때문에 학교의 성적 순위는늘한자릿수대를 유지했다. 그러나학생들에게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게 하고 수없이 많은보충수업을통해달­성한성과속에서교사와­학생들이진정한행복을­느끼는지는의문이었다.

추교장은우연한기회에­친구가보내준구소련의­교육가바실리수하믈린­스끼(1918~1970)의 저서 <교사에게 주는 100가지 충고>를 접하게 됐다. 책을 읽고 난그는 깊은 전율을 느꼈다.“사실 30년 교직 생활에 20년 넘게 교장직을 맡은 저에게아무도수하믈린­스끼의책을읽어보라고 권해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교육이론가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아쉬울 정도였죠.”

추 교장은 자신의 깨달음이 늦은 만큼퇴직 전에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과 교육계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먼저 학교에‘100점짜리 시험지보다 훌륭한 100권의 책 만들기’교육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의 교육철학은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책에 대한 기반이 없던 학교를 책향기 나는 학교로만들기위해 300m2 규모의열람실을조성하­고, 운영비에서 5만 위안을 절약해 도서를 구입했다. 또‘책임자의 행동’으로부터 수만 권의 우수도서를 기증 받는 등열람실을 간저우시 농촌학교 가운데 최고의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교실 안에는 책코너가, 교실 밖에는 이동식도서진열대가 설치됐다. 학교 전체에 자연스럽게 독서 분위기가 조성됐고, 학교에서책을 읽었던 아이들은 집에서도 책을 읽기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자발적으로 학교에찾아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시를낭송하­는자원봉사활동을펼쳤­다.

추 교장은 이렇게 말한다.“진정한 교육이란독서를사랑하­는 교장과, 마찬가지로독서를사랑­하는교사들이함께학생­이독서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모든 교육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학생은 교육 속에서 완전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교육이란 단순히점수로 판가름 나는것이 아니라그안에 더 많은 것들, 이를 테면 자신의 취향과 재능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또그가운데서 최고의 자아를 찾고, 자신의 꿈과포부를찾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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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수업이끝난뒤쉬는­시간, 3명의취양초교학생들­이복도에서독서를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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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즈창취양초교교장은­손을들고발표하는학생­에게 <중국동화>라는책을상으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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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롄롄(李蓮蓮) 학생과그의언니가함께­독서수업을듣고있다. 활발한성격의자매는웃­음이많다. 취양초교입학을 위해리 학생의 가족(8명의 사촌과 할머니) 은학교인근에있는조건­이열악한집에세들어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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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양초교의신학기개학­식에서학생과학부모가­단상에올라전교생을대­상으로흥미진진한이야­기를펼치고있다.독서와이야기발표(스토리텔링) 는이학교만의독특한교­육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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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양초교에는교실마다­책코너가있어학생들이­언제든책을꺼내읽을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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