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패션업계의성대한축제‘2017중국국제패션위크’
쭉뻗은 모델들이 흥겨운 리듬에 맞춰한 명씩 런웨이로 걸어나온다. 매년 돌아오는 중국 패션계의 최대 축제가시작된 것이다.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1일까지 진행된‘메르세데스-벤츠 중국국제패션위크(2017/2018 F/W 컬렉션)’ (이하 패션위크)가 베이징에서 성대한막을 올렸다. 3월 24일 저녁에는 EP그룹 계열의 브랜드 엔 파이아(N.paia)가 베이징호텔(北京飯店) 골든홀에서 론칭 행사를 가졌다. 모델들은 심플하게 재단한넉넉한 사이즈의 오버코트와 하늘거리
는 와이드 팬츠를 입고 한껏 카리스마를내뿜으며 캣 워크를 펼쳤다. 블랙·화이트·그린·레드·베이지 등의 색상이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엔 파이아는 이번 패션쇼에서‘심플한 니트 감성’을 컨셉으로 시즌 첫 무대를 장식했다. 관객들은 디자인 감각과실용성을 훌륭하게 결합한 엔 파이아의깔끔한 컨셉을 감상했다. 또 9일 간 이어진 행사를 통해 최근의 패션 트렌드를살피고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패션계의동향도느낄수 있었다.
글로벌도약하는패션위크
1997년 중국국제패션위크가 첫 선을 보인 이래 어느 새 20년이 흘렀다.패션위크는 매년 3월과 10월 각각 베이징에서 F/W 시즌과 S/S 시즌으로 나뉘어 개최된다. 중국 패션 산업의 발전을이끌고 세계에 중국 패션 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국의 종합 패션 콘텐츠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이번 패션위크 기간에는 80개에 달하는 특별 행사도 열렸다. 국내외 83 개 브랜드 및 관련 업체, 68명의 디자이너 및 29명의 신예 디자이너가751D·PARK, 베이징호텔 등에서 61회의 공식 론칭 행사를 가졌다. 패션 콘테스트도 열려 관심을 모았다. 또한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 178곳이 참여하는‘DHUB 디자인전 2017/2018 AW컬렉션’과‘10+3 SHOWROOM 패션 트레이드’도 열렸다. 각종 기자회견, 좌담회,전문강좌등특별활동도 마련됐다.
이번 시즌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부분은 디자이너와 작품의 들의 다양화
다. 발표된 작품들 중에는 여성의류, 남성의류, 언더웨어, 캐주얼, 웨딩·수트, 키즈, 핸드백 등 그 품목도 다양하다. EVE CINA, N.paia, EPEP, 위다화(裕大華)1919, 성훠짜이줘(生活在左)등 중국의 유명 브랜드는 물론 Cabbeen, B+By beautyberry, GIOIA PAN, NEAR WHITE, Lapargay 등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도 여럿 선을 보였다. 다양해지고 개성이 더해진 소비시대의 도래는 중국국제패션위크와 중국의 디자이너를 비롯해 전체패션 산업에도 더많은성장 기회를안겨다주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패기와 역량도 돋보인다. 한 통계에서는 60명이 넘는 중국의디자이너가운데신예디자이너의비율이 매우 높았으며, 론칭회에 처음 참여하는 디자이너 비율도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칭후이(張慶輝) 중국패션디자이너협회 회장은“이번 시즌에서는 디자이너의 수나 브랜드 개수, 글로벌화는 물론제품 디자인 유형까지 모두 과거에 비해그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이어“디자이너와 브랜드의 글로벌화가한층 더 강화됨으로써 중국국제패션위크가 중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는 창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패션 산업의 교류와융합에서 갖는 지위를 한층 부각시켰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의필수관문‘헴펠어워드’
‘인재’는 중국 패션산업 발전의 필수요소 가운데 하나다. 중국국제패션위크는20년 간 로컬 인재를 통해 창의적 디자인을 만들고, 다시 종합적 플랫폼을 통해로컬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패션위크에서 관객들은정상급 디자이너의 패션쇼는 물론‘중국패션 디자인 어워드’와‘최고의 10인’안에 드는 디자이너들의 탄생을 목격할 수있었다. 특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특별 콘테스트 중 하나로‘헴펠 어워드’를빼놓을수 없다.
‘헴펠 어워드’는 중국 패션디자인협회와 글로벌 기업 헴펠이 주최하는 신인 디자이너를위한중국국제청년디자이너패션작품 콘테스트다. 1993년 신설된‘브라더컵(兄弟杯)’을 전신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며, 현재 중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디자인 콘테스트이자 중국에서 전세계 청년디자이너들이각자의디자인실력을겨루는유일한장이기도 하다.
패션위크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보면헴펠 어워드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골든 어워드를 수상했던 우하이옌(吳海燕), 우쉐웨이(武學偉),우쉐카이(武學凱), 그리고 최근 수상자인치강(祁剛), 왕위타오(王玉濤), 천원(陳聞) 등이 대부분 헴펠 어워드 수상을 통해성장한 디자이너들이다. 중국 디자이너들은 패션위크를 통해점점더넓은세계무대로향해가고 있다.
3월 25일‘제25회 헴펠 어워드’에서는 14개 나라에서 온 29명의 젊은 디자이너가패션디자인실력을 겨뤘다. 1위에서3위는 각각 스페인, 중국, 멕시코 참가자에게 돌아갔다. 헴펠어워드는패션위크와함께 패션 디자인 콘텐츠의 국제 교류를촉진하는역할도하고 있다.
헴펠 어워드의 제정자이면서 중국 패션디자인 공헌인물로서 훈장을 받은 바있는 중국패션디자이너협회 시니어 패션디자이너 리신(李欣)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헴펠 어워드는 매년 입상자가 극히 적다. 입상자 출신의 디자이너들대부분은 이미 중국 패션 디자인계의 중진으로 성장한데다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 우하이옌처럼 중국미술대학 디자인학부 학장이 된 경우도 있다.그는 해외에서도 패션쇼를 자주 연다. 왕위타오나 우쉐웨이도 어느 정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리 교수는“중국 디자이너들 이해외정상급디자이너들과어깨를나란히 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해외디자이너와 브랜드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문화를축적한결과자신만의스타일과문화를대대로전수하는수준에 이르렀다.이에 반해 헴펠 어워드는 1993년 이후에야 제정된 만큼, 중국 디자이너들이 초지일관의 자세로 나아갔으면 한다. 시간이지나고우리의노하우가후대까지잘이어진다면향후세계무대진출에도문제가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받는‘차이나콘텐츠’
3월 29일,‘전대미문(聞所未聞)’을 주제로 한 디자이너 천원의 데님 신상품 발표회에서 중국식 목판 세화(歲畫) 무늬를매칭한 데님패션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딥블루에‘중국홍(中國紅)’이라불리는강렬한차이나레드컬러가섞인디자인이다. 거친 질감 속에 회화적 곡선의미가 넘쳐 흐른다. 눈에 확 띄는 시각적효과와정제된세밀함이 포인트다. 디자이너의 독창성이 감탄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전통적 미를 완벽히 뒤집어 버린 결단과패기에도절로찬사가 나온다.
이중에서도관객들에게가장깊은인상을 남긴 디자인은 바로 중국의 전통극곤곡(昆曲)에 등장하는 머리장식이다. 옥빛 관(冠)에 달린 붉은 구슬과 꽃·봉황장식등이어우러져사람들의눈길을한눈에 사로잡았다. 유니폼외투나여성스러운스커트, 긴 버버리 코트, 단정한 예복 등무엇을 걸치든 다 잘 어울린다. 디자이너의비범한창의성이 돋보였다.
중국 콘텐츠를 패션에 적용한 사례는사실 그리 낯설지 않다. 유명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칼리아노는 이미 1990년대부터 중국 콘텐츠를 테마로 한 의상발표회를 열은바 있다.그는 옛 상하이 정경과 홍위병 등의 이미지를런웨이로옮겨와파리의패션거장들을‘감격’시켰다. 디자이너 리신은 현대적
면 소재와 양식에 중국 민족무늬의 주요포인트를 적절히 결합해 아름다우면서도고상한느낌의패션을 만들면, 중국인들의정신세계를드러내는동시에우아함도나타낼수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중국 콘텐츠를 트렌드화하기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적절한‘재가공’이필요하다.“중국 콘텐츠는 많은 이들의 사랑과 주목을 받고 있다. 닭띠 해에 중국을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중국인들이 닭과 관련된패턴을여기저기에붙여놓는것을볼수 있다. 이런 민족적 콘텐츠를 트렌드와제대로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그 콘텐츠의핵심만 간략하게 옮겨오면 된다.”리신은이렇게 말하면서 개인적으로 2015년 칸느영화제의 레드카펫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가수겸 모델인 장신위(張馨予)가 디자이너 후서광(胡社光)이중국동북지역의꽃무늬천을이용해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 무대에 섰을때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리신은“디자이너들은 때때로 눈에 가장 잘안띄는 것들을 가장 높이 평가하곤 한다. 옛날식 꽃무늬 천이나 푸른 날염 천 등이야말로 디자이너의 눈에 가장 민족적이고가장트렌디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패션위크에서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많은디자이너와브랜드가중국의전통 문화로부터 창작 영감을 얻었다. 작품속에 전통적인 동양 미학 요소를 녹여 넣어우수한작품을창조해내는디자이너들이많아지고 있다.
자연 속 꽃나무나 산수(山水)로부터패션 포인트와 색감을 취해 중국의 예술적 경지를 패션으로 구현해 낸 브랜드‘가이아의 전설’,중국의 소수민족인 부이(布依)족의 전통무늬와 콘텐츠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이브 드 우모(EVE de UOMO)’, 중국의 치파오를 현대식 일상에 적용하고 동서양 구조 결합과 전통 복장의 패션화를 시도하면서 중국식 전통화법(畵法) 중 하나인‘사의(寫意)’를 적용한 브랜드‘샹다이궁(香黛宮)’, 경극의 전형적 캐릭터인 선멸(先蔑), 소헌(蘇獻),모분(毛賁)의 얼굴 분장(검보·臉譜)을 창작의 시발점으로 하여 중국 검보와 패션 트렌드를 미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비묵역묵(非墨亦墨)’, 티베트장신구의고전적인미를최신트렌드와절묘하게 결합하여 패션위크 20년 역사상처음으로 티베트식 브랜드를 선보인‘AJNAMO’, 중국의 유서 깊은 경전인‘산해경(山海經)’의 전설 속 태양조(太陽鳥)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쑨린(孫林)’등은중국식 콘텐츠의 유행과 중국 패션 산업및디자인역량의빠른성장을 방증한다.
장 회장은“중국 콘텐츠에 대한 패션계의관심은전반적인국력향상에힘입은바 크다.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패션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실, 직물등 원단에서부터 의류로 제작된 뒤 유통경로를통해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글로벌시장에서중국의패션산업이차지하는 비중은 점점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중국 콘텐츠의 중요성 증대는 패션계에선 이미 하나의 자연스러운생태적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 점역시중국의종합적인국력신장과관련이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