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중국식미스터리영화의­새시도: <용의자X의헌신>

글|가오롄단(高蓮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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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을 과연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용의자 X의 헌신(嫌疑人X的獻身)>보다 더 충격적인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형사학교에 재직하는 물리학 천재 탕촨(唐川)과 고등학교수학교사 스훙(石泓)의 이야기를다룬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이들은 수학에관심이많다는공­통점때문에서로를아끼­던끈끈한사이였다.수년이지나스훙의이웃 천징(陳婧)이 탕촨이 조사 중인 살인사건의 용의자 선상에 오르고, 이 일을 계기로스훙과탕촨은재­회한다.탕촨은조사중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둘은어쩔수없이반­대편에선채서로‘지능 대결’을 펼치게 된다. 영화는 뒤로갈수록 점점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결말로향한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의 동명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08년 일본에서, 2012년에는 한국에서 이미 소설을 바탕으로한영화가제작­되어상당한호평을받은­바 있다. 일본판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반면 한국판은 창의적인 각색으로경찰과천재물­리학자캐릭터를하나로 합쳤다. IQ는 높지않지만 사건처리경험이 많고, 직감이 정확하고 노련한‘민범’캐릭터가 탄생하며 영화의 전개가 빨랐다. 또 한국판에서는 남주인공‘석고’ (일본판‘이시가미(石神)’, 중국판 스훙)와 여주인공‘선화’(일본판‘야스코(靖子)’, 중국판 천징)의 대화를 늘려 영화의추리성대신상대­적으로사랑을대하는석 고의‘헌신성’을 부각시켰다. 중국판은 미스터리와멜로를적절­히결합하는한편탕촨과 스훙이라는 두 천재 간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은 탄탄한스토리 라인을 잘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장면을 중국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스훙과천징이만나는장­면도그렇다.중국에는일본처럼새집­으로이사했을때이웃들­을 찾아가 인사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이 부분은 천징이 딸을 데리고 스훙에게서책을빌리는­장면으로대체됐다.

하지만 영화의 각색 효과가 진정으로드러나는부분­은다른곳에있다.중국판은아예 전체 스토리의 전개 순서를 과감하게뒤바꿨다. 원작에서는 사건이 시간 순서에따라순차적으로­기술된다.사람이죽었다,누가 죽였을까, 살해 과정은 어떠했을까가모두 사건의 경중과 관련없이 무심히 드러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천재 수학자에게감정이쏠리­게된다.

반면 중국판은‘플래시백(flashback·결말이나 뒤에 발생한 일을 먼저 밝히고 나중에 그것들의 발단과 전개 과정을 드러내는 수법)’서술로 인해대중의감정이편면­적으로쏠리는대신,감정과원칙사이에서갈­등하는 인물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이때문에 탕촨의 천재적 감각은 더욱 도드라지고,관객은자연스레천재들­사이의힘겨루기에주목­하게된다.

그 밖에도 장면의 전환이나 대사 하나하나에 한껏 공을 들인 흔적을 엿볼 수 있 다. 영화속탕촨과스훙의대­화는모두보이지않는‘기 싸움’과 은근한암시로이뤄져 있다. 두 사람이 산에서 찌개를 끓이며얘기를나누는과­정에서스훙은“문제의답을 풀지 못하면 목 매달고 죽을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이어자신은“쓸모없는부품이고, 숲 속에 갇혀 버렸다”고도 말한다.이때, 화면이 갑자기 물 속에서 뱅뱅 도는낙엽을비추는장면­으로전환된다.마치무력하고 절망적인 스훙의 과거 심경을 상징하듯이말이다.

탕촨은“그런 절망이 어떤 건지 나도 상상이 간다. 하지만 너는 그 속에서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스훙은“답을 푸는 것은 등산과 같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은‘벗어나는’것이 아니라‘내려가는’것”이라고 응수한다. 이때 화면은 다시 물 속의 낙엽이 더이상 맴돌지 않고 물을 따라 떠내려 가는장면으로 바뀐다. 절망 속에서 벗어날 수있을 것이라는 탕촨의 말을 환기시키고, ‘내려간다’는 표현에 대한 복선을 암시한다. 스훙은 이미 계획의 전체 구도를 짜놓은 상태다.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내디디면 이 산을 정복하고 자신의‘헌신’도마치게 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중국식 미스터리물의 식상한 틀을 깬, 꽤나 성공적인 시도였다.그러나앞으로중국영화­인들에게주어진과제는­보다더치밀한논리와스­펙터클한 긴장감이 더해진‘오리지널 국산 영화’를만드는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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