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화,한국창업자들의‘안내자’

China (Korean) - - CONTENTS - 글|왕자인(王佳音)

고영화의 사무실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서 유명한 창업거리인 처쿠카페(車庫咖啡)에 있다. 이곳은‘꿈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100m남짓한거리에지나는사람은별로없지만처쿠카페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아침 회의를 하거나 진지하게 업무를 보거나 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창업자 하면 청바지에 체크 남방, 운동화가 떠오른다. 이에 비해 캐주얼 정장을입은고영화의얼굴에는성숙함과침착함이 엿보였다. 그는 미소띤 얼굴로 말했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다. 15년이라는중국에서의창업경력덕분에그는중국인을어떻게상대해야하는지잘 알았다.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는 자랑스러운듯 징둥(京東)에서 구입한 중국산 진공관 오디오를 켜고 90년대 중국 음악을틀었다. 인터뷰내내음악이 흘러나왔다.

‘첫 자본금’의 마련

대다수의 한국 대학생처럼 서울대학교 조선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에서 3년동안 일했고 이후 삼성SDS에서 6년 동안근무했다. 이기간 동안 그는 미국으로 파견돼 근무했다. 바로 이때부터 그는 데이터, IT, 미국 실리콘밸리 등 첨단 과학기술관련정보를많이접하게 됐다.

미국 근무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지 얼마 뒤 그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 오픈티비(Open TV)에서그에게한국지사장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새로운 분야를 접하는 것은 나에게도전이었다.”삼성에서퇴사한고영화는다

시한번미국행비행기에몸을실었다.

그때는 이것이 앞으로 창업의 기반이될‘첫 자본금’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오픈티비에서 근무한 3년 동안 MIH(MIH Holdings Ltd, 미국 나스닥과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으로 주요 사업 분야는 TV 플랫폼, 기술 플랫폼, 인터넷 플랫폼)가 오픈티비를 인수하고 상장해 고영화가 보유한 오픈티비 주식이 100배이상으로 뛰었다. 그는 이 주식을 팔아 자본금을 마련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고영화는 창업기업을보면가슴이 두근거렸다. 언젠가는자신도 저들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위해열심히노력해서성공하는상상을 했다. 큰 돈이 생기자 이런 생각이 점점 강렬해졌다.

“뭘 하면 좋을까?”2002년 인터넷과휴대전화 시장을 살펴보다가 당시 구글이이미 직원 500명, 연간 9900만 달러의 수익을올리는기업으로성장했다는것을발견했다. 강력한기세를보이는인터넷에서고영화는무엇인가를 감지했다.

2002년 중국에서 휴대전화 시장이 막형성되기 시작했다. 2002년 기준 중국의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억명으로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 3개 브랜드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다.“당시 한국은 인구의 약80%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14억인구를감안하면중국의휴대전화시장은잠재력이 엄청났었다.”

고영화는‘첫 자본금’을 들고 홀홀단신 중국으로 향했다. 당시 그는 중국어라고는 고작“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 “계산해 주세요.”세 마디밖에 몰랐다.

중국 속으로 뛰어들다

중국어도 모르고 중국인과 비즈니스를해본적도 없으며 중국 시장을잘알지도 못하는 상태였지만 고영화는‘이왕 중국에 왔으니 뭐라도 해내자. 그렇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상황 파악도 못한 상태였지만 방대한인구가시장을창출할것이라고생각했다”고 말했다.

2002년 2월 고영화는 중국에 온지 6개월 만에큰 계약을 따냈다. 당시 중국은모바일 인터넷이 시작 단계여서 지금처럼어디서나 WIFI, 3G, 4G를 이용할 수 없었다. 3대 통신업체중하나였던차이나유니콤이 무선랜카드 사업을 선보였고 무선랜카드를공급할공급업체를찾고있던참이었다.

6개월 기간에 사귄 중국 친구의 소개로 차이나유니콤과 협력하기로 하고 2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에온지 1년도 안 된 시기에 어떻게 그런 큰계약을 따낼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당시세계에서무선랜카드공급업체는 대략 3곳이 있었다. 내가 그중한곳의 대리점이었다. 중국에서 해당 제품을공급할수있는곳은우리회사 하나뿐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장을 이해하고 수요를 파악한다.”이 말은 고영화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자창업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그는 이말이승리의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차이나유니콤과의 협력은 10년 동안이어졌다. 이후 중국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이 무선랜카드를 속속 내놓았고 고영화가판매하는제품은가격경쟁력을잃 었다.“차이나유니콤과 협력을 시작했을때만해도 무선랜카드 1개에 1000위안(약17만원)이 넘었지만 10년 뒤에는 몇십 위안으로 떨어져 수익 폭이 크게 줄었다.”차이나유니콤과의 협력이 끝나자 고영화는새로운비즈니스기회를 찾아나섰다.

창업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는 칭화대학교 컴퓨터 전공 석사에게 30만 위안을 투자해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도록 했다.“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모바일게임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당시 중국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너무 적었다. 그때는 작은 컬러 화면의 휴대전화가 많았다.결국 1년 6개월 뒤에회사를 접었다.”

이어서 그는 통번역 소프트웨어(SW)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한 회사가미국 MS사와 공동으로 통번역 SW를 개발하고 있었다.“직원 10여 명의 작은 회사였지만 그 회사는 MS통번역 SW 부분의 아시아 유일의 협력 파트너였다. 나는그 회사가 상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2년동안 일하면서 월급 없이 지분 10%만 받기로 합의했다.”몇 년 뒤 이 SW는 중국시장 점유율 11.1%로 2위를 차지했다.그러나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그러던 중 마침 글로벌혁신센터(KIC)에서중국센터장을모집하고 있었다. 9명의 후보자 가운데 그가 뽑혔다. 그의 창업 경험

이이 자리에 딱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는통번역 SW 회사의 지분을 포기한 후 KIC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이 창업하는 것에서 다른 사람의 창업을 도와주는 것으로역할을바꾼 것이다.

한국 기술+중국 시장

중관춘 창업거리에 위치한 KIC는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기업 설립에서 중국 시장정착까지 KIC는 창업자들에게 서비스와창업 정보를 제공하고, 창업 교육, 인큐베이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시에 중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유치도 한다.

2016년 6월, 재중 KIC가 개소했다. 2017년 2월 KIC는 중관춘 창업거리에서업무를 개시했다. 지난 1년 한 해 동안KIC는 여러 행사를 기획했고 창업기업 30여개를 인큐베이팅했다. 그중 3개 기업은 각각 120만 달러, 150만 달러, 220만 달러의매출을 올렸다.

개인 창업을 포기하고 정부기관에서일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그는“한 개인의창업은너무단조롭고여러사람의창업은재미있다”며“10년이 넘는 나의 중국 창업경험을 바탕으로 갓중국에온한국기업의시행착오를줄여줄수있다고생각한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창업프로젝트를만나고그들과함께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게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고영화가 생각하는 KIC 입주 기업 선발 기준은 2가지다. 첫째 중국 시장 수요에 적합한가, 둘째 투자를 받을수 있는가이다.

일단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창업기업은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KIC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을오가는 항공권, 중국 내 숙소, 중국 내사무실, 중국 투자자와의 협상 등을 아우르 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는다. 물론 KIC도창업기업에요구하는것이 있다. 고영화는우선 창업자는 3개월 안에 제품을 만들어야한다며 3개월 안에제품이완성되면다시 6개월의 홍보마케팅및투자유치기간이주어진다고 소개했다. 순조롭게투자를받으면 KIC에 계속 입주하고 제품은 본격적인홍보마케팅단계로 들어간다.

물론 KIC는‘적자생존’원칙을 적용한다. 혁신기업이 정해진 시간 안에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홍보 마케팅이 순조롭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게 기회를 양보해야 한다. KIC는 매분기 대규모 투자 유치행사를마련하고한번에20개기업과투자자50명을초청해상담을진행한다.이는창업기업과 투자자가 직접 대면할 수 있는기회다.

고영화는 투자 상담 행사를 할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혁신기업은 의료건강, 인공지능, VR, 스마트 HW, 통신과학기술, 연

고영화중국KIC센터장사진/궈사사(郭莎莎)

창업의 ‘성지’ 중관춘창업거리 사진 / CFP

KIC에서정기적으로열리는강좌에초청된대외경제무역대학교교수가창업자들에게중국경제,중국시장및관련정책제도등을설명하고있다.사진/궈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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