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짜리유학의가치
딸은초등학교3학년때한국에서일을하게된엄마를따라한국으로 왔다.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무렵, 하루는처가 딸을 데리러 영어학원에 갔다가 미국유학 연수생을 모집하는 광고 전단지를 발견했다.모녀는머리를맞대고한참을고민하다 별안간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미국에서1년간교환학생을하는데드는돈이300만원이면, 무조건이득이다!
한국돈 300만원이면 인민폐로 1만5000위안쯤 된다. 확실히 비싼 돈은 아니다. 두 사람은 한번 지원을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한참을 상담하다,금액을잘못봤다는사실을깨달았다.알고보니유학비는 300만원이 아니라 3000만원이었다.인민폐15만위안이면한사람6개월 월급은 족히 되는 액수였다. 처는 살짝풀이죽었지만딸은이미유학에대한기대로 한껏 들떠 있었다. 딸의 실망하는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처는 자신이 저지른실수에대해책임지기로하고,무리해서딸을미국으로유학보냈다.
이것이 이미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한번 보낸 딸이 또 다시 미국 켄터키주로 유학을가게된진짜 사연이다. 물론딸과함께유학길에오른다른한국학생들의상황이 이렇게까지 특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한국 부모님들의 경우 오랫동안 고민하고치밀한계획을세운뒤에야자녀를유학보내기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 최대 목적은외국어때문이다.한국젊은이들이취업할 때 외국어, 특히 영어는 필수나 마찬가지다. 외국어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다른것은아무리잘해도소용이없다.외국어를잘 하려면 그 나라 언어 환경에서 살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들도 이 부분을눈여겨본다.그렇기때문에중국어에뜻이 있는 중고등학생들은 중국으로 유학을 가고,영어를배우려는학생들은제일먼저미국, 그 다음으로 호주를 찾는다. 가정형편이 풍족한 편이 아니라면 필리핀도 고려할수있다.
중국은 한국에 비해 학년을 뛰어넘어해외 유학을 가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다.이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학제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중국의가오카오(高考)와 같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있다. 수능 점수로 대학 입학 여부를가르는 것도 동일하다. 하지만 한국의 각대학들은자체적인수시모집비율이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능 성적‘커트라인’을넘긴학생이해외유학경험을바탕으로수시모집에지원할경우대입에성공할가능성이매우 높다.
중국에는이러한제도가없다. 창춘(長春)의 한 친구는 처가 캐나다에 1년 간 방문교수로가면서딸을데리고갔다고했다. 1년 후 딸이 귀국해 가오카오를 치렀는데,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괜찮은 대학중 지원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울상이라고했다.중국의현행교육제도에서친구딸의 유학은‘휴학’으로 간주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친구는 고민 끝에 딸을 다시 캐나다로 힘겹게 유학보냈다.
또 다른 예로 최근 중국에서는 방학을이용해 사설 교육기관에서 중고등학생의해외캠프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한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캠프가 그다지 흔치 않다. 한 가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한국인은미국이나일본,유럽국가들을갈때비자가면제되는경우가많기때문에굳이 사설기관에 돈을 바쳐가면서까지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자유배낭여행을떠나면그만이다.
중국에선 이런 방학캠프에 대해‘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한다’며 비난하는 일 부 언론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다소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라고 생각한다. 일단‘공부’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기준을정해놓은것이아닌가 싶다. 아이들이해외로나가넓은세계를체험하며다양한문화를느끼는것자체가이미아이들에게는매우 유익한‘공부’인 것이다. 게다가어찌됐든 간에, 아이들이즐겁고행복한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삶에서 더 없이 소중한추억이아닐까싶다.
아! 한 가지 깜빡할 뻔한 게 있다. 딸은 얼떨결에 가게 된 미국 유학을 통해 무척많은것을얻어 왔다. 나중에가족이함께유럽여행을갔을때딸이처음부터끝까지 일정을 다 짰고, 프랑스든 이탈리아든딸의 유창한 영어실력 덕분에 어디를 가든막힘이 없었다. 딸은프랑스와이탈리아사람들의영어가너무형편없다고여러번툴툴대기도 했다. 우리는 딸이 그 나라 사람들을 흉보는 것이 아니라, 유학 생활을 하며생긴자신감덕분에스스로더당당해지게된것이라고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