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朱熹) - 권학시(勸學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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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已秋聲。Shàonián yìlǎo xué nánchéng yícùnguāngyīn bùkěqīng Wèijiao chítáng chūncǎo mèng jiēqián wúyè yǐ qiūshēng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 미각지당춘초몽 계전오엽이추성

소년은 금방 늙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운 법, 한 토막 시간도가벼이여길수 없네.

연못가 풀들 아직 봄날의 꿈속인가 싶은데, 섬돌 앞 오동 잎엔어느새가을의 소리.

주희(AD 1130-1200)의 유명한 권학시(勸學詩)다. 특히 전반부“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은 동북아 한자문명권에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의외로 평측 압운을 갖춘 칠언절구의 일부임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원제는‘우연히 이뤄지다(지어지다)’즉‘우성(偶成)’이다. 유교국가조선의후예로서교육열향학열이 유별난 한국인들에겐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한국 토종 격언이 아닐까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교훈적 교과서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어떤 배움이나 연구에 깊이 심취해본 사람일수록 대학자의절절한 실존적 고백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운율을 붙여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랫말처럼 오랜 세월 동북아 한자문명권에서 널리사랑받은 작품이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봄가을 계절의 추이를 인생의 젊음과 노년에 대비시킨다든가,‘봄풀’‘오동잎’같은 계절의 상징물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였다. 학문적 이성과 시적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한자문명권 특유의 전통과 멋을 잘 보여준다.

주희는 어려서부터 과묵하고 공부를 즐기는 영재였다. 자(字)를 원회(元晦), 중회(仲晦), 즉 본명인‘밝을 熹’의 의미를 뒤집어‘어두울 晦’를 쓴 걸 보면 소탈한 인품이 엿보인다. 회암(晦庵),회옹(晦翁), 운곡노인(雲谷老人) 외에 창주병수(滄州病叟) , 둔옹(遯翁) 같은 호에도 겸허와 위트의 코드가 느껴진다. 복건성(福建省) 우계(尤溪) 태생으로 19세에 과거급제(진사)한 후 여러 관직을 거치는 동안 유가 경전의 연구에 몰두했다. 황제에게 요순임금의 덕치를 설명하는 등 여러 번 상서를 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일부고관들의눈밖에나만년에고초를겪기도 했다.

주희는 오경(五經)을 풀이 내지 재해석하고 주돈이(周敦 ),정호(程顥)·정이(程 ) 형제의 사상을 계승해 공자 이래의 유학 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그가 주창한‘성즉리(性卽理)’를 따 그의학문을 성리학(性理學)이라 한다. 일명‘주자학’, 그를 주자(朱子)주문공(朱文公) 등의 존칭으로 부르면서 더 일반적인 명칭이 되었다. 유학의 주류가 된 성리학은 우주론 인간론을 아우르는 형이상학이다. 한나라시대 이래 훈고학 수준이던 유교가 윤리학 철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주론적 체계 속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주만물을 형이상학적인 이(理)와 형이하학적인 기(氣)로 설명하며, 우주만물 생성운행의 원리이자 모든 것의 근원으로‘태극(太極)’을 제시하고 있다.

오경과 더불어 사서(四書)가 유교의 기본이자 핵심 경전의 권위를얻게된것또한주희의 <사서집주(集注)> 덕분이다. 이후주자학은 20세기 초까지 동북아 사람들의 공적·사적·정신적·물질적 삶의 영역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조선이 퇴계와 율곡선생을 거치며 주자학의 관념철학적 수준의 한 극치를 보여줬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또 하나, 역설적이게도 주자학은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에 전해져, 문인 행정 관료화한 일부 중하급사무라이(武士)들에게 열정적으로 연구되어 19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시대의 판을 짜는 저력으로 성장한다. 봉건체제를 청산하고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국가로 거듭날때 일본제국의 내적 질서를대변하는‘코꾸타이(國體)’개념은 주자학적 군사부일체의 근대일본판 리메이크였다.

주희의저서는<주역본의계몽(周易本義啓蒙)> <시집전(詩集傳)> <대학중용장구혹문(大學中庸章句或問)> <논어맹자집주(論語孟子集註)>, 편집서 <논맹집의(論孟集義)> <중용집략(中庸集略)> <효경간오(孝經刊誤)> <소학서(小學書)> <통감강목(通鑑綱目)> <근사록(近思錄)> <주자집(朱子集)> 등 40종. 그외 다양한 내용과 장르가 망라된 주자문집(朱子文集) 100권이 있다. 별집(別集), 속집(續集)과함께 저자의 사상이나 역사적 성격을 파악하는 필수자료이나 전문적으로 논하는 사람들조차 자세히 읽은 이가 드물 정도로 양이 방대하다. 70세, 당시로선 장수한 편이라고는 하나 관직을 역임하면서달성한놀라운성취가아닐수없다.

“오늘 올해 배우지 않고 내일 내년이 있다 말하지 말라, 날과달은 가고 나 역시 그러하니, 아아 늙었구나, 이게 누구의 잘못인가(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日月逝矣歲不我延, 嗚呼老矣是誰之愆)!”과연‘공부의 신’다운‘주 선생님(朱子)’말씀이다. 인생100세, 평생교육의 요구가 절실해진 시대의 우리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을 것같다. 그저“일촌광음불가경”의 가치만은잊지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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