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IT강국이면에배어있­는택배기사들의고달픈­삶

- 글|조용성(한국아주경제신문베이­징특파원)

중국은 세계 최대 인터넷상거래 국가이다. 대표적인 인터넷쇼핑몰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글로벌기업 반열에 들어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 같은 인터넷상거래 발전을 뒷받침한 것은 택배업이었다. 중국의 택배망은 광활한 대륙을 촘촘히 연결한다.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중국 택배기사들의 땀과 노고가 서려있다.

2016년 중국에서 300억건의 택배물동량이 처리됐고. 택배기사의 수는203만명에 달했다. 203만명은 2012년에 비해 4.6배 증가한 규모다.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전문대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다. 보통 한달에 6000위안(103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 중에는 1만 위안의 월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1만 위안의 소득을 올리려면 하루에200건 이상의 택배물량을 처리해야 한다. 살인적인 작업강도가 요구되며, 만 성피로에 빠지거나 건강을 상하기 십상이다.

택배기사의 하루 처리물량은 평균150건이다. 업무시간이 아침 7시부터저녁 10시까지 이어지는 날이 부지기수다. 매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는 택배기사에게는‘공포의 날’이다.지난해 베이징의 한 소비자가 새벽에주문한 물건을 해가 뜨기 전에 받아보았다는 가십뉴스는 놀라웠다. 광군제가 되면 택배기사들이 밤새 일을 하는것이다.

지난해 광군제 하루동안 10억5000만개의 택배화물이 쏟아졌다. 평소 물량의 20배에 달한다. 이날은 배달원 한 명이 200개 이상을 처리해야한다.

택배기사들은 보통 거리에서 택배를 늘여놓고, 분류작업을 한 후 3륜차에 실어서 배송을 한다. 몇달만 하다보면 해당지역의 거리나 골목길,지름길에 대해 빼꼼히 알게된다. 자주 드나드는 집의 고객이나 아파트경비원과 쉽게 친구가 된다. 집주인이 택배기사에게 건네는 음료수 한잔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떠나는발걸음도 가볍다.

하지만 매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거리기를 반복하고, 고객과 끊임없이 통화를 해야하는 일상은단조롭고 지루하다. 또한 소비자와의마찰은 단연 택배기사들의 큰 고충이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철이면특히 심하다. 택배를 받은 후 외출을하려는 고객들은 늦어지는 배송에 짜증을 내기 일쑤다.

지난 7월 중퉁(中通)택배의 한 택배기사가 배송시간이 5분 늦었다는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했다. 결국 이 고객은 유치장 신세를 져야했다.

지난해 베이징의 고급아파트 단지에서 순펑(順豐)택배 택배차량과 승용차간접촉사고가 일어났다. 승용차 운전자가내려서는 막무가내로 택배기사의 뺨을때렸다. 택배기사들 사이에 이 이야기가급속히 퍼졌고, 결국 왕웨이(王衛) 순펑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왕웨이 회장은 택배기사 출신이다. 누구보다도 택배기사의 설움을 잘 안다. 그는 공개적으로 가해자를 찾아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가해자는 경철서 철창 신세를 졌다. 이 스토리는 중국 택배업계의미담으로 남았다.

2017년 류창둥(劉强東) 징둥(京東) 회장이 택배기사들의 집을 찾아가보고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놀랐다다고 한다. 그는 주거환경을 개선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코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말한마디라도 택배기사들의 마음에 위로가 된다.

최근에는 택배기사들이 음식배달원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배달원의 작업강도는 택배기사에 비해 낮다. 그러면서도 수입은 더욱 높다. 보통 음식 배송비는 3~4위안이다. 저녁9시 이후에는 할증요금이 붙어서 한 건당 7위안이다.

점심식사 시간과 저녁식사 시간에일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음식배달원은 이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배우는 등의 자기개발을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개발에 농민공들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다면, 현재 중국의 IT산업 발전에는 젊은 택배기사들의 고달픈 삶이배어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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