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라면즐기기, “냄비뚜껑을지켜라”

China (Korean) - - CONTENTS - 글|왕위안타오(王元濤)

한것이다. 서울의 거리를 걷다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라면가게’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 그 가게의 메인 요리 는 다름 아닌 라면이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라면이란 집에 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된 것 그뿐이다. 그런데 전문 식당에서 라면을 즐기다니, 아마도 전세계에서 한 국인들이 유일하지 않을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국에서는 비단 젊은이들만 라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50-60대 아저씨들도 라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한 한국인 친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화는 한 국만의 독특한 역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국인들이 얼마나 라면을 좋아하는 지 외국인들은 짐작도 할 수 없을 197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가 비 약적 발전에 시동을 걸면서‘한강의 기 적’이 시작됐다. 기업은 그 규모를 막론 하고 무슨 일을 하든 성공했고, 무엇을 팔든 돈을 벌었다. 회사의 오너와 직원 모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열심히 일하면 서 점심을 거르는 것은 물론, 밤에는 야 근도 불사했다. 라면은 그렇게 청춘을 불 태운 이들의 첫 번째‘목격자’가 되었다. 사실‘목격자’는 고상한 표현이고,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에서 야 근을 하며 라면을 먹는 것은‘집에 돈다 발을 가져다 주는 것’과 일종의 조건반사 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때문에 한국의 상 당수 중년층들에게 있어 라면은 바로 개 인의 꿈과 국가의 꿈이 함께 자라던 시대 에 대한 추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라 면에 대해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물론 당시의 불꽃은 아시아 금융위기 가 습격했던 1997년에 꺼져버리고 말았 다. 그 이후 생계는 막막해졌고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한강의 기 적’을 이루었던 주역들 중 일부는 은퇴를 했고 일부는 일자리를 잃었으며, 결국에 는 하는 일 없이 라면가게에 앉아 라면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라면을 먹으면서 과 거의 영광과 고생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 게됐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았다면 한 가 지 인상 깊은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 로 한국인들이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다. 한국인들은 집에서 라면을 끓일 때 누런 색의 작은 양은냄비를 자주 사용한다. 또 한 맑은 탕에 라면 그대로의 맛을 즐기며 다른 고기나 채소는 전혀 넣지 않는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면이 다 익으면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라면을 즐 긴다.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고 왼 손으로는 냄비 뚜껑을 받쳐 드는 것이다. 가끔 친구 여러 명과 함께 라면을 먹을 때면 힘으로 냄비 뚜껑을 쟁탈하는 장면 도 연출되곤 한다. 접시나 그릇에 라면을 덜어 먹으면 그 맛이 덜하다는 게 한국인 들의 이야기다. 필자 개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매 콤한 라면에 아삭아삭한 김치를 곁들여 먹는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이것이야말 로 한국인들이 집단으로 라면에 중독된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있 어서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나 머지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나 는 우선 입가의 침부터 닦아야겠다. 최소한 필자가 한국에서 살던 동안에 는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라면에 아무런 영양 가가 없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있어왔다. 이러한 고론(高論)에 대해 한국인들은 신 경쓰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반문할 것이 다.“영양가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이야? 고기 보다는 당연히 지방이 적고 채소 보 다는 비타민이 적겠지. 그런데 왜 라면을 고기나 채소와 비교해야 하는 거지? 쌀과 비교해서는 전분이 결코 적지 않아. 쌀과 비교해야 공평한 거지.” 필자 가족이 중국에 돌아온 지도 벌 써 몇 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생긴 습 관 한 가지는 여전히 그대로다. 바로 매 주 토요일과 일요일 최소 한끼는 라면 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 느낌이란 뭐 랄까, 마침내 주말까지 버텼으니 마음껏 느슨해져도 된다는 느낌이랄까? 한주간 의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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