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차여행의‘필수품’,컵라면

China (Korean) - - CONTENTS - 글|홍우리(한중전문번역가)

음식도‘전염성’이라는 것이 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붕어빵 냄 새, 아랫집에서 넘어오는 고등어 굽는 냄새, 엘리베이터 안에 남은 치킨 냄 새…… 익숙한 냄새의‘전염성’이 군침 을 흘리게 만든다.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 중 최고는 역시 출출할 때 나는 라 면 냄새가 아닐까 싶다. 간단하지만 맛 도 좋고 한 그릇 먹고 뱃속이 든든해지 는 것이(영양학적 가치는 차치하고), 먹 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이지만 라면만 큼 훌륭한 식사 대체품이 또 있을까? 면 요리가 발달하고 값싼 국수를 곳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이유 때문인지, 한 국인들처럼 라면을 식사 대신 먹는 중 국인들은 자주 보지 못한 듯 하다. 다만 컵라면을 손에 든 중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기차역과 기 차 칸 안이다. 땅이 넓은 중국에서는 기차를 타고 짧게는 하루, 길면 사나흘씩 이동하는 것이 예삿일이다. 그러다 보니 기차에서 보통 한 끼 정도는 해결해야 하고 하루 세끼 모두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 사다. 지금이야 고속열차가 곳곳에 깔려 이동시간이 단축되었고, 또 기차 내에서 고급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컵라 면만큼‘가성비’가 좋은 식품은 여전히 없는 듯 하다. 승객들은 기차에 올라 자 리를 잡고 앉은 뒤 미리 준비해 온 컵라 면을 꺼내어 정수기가 있는 곳으로 향한 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후 루룩 소리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퍼지면 옆자리의 승객도, 옆 칸의 승객들도 가 방 속 컵라면을 챙겨 든다. 향신료를 많이 쓰는 중국인들답게 중국 컵라면 또한 향이 짙다.‘솬차이 (酸菜, 새콤하게 절인 채소)’가 곁들어 진 것이 있는가 하면, 굵직하게 썬 소 고기 조각이 든 것도 있다. 순한 맛부 터 강한 맛까지 종류가 다양하니 소비자 들은 입맛대로, 취향대로 고르기만 하 면 된다. 이색적인 것은 중국인들은 컵 라면에 작은 소시지 하나를 넣어 먹는다 는 것이다. 스프를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엄지 손가락만한 소시지 하나 를 넣어 면발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면을 먹기 전 먼저 먹는다. 소시지를 넣 어 먹으라고 알려주는 중국인 친구에게 왜냐고 물으니“그냥, 다들 이렇게 먹는 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인들이 다양한 먹거리 중에서도 굳이 컵라면을 선택하는 데에는 나름대 로의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품질 보장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도시락을 살 수 있지만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한 소고기 도시락에 소고기가 맛이 없다면 실망보다 더 큰 배신감이 몰려온 다. 하지만 컵라면은 다르다. 진열대의 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맛은 다 보장되고 양도 많거나 모자람이 없다. 가격은 또 어떠한가? 소고기 라면이라고 해 봤자 10위안(약 1700원)이면 충분하다. 편리 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 어 디서나 배를 채울 수 있다. 여름에도 뜨 거운 차를 마시는 중국인들을 위해 중국 공공장소에는 대부분 뜨거운 물이 나오 는 대용량 음수대가 있다. 공항, 기차역 은 물론이고 오피스 건물에서도 마찬가 지다. 덕분에 따로 뜨거운 물을 준비할 필요 없이 컵라면만 구입하면 된다. 아, 굳이 젓가락도 살 필요가 없다. 컵라면 안에 접이식 작은 포크가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면 된다. 우리의‘삶은 달걀과 사이다’처럼 중국인들의 기찻길에서는 컵라면이 빠질 수 없다. 강한 향 때문에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집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컵라면의 냄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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