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정책의방패막이’가아니다
야구 경기를 보면 ‘좌우놀이’라는 속어가 있다. ‘왼손 타자는 왼손투수에게약하다’는 통상적 인식으로 인해, 감독이 경기승부처에서 왼손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왼손투수를올리는작전을 뜻한다.
좌우놀이는지난수십년간국내야구계에서 어느 정도 정설로 통할 만큼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전략이다. 한국뿐만 아닌일본, 미국에서도좌우놀이를 시도하는 감독들을 종종볼수 있다.
하지만 상대 타자의 능력이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극단적인 좌우놀이에 치중하는감독들도 종종 있다. 당연히이럴경우 그 팀의 성적이좋지 않게 마련이다. 좌우놀이에만 골몰한 나머지 여러 변수들을 놓칠 수 있어서다. 통계 맹신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역시부동산정책을설계하거나지표를 발표하는 데 있어 유의한 통계를 활용한다. 수년간 누적된 부동산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시장 흐름 등을 감안해 신뢰도높은자료를내놓는다.
문제는정부가통계를활용해내놓은결과물과 시장 간의 괴리감이 종종 느껴진다는 점이다.
작년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은 투기지역 지정 등 고강도 규제책이 대거 담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이룬 대책이다. 특히 투기지역은 주택담보대출 제한, 자금조달계획 선정 의무화 등 강한 규제가 걸려 세간의 관심을 모았는데, 서울시 11곳과 세종시 등 단 12곳만 이에 해당됐다.
이중노원구가투기지역에포함된것은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당시 직전 2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직전 2개월 평균 주택가격상승률의 130%보다 높거나, 직전 1년 상승률이직전 3년 평균 상승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집값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싶으면 투기지역으로선정했다는얘기다.
국토부의통계기준에의거한해명은매우 명확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노원구가 강남 4구나 세종시와 같이 투기지역으 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학군이 좋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는 분명 국토부 입장대로 ‘핫’한 지역일지 모른다. 하지만 평균 아파트 가격은아직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위권에 머무르고있는 곳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도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는대목이 있다. 바로 자가보유율이2014년 58%, 2016년 59.9%, 2017년61.1% 등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의 주관적관점이긴 하지만주변을 둘러보면여전히내집마련이쉽지않다고토로하는사람들이 많다. 최근 3~4년간 저금리기조가 유지되긴 했지만 집값 역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특히서울을비롯한수도권에서이같은경향은더욱두드러진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가구를 대상으로법적소유여부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유여부에대한인식을조사한것이기때문에행정자료(등기)로 주택의법적소유현황을파악해 작성하는 ‘주택소유율’과는 다를수 있다”고해명한바 있다.
인식을조사했다는뜻인데,통계를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이를바라보는정부와시장의해석이크게엇갈릴수있는 것이다.
종종야구감독들은좌우놀이를잘못했다고시인하곤 한다. 그러면서도실패의원인을 통계 탓으로 돌린다. 부연 해명이 필요없기때문이다.
정부 역시 제대로 된 데이터를 활용한시장 분석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하지만 정부가 더욱 면밀한 시장 분석을통해 현실성을 반영한 자료 및 대책을 내놓길 많은 사람들은 원한다. 통계를 해명의 방패막이로만 사
용해선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