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실전같은연습만이실패­없는결과를만든다

아르주나의심지연습‘하나의 원칙’

- 서울대교수·종교학배철현일념

내가 올림픽 경기들 중에서 가장 숨죽여 보는 경기는 양궁이다. 양궁 선수는 바닥에 표시된 선 밖에 가지런히 발을 놓고 몸을 비스듬히 놓고 가만히 과녁을 응시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난 4년동안 매일 매일 연습한 활시위에 화살을올려놓는다.

왼손으로는 활을 잡고 오른손은 시위와그위에장착된활­을어깨와팔,아니 온몸을 이용하여 뒤틀며 힘껏 뒤로당긴다. 왼손은 거의 부러질 정도까지휘어지는 활을 잡고 있지만, 그 힘이 부쳐 떨면 안 된다. 강력하지만 부동의 힘으로 미세하지만 폭력적으로 흔들리는활을 역설적으로 고요하게 잡고 있어야한다. 그에 걸맞게 힘으로 오른손과 손가락도 조화롭게 버텨줘야 한다. 눈은과녁의 정중앙에 고정되어있다. 가파르던숨도고르게되­어잔잔해진다.

겉보기에는 움직임이 없어 보이지만자세히 보면 볼수록 미세한 숨이 천지진동하고 있다. 시위를 떠난 활이 과녁의정중앙으로쏜살­처럼달려간다.

대한민국의 신궁(神弓) 김수녕 선수는 바람과 비와 같은 외부상황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의 반복 훈련으로비바람조차다­스리는자신만의비법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그녀가 “시위를 떠난 화살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과녁을 향해 달려가는 화살과 같은 일관된 마음인 심지(心志)를 거역할 수 있는 장애물은 없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활연습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스승인 드로나(Drona)는 영웅 아르주나(Arjuna)와 그의 다른 네 형제에게 궁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나무로 제작한 작은 새를 높은 나무 위에 올려놓고그것을화살로­떨어뜨리라고말한다.

드로나는 활을 쏘기 전에 다섯 명에게 묻는다. “무엇을 너는 보는가?” 형제들은 각각 나무의 웅장함. 가지의 풍성함, 자신과 나무와의 거리, 활과 화살의견고함, 자신의 몸 상태, 새의 모양등을장황하게설명­한다.

드로나는 마지막으로 아르주나에게질문한다. 그러자 아르주나는 다음과같이 대답한다. “나는 새를 봅니다.” 그러자 아르주나가 다시 묻는다. “그러면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해보아라!”그러자 아르주나는 “저는 새의 모양을묘사할 수 없습니다. 저는 새의 눈만 보기 때문입니다.” 아르주나의 화살은 여지없이새의눈에명중­하였다.

아르주나는 온통 새의 눈만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집중(集中)이라 부른다.아르주마의 형제들은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아직 찾지 못했거나 그것에 자신의 시선을 집중하는 수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간과한다. 자신들의 마음을 한 군데 모으지 못하고 여러군데 흩어버리면 자신이원하는목적을이­룰 수 없다. 나의 눈은 외부를 향하고있기 때문에 매 순간 나를 유혹하는 흥미롭고 오감을 직접 자극하는 매력적인물건들에휩싸­이기마련이다.

활과화살의 성능, 활을잘 당기기 위한 기능성 옷들과 신발, 날씨, 그리고 함께 활을 쏘려는 형제들 이 모두가 아르주나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것들이다. 그의마음은 오랜 수련을 통해 이것들이 더 이상 방해물이 아니라 무시해도되는대상이 되었다.

‘바가바드기타’ II.41에는 아르주나의마음을 크리슈나의 입을 빌려 다음과같이 언급한다. “오 쿠루의 자손(아르주나)여! 이 한 가지 길 위에 있는 자의 생 각은 단호하다. 그의 목적은 하나다. 그러나단호하지못한자­의생각은잡스럽고끝이 없다.”

파탄잘리는 신을 만나 신과 하나가되는 방법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반복인 ‘자파(japa)’를 소개하였다. 요가수련자는 매일매일반복적으로자­신의정성을 바쳐 수련해야 한다. 그는 ‘요가수트라 I.32’에서 수련의핵심을다음과같­이표현한다. “타트-프라테세다-아르쌈 에카-타트바-아비야사흐(tat pratiṣedha artham eka tattva abhyāsaḥ)”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은 의미다. “(요가수련을방해하는 것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다양한 수련방법들 중에) 한 가지 원칙(을선택하여 그것을 완벽하게) 연습해야한 다.” 이문장은수련자를방해­하는것을제거하기위한­실질적인두가지방법을­소개한다. 하나는 ‘한 가지 원칙’을 발견하여 고수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그것을매일매일 ‘연습’하는 인내다.

연습이란 산스크리트어 ‘아브야사(abhyāsa)’는 세 개의 요소로 구성되었다. 첫 부분인 접두어 ‘아비(abhi)’는 ‘을향하여’라는 전치사적 의미도 있고‘매우 잘; 훌륭하게’라는 부사적 의미도있다. 아비는수련자가무엇인­가를지향하여 급기야는 한 분야에서 최선의 성과를 도출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을뜻하는접두어다.

두 번째 부분인 ‘아스(ās)’라는 동사는 ‘자리를 잡다; 앉다’라는 의미다. 내가 어딘가에 앉기 위해서는 그 바닥에평평하고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아야한다. 내가 앉을 장소에는 외풍이 없어 오랫동안 앉을 수 있어야한다. 세 번째 부분인 접미사 ‘아’는 앞에 나온 동사를 명사로 전환하는 접사다. 이세단어가합쳐진 ‘아브야사’의 축자적인 의미는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해가장편하­고효율적인자세로자리­를잡아준비하는 마음’이다.

연습은 실전이며 실전이 연습이다.연습의 과정 안에 실전이 있다. 연습과실전을구별하는­사람은 실패한다. 평상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최적의 결과까지 올린 그 연습이 실전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그(녀)는 평상시연습을게을리했­거나연습과실전을구별­하여실전에 임했을 때 심리적으로 당황하기 때문이다. 연습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가 태권도 검은 띠가 상징하는실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흰 띠 과정을충실하게 받아야한다. 왜냐하면흰띠는 검은 띠로 가는 과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흰띠없이검은띠는존재­할수없다.

우리는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가? 파탄잘리는 그 연습의 대상을 산스크리트어로 ‘에카-타트바’란 문구를 이용하여표현하였다. 이 문구의 첫 단어인 ‘하나’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 단어 ‘에카’는인간의세상을 이해하기 위해만들어낸이원론적­인구조이전의원래모습­이다.

하나를 통해 둘이 등장한다. 파탄잘리와동시대인물­인그리스철학자인플로­티누스(204-270년)는 만물의 기원은하나이며현실은­하나에서흘러나온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최고의 현실이자 우주의 기반이 되는 제1원칙을 고대그리스어로 ‘토 헨(to hen)’, 즉 ‘그 하나’라고 정의했다. 그 하나는 영원히 완벽하고 영원히 생산적으로 우주의 기반은‘이성’을 낳았다. 요가수련자는 실질적인 수련을 위해 자신에게 훌륭한 수련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이 문구의두번째 단어인 ‘타트바’는 축자적으로 ‘그것자체’란 의미다. 그것 자체란 어떤 사물 이나 사람의 본질이자 현상이다. 어떤사건의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어떤현상의 원인이자 결과다. 타트바는 우리가흔히 말하는 추상적인 개념인 ‘진리’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원칙의 가감이 없는 표현이다. 원칙은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찬도가 우파니샤드 6.8.7’의 말미에 현인 우달라카와 그의 아들 슈베타케두의 대화가등장한다. 우달라카는 오랫동안 경전공부에 몰두한 아들이 대견스럽다. 아들은아버지에게힌두­경전을암송하며자신의­지식을 전시하였다. 아버지는배움의 목적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지식의축적이 아니라, 자신의 ‘자기됨’을 발견하는수련이란사실­을알고 싶었다.

현인 우달라카가 말한다. “타트 트밤아시(tat tvam asi)!” 이 문장의 의미는“그것은 (바로) 너다!”이다. 아들 슈베타케투가오랫동안­수련한목적은결국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다. 인간에게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알려줄열쇠는 자신의 마음이라는 자물통 안에 숨겨져 있다. 요가수련은 그 자물통을열열쇠를만드­는작업이다.

어리석은사람은자신에­게던져진인생이란 ‘거대한 질문지’를 들여다보지않는 자다. 그의 시선은 타인에게 가 있다. 그는 자신 존재이유를 질문해본적이 없다. 혹은 그 이유를 곁눈질하여 옆에있는사람을통해찾­는 자다. 보통사람은 자신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어렴풋이 알지만 그것을 위해 매일 매일 수련할의지와인내가부­족하다.

요가수련자에겐 자신에게 유일한 삶의 목표가 있다. 그 원칙은 ‘타트바’는 결국 ‘나에게 감동적인 내 자신’이다. 나는그 ‘내 자신’을 매일 매일 혁신하여 새롭게 선정하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 그것을완성하기 위해 수련한다. 나는 그런 나를만들기 위해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연습하고 있는가?나는나의삶을이끌어줄­나만의삶의원칙을 소유하고 있는가? 그 원칙은 바로내 마음속 깊이 숨어 있어 나의 발굴을기다리고있다는­사실을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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