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5G장비선정제로섬게­임… ‘뱃삯’은누가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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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가 제로섬 게임을 한다. 조직의 리더는 어떤역할을 해야 할까. A를 도우면 파벌을 만드는 것이다. A와 B를똑같이 도우면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안 한 게 된다. 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니 사악하다. 후자는 착한 리더처럼 보이지만 무용하다. 위선이다. 그들은 네트워크를밖으로 확장해 파이를 키우는 데 힘쓰지 않는다. 조직 내제로섬게임의조정자­역할을성과로치장하는­데몰두한다. 조직의운명을짐작하기­어렵지 않다.

5G(세대) 이동통신상용화를위한­장비선정작업이시작됐­다. SK텔레콤이 지난 14일 삼성전자와에릭슨·노키아를파트너로낙점­했다.

5G 장비 선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초기 망 구축 비용은 총 2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에릭슨·노키아·화웨이 등글로벌장비업체들이­파이를나누는 셈이다.

업체들국적이 다르다. 조직간제로섬게임이다. 정부가삼성전자를 지원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다. 국수주의란비판을받을­수있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 수립후전세계가 앞다퉈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추세다. 무역은 쌍방간 거래다. 안하면우리만손해다.

다른차원의제로섬게임­이 있다. SK텔레콤과삼성전자­간의 게임이다. SK텔레콤은 화웨이를 선택할 경우 최대 5조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통신 시장의 50%를 점하고 화웨이 장비가가 삼성전자보다 최대50% 저렴하다는 전제 아래서다. 4G(LTE)와의 연동과 유지·보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액수는 이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절대액수는무의미하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5조원 규모의 파이를 놓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화웨이 장비를 쓰는만큼 SK텔레콤 파 이가더커지는 셈이다. 조직내게임이 된다.

정부의 개입은 리더의 역할에 따라 누가 더 많은 파이조각을갖느냐의문­제와 같다.

정부가 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중어느하나를­지원하면 정부와 업체 간 파벌을 만드는 것이다. 정경유착이다.둘을똑같이지원하면헛­수고다.아무것도안한게 된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를 낙점하면서 5조원 규모의 파 이는모두삼성전자의차­지가 됐다. 게임당사자인SK텔레­콤이왜이같은선택을 했을까.

SK텔레콤은 LTE와의 연동성을 주된 이유로 든다.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LTE 장비를 쓰고 있어5G도 삼성전자 장비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장비 호환, 유지·보수 등의비용을따져보니파­이크기가5조원보다 훨씬 작다는 얘기다. 포도를 뺏기고 너무 시어서 먹지 않았다는여우와 같다.

미국이제기한화웨이장­비의보안문제는중요한­고려대상이아니었다는­게SK텔레콤의 설명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현실 문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리가 어떤 배를 타느냐의 선택이다. 어불성설이다. 글로벌기업이이문제를­계산하지않았다면 위험하다. 현실적으로고려할수밖­에없었다고하는게설득­력이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상용화는 국산장비로 하는 게 의미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었다. 구두 개입이다. 유장관은최태원 SK 회장파이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준 셈이다. 파이크기는단 1원도늘지 않았다.

결국파이값을누가치르­느냐가문제다. 상품과서비스가격은 비용에 적정이익을 더한 값으로 정해진다. 비용이커지면 가격은 필연적으로 오른다. 아니면 이익을 줄여야한다. 5조원의 비용은 결국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부담한다. 정부가압박하면SK텔­레콤이이익을포기하는­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정부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일까. 네트워크를밖으로 확장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 유장관이 할일은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키우도록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선택으로 우리는 사실상 미국 진영의 배를 탔다. 미국과 호주·인도는 공식적으로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버라이즌과 AT&T 등미국업체들의 5G 장비업체로 선정되고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건 그나마 줄타기의 성과다.

화웨이가협상과정에서­가격을더낮추도록하는­것도방법이다. 파이를 5조원이 아니라 6조원, 7조원이 되게하는 것이다. 통상 외교는 의리가 아니라 실리의 문제다. 동맹 문제도 비용으로 따지는 게 정작 트럼프 정부다. 우리도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중국 배로 갈아탈 수 있다. 시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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