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1000조시대’…관련법조차없다
자본시장법으로관리…수탁재산7종제한낡은규제에새로운신탁상품개발불가능시장수요충족못해… “신탁업법제정해야”
국내신탁시장이‘10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다양해지는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적지 않다. 금융투자시장 관리를 위해제정한자본시장법으로관리하고있어서다.신탁이금융투자보다 ‘종합자산관리 수단’이라는 성격이더강해지고 있어, 이에걸맞은 신탁업법을 제정해야 한다는목소리가커지고있다.
12일금융권에따르면은행, 증권, 보험,부동산전업신탁사의수탁총액은지난 5월 말기준 1018조원으로 집계됐다. 신탁시장은 2017년 말 775조원에서2018년 말 873조원, 2019년 말 969조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신탁시장이500조원 규모에서1000조원으로2배성장하는데는약7년밖에걸리지않았다.
신탁은 재산을 금융사에맡겨보관 및 관리,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돈(금전)을 맡기는 것은 금전신탁, 부동산과같이돈이외의재산을수탁하는것은 재산신탁이다. 신탁을통해고객은 각종 재산의전문적인관리가 가능해지고, 금융사는 수수료이익을챙길수 있다. 신탁이중위험·중수익및간접금융 성격을 띠고 있어, 저금리·고령화가 진행됨에따라시장은더커질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신탁 서비스는 종합자산관리수단으로 활용되기어려운 환경이다. 신탁업을 전문으로한관련법이없어제도적장치가부족한 탓이다.국내신탁시장은금융투자업을규제하기위해만든자본시장법으로관리되고있다.
자본시장법에따라금융사가수탁할수있는재산은△금전(금전신탁) △증권(이하 재산신탁) △금전채권△동산△부동산△부동산관련권리△무체재산권등7종으로 제한된다.금융상품이다양해지고전문화되는 추세지만, 1000조원의 신탁시장에서는정작 7종이외의상품은개발조차불가능한 셈이다.은행권관계자는“담보권이나보험금청구권등을활용해새로운유형의신탁상품을만들수있지만, ‘낡은규제’에막혀시도조차못하고있다”고말했다.
여러재산을 한꺼번에맡기기어려운 점도 꾸준히지적되는 문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전과 비(非)금전을 동시에굴려야 수익률을 높이기가 수월하다.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을 통합 관리하는 ‘종합재산신탁’이 있지만, 금전비율이 40% 이하인경우에만 허용돼이용자는 소수다. 실제로 종합재산신탁수탁액은지난 5월 말기준 4650억원으로, 신탁시장의4.6%에그친다.
이때문에금융권에서는신탁업법제정을요구하는목소리가크다.김태영은행연합회장은지난해말기자간담회에서“신탁업법제정,신탁재산에대한포괄주의방식도입등이필요하다”며은행의신탁영업활성화를위한제도적지원책을요구했다.
신탁업법이없었던것은아니다.자본시장법이제정된 2009년 전까지신탁업법이있었지만, 신탁을포함해펀드·증권투자 등 금융투자업을 동일한 규제로 통합 관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위해자본시장법으로 모두 이관됐다. 그러나 투자성격이강했던당시시장과 달리, 종합자산관리수단으로신탁수요가 많아지고있는 만큼, 관련법을새로만들어야한다는게금융권주장이다.
금융위원회도지난 2017년 업무계획으로 신탁업법제정을 추진했으나, 현재흐지부지된 상태다. 올해초에도 신탁제도가 ‘종합자산관리제도’로 기능할수있도록신탁제도전면개선등의내용을담은업무계획을내놨지만,아무런소식이없다.